신학기가 시작되었다. 긴 여름 방학 동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학생들이 개학과 동시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바삐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스쿨버스를 놓치기가 십상이다. 버스를 놓친 아이를 투덜거리면서 학교에 데려다 주는 부모와 야단맞으면서 학교에 가는 아이 모두에게 하루의 시작이 볼썽사납다.
알람시계로 아이가 스스로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게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알람을 맞추는 것을 잊어버리고 잘 수가 있다. 혹은 알람이 울렸지만 무시하고 다시 잠을 자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부모가 화내고 야단치면서 아이의 행동 즉 인위적 요소를 고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은 효과가 대개 그때뿐이다. 그에 대비되는 제도적 방법 즉 경영학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분석기법을 적용하여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프로세스란 어떤 목적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들이 시작에서 종결까지 서로 연결된 전체 과정을 말한다. 상기의 예에서는 스쿨버스를 놓치지 않고 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옷입고, 가방 챙기고, 세수하고, 아침먹고, 버스 타러 가는 다섯 단계들이 필요하다.
스쿨버스가 7시에 온다고 하자. 경험에 기초하여 한시간 전인 6시에 알람을 맞추고 정확히 일어났을 경우에도 시간에 쫓길 수가 있다. 즉 어젯밤에 다 못한 숙제를 해야 한다거나, 입고 갈 옷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거나 할 수 있다. 스쿨버스가 평소보다 좀 일찍 와서 떠날 경우도 있다.
프로세스를 언제 시작하여 언제 끝낼 것인가를 스케줄링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전향적 스케줄링(forward scheduling)은 시작단계에서 다음 단계들에 걸리는 시간들을 계산하여 언제 프로세스가 끝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정비공장에 맞기면서 언제쯤 찾을 수 있을 것인가를 물었을 때 정비사가 정비에 필요한 여러 단계와 소요시간을 고려하여 “오후 3시쯤 찾으러 오세요”라고 하는 것이 한 예이다. 하지만 마감시간이 있는 프로세스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늦기가 십상이다. 마감시간을 엄수하여야 하고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높은 벌칙을 당한다면 후향적 스케줄링(backward scheduling)을 사용하여야 한다. 시간계산을 종결단계에서 시작하여 시작단계로 거슬러 올라가며 계산하는 방법이다.
‘스쿨버스 타고 학교 가기’라는 프로세스에 후향적 스케줄링 방법을 적용해보자. 스쿨버스가 오는 시간인 7시에서 시작하여 버스 타기 위해 가는데 걸리는 시간 5분을 빼면 6시 55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밥 먹는 시간 20분, 세수하는데 15분, 가방 챙기는데 10분,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 갈아입는데 10분, 모두 60분이 소요된다면 7시에서 한 시간전인 6시부터 프로세스의 첫 단계를 시작하여 한다.
이렇게 후향적 스케줄링을 하면 각 단계가 언제까지 완료되어야 하는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벤치마킹이 가능하다. 각 단계를 화살표로 그림을 그려서 시작과 종료시간을 표기해 두면 더욱 명확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작성된 스케줄을 따라 하다 보면 그것이 버릇이 되어 익숙해진다.
프로세스의 각 단계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치이므로 경우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즉 옷 갈아입는데 평소에는 10분도 안 걸리더니 어느 날은 유난히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다음 단계들이 영향을 받는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각 단계에 내재하는 편차를 줄여주어야 한다. 즉 아침에 입을 옷을 전날 저녁에 준비해 두면 편차를 줄일 뿐만 아니라 평균 소요시간 자체도 10분에서 5분으로 줄일 수 있다. 전날 밤에 가방을 준비해 두고 샤워도 함으로써 각각 5분과 10분을 절약한다면 전체적으로 20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하면 아침에 6시가 아니라 6시20분에 일어나도 된다.
어느 부인은 일요일만 되면 항상 조바심이 생긴다고 한다. 항상 교회에 5분 정도 늦어 죄송한 마음 때문이란다. 물론 좀 일찍 서둘러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질 않는단다. 남편이 아침에 샤워를 하는데 편차가 심한 것이었다.
그래서 교회에 가는 프로세스에 필요한 단계들과 소요되는 시간을 후향적 스케줄링으로 계산해서 각 단계별로 언제까지 끝나야 하는가를 계산하여 벤치마킹을 하게 하였다. 그 후로는 지각하지 않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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