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이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폰 등에서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되는 댓가로 애플과 삼성 등에 거액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1998년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형성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려 했던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사건이 조명받고 있다. 역사가 반복되는 듯한 이 사건은 시장질서 재편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기술 산업의 흐름을 돌아보게 한다.
1990년대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선도하던 회사는 넷스케이프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대응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결합하여 무료로 배포했으며, PC 제조업체들에게도 넷스케이프 브라우저 탑재를 제한하도록 압박했다. 이에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시작했는데,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내부 문서에는 “숨통을 조여라”, “짓밟아 버려라” 같은 공격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었고, 법원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관행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 판결의 가장 큰 수혜자는 넷스케이프가 아닌 구글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무료 번들 전략으로 경쟁력을 잃은 넷스케이프는 1998년 AOL에 인수되었다. 반면, 반독점 소송으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격적인 전략을 축소하고 보다 신중한 경쟁 전략을 택하면서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 무렵 설립된 구글은 이러한 기회를 활용했다. 2008년 출시된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는 빠른 속도, 구글의 다른 서비스와의 원활한 연동 등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갔다. 그 결과, 2012년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32.8%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2019년,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은 4.4%까지 급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 판결의 또 다른 수혜자는 애플이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1985년에 애플에서 해고되었으나, 1997년 위기에 처한 애플을 구하기 위해 복귀했다. 당시 애플은 PC 시장 점유율이 4% 미만으로 추락하며 파산 위기에 몰려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애플에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회생을 도운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당시 반독점 소송으로 압박을 받고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이 사라질 경우 독점혐의가 더욱 강해질 것을 염려하여 애플을 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그 대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Mac 운영체제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복제했다는 혐의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기회를 활용해 혁신에 집중했다. 그 결과, 아이팟(2001년), 아이폰(2007년), 아이패드(2010년)와 같은 제품을 탄생시키며 애플은 새로운 혁신 리더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가치는 애플보다 훨씬 높았으나, 모바일 컴퓨팅의 부상으로 인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경쟁에서 뒤처져, 2010년 시가총액에서 애플에 뒤쳐지게 되었다.
2025년, 이제 구글이 반독점 소송의 중심에 서 있다. 구글의 지배력이 약화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구글의 주요 경쟁 검색엔진 빙을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물론 구글 검색엔진의 성능이 빙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구글을 기본 엔진으로 선택하게 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에 돌아갈 혜택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
구글에 대한 더 큰 위협은 AI 기반 검색 기술의 부상이다. 기존의 키워드 기반 검색처럼 사용자가 여러 웹사이트를 방문하며 정보를 찾을 필요 없이, AI가 직접 요약된 답변을 제공하는 챗GPT나 퍼플렉서티 같은 AI 답변 엔진이 기존 검색 엔진의 역할을 점차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AI 검색이 보편화될 경우, 검색 결과에 나타난 링크를 클릭하는 사용자 수가 줄어들어 구글의 핵심 수익원인 광고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구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AI 기반 검색 기능을 도입하고 있지만, 검색 광고를 기반으로 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위험을 감안하여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 구글이나 애플 같은 신흥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던 것처럼, 오늘날 구글 반독점 소송과 AI 기반 검색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검색 엔진 시장 뿐만 아니라 기술 산업의 지형을 다시 한번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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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국 칼스테이트 롱비치 교수 마케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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