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이 많은 사람. 인간관계가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과 잘 연결되어 있는 사람. 발이 넓고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사람. 흔히 이런 사람을 마당발이라고 한다. 마당발은 그 사람의 능력이다. 중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마당발이라 해도 진정한 인맥은 한계가 있다.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은 150명에 불과하다. 이 150명의 관계를 ‘던바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 법칙은 옥스퍼드대학 로빈 던바 교수가 최초로 주장했다. 그는 저서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에서 ‘한 사람이 제대로 사귈 수 있는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했다. 그는 아프리카 야생 원숭이의 집단생활을 관찰한 결과 영장류의 주로 복잡한 것을 담당하는 대뇌 영역인 신피질 크기를 고려할 때 친밀 관계를 맺는 대상이 150명이 넘지 않는 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150을 던바의 수라고 한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호주나 뉴기니, 그린란드 등 원시부족국가의 평균 구성원 규모는 대략 150명 정도였다 현대 전투에서 지휘관이 직접 지시를 할 때 200명이 넘으면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발견했다. 조직관리할 때도 150명이 최적임의 추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후 SNS에서도 최적의 친분관계는 150명 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인맥이 수만 명에 이르는 사교적인 사람과 몇 백명에 불과한 사람과 직접 비교를 한 결과 두 그룹간의 진정한 친구 사이는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SNS 친구가 수천 명에 달해도 실제로 긴밀하게 지내는 친구는 150명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흉금을 털어놓고 지낼 수 있는 사이는 2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던바의 법칙은 3배수 법칙으로도 불린다.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정한 절친은 5명이다. 그 다음 절친 15명, 좋은 친구 35명, 친구 150명, 아는 사람 500명, 알 것도 같은 사람 1,500명이라는 것이다. 이 법칙은 인간 관계의 양적 크기보다 질적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친구 숫자가 많고 적음보다는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무작정 친구를 만들기 보다는 내가 감당할만한 인맥이 더 중요하고, 진정한 관계의 적정선을 스스로 찾아 의미를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흔히 인맥을 금맥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인맥을 쌓기보다는 다이어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친구하고도 잘 지내기 힘든데 새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는 친구들 간의 불상사도 무시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새 친구가 생기면 절친을 예전처럼 챙기지 못할 것도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소중한 친구일수록 더 소홀히 대할 때가 있다. 친구는 많고 시간이 부족할 때 그런 실수를 저지른다. 조금 소홀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해줄 것이라는 쓸데 없는 믿음이 문제다. 친한 친구일수록 많은 것을 이해하고 양보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친해도 오랜 시간 소홀해지면 친밀한 정분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무서운 날이 오지 않도록 하려면 인맥다이어트를 서서히 해나가야 한다. 적어도 더 이상 의미 없는 인맥은 확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점점 적을수록 인맥 쌓기보다는 옥석을 가리듯 인맥다이어트가 필요한 셈이다.
세상을 둘러보면 잘 나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주변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러다가 그런 사람이 망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 떠나간다. 진정한 친구는 모두가 떠나고 아무도 없는 그 순간에도 곁에 함께 있어주는 친구다. 그런 친구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 곁에 있어 준다. 모든 것이 그 의미를 잃어 가더라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여준다. 어려울 때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힘들 때 곁에서 도와주고 싶은 친구. 성공했을 때 시기심 없이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은 친구. 이런 친구들이라면 평생 같이할 만한 진정한 친구다.
가을향 짙어지는 시월. 불현듯이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은 많으나 만날 사람은 적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겐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란 질문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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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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