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구매 소액 물품에 관세 면제
▶ 중국 발송 물품 해외 구매품 분류
▶ 세수 구멍 vs 빈곤층 지원 ‘양날의 검’
▶ 폐지되면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
지난 10월 17일 LA항에 수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구매 소액 물품에 적용되는 무관세 규정을 폐지할 경우 중국계 초저가 온라인 쇼핑몰 제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이터]
온라인 쇼핑몰 ‘테뮤’(Temu)와 ‘쉬인’(Shein) 등은 매우 저렴한 가격 때문에 사용자가 많다. 이들 온라인 쇼핑몰이 초저가 판매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100년 넘게 시행된 무관세 규정 덕분이다. 이 규정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시행된 고관세 부과를 합법적으로 회피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테뮤, 쉬인 등 중국계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 경쟁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아마존도 최근 테뮤, 쉬인에 맞서기 위해 초저가 상품만 취급하는 ‘아마존 홀’(Amazon Haul)을 론칭했다. 아마존 홀 역시 테뮤와 비슷한 제품군으로 구성하며 무관세 규정을 적극 활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 해외 소액 물품 구매자 위한 규정
경제 전문가들은 많은 전자 상거래 업체는 물론 일반 소매업체까지도 무관세 규정을 활용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에 대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100년 넘게 지속된 무관세 규정을 폐지할 경우 테뮤나 쉬인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은 최소 20% 넘게 오를 전망으로, 저가 제품 구매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 가구의 재정적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다.
무관세 규정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미국인들을 위해 1930년대에 제정됐다. 무관세 규정에 의해 미국인 여행객이 해외 여행지에서 구매한 물건을 미국으로 가지고 올 때 일정 구매 금액까지 면세 혜택이 부여된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 세관 보고서에 800달러가 넘는 물품 구매 여부를 보고하는 것이 바로 무관세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해외에서 산 물품의 가격이 800달러를 넘지 않으면 무관세 규정에 의해 관세가 면제된다.
최근 몇 년간 테뮤, 쉬인 등 중국계 초저가 온라인 쇼핑몰이 전자 상거래 시장에서 이 면세 규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가 이들 온라인 쇼핑몰이나 앱을 통해 주문한 물품이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소비자의 집으로 직접 발송되면, 구매자는 ‘수입자’로 분류되고, 미국 여행객이 해외 여행지에서 구매한 물품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것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구매자는 무관세 규정에 따라 관세와 기타 수수료는 물론 번거로운 수입 관련 서류를 피할 수 있고, 온라인 쇼핑몰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 수 있게 된다.
▲ 중국 직접 발송 소액 물품 무관세
‘미국 세관국경보호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에 따르면, 하루에 약 400만 개에 달하는 물품이 무관세 규정 적용을 받아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작년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약 30%가 테뮤나 쉬인에서 주문된 물품이며, 최근에는 아마존 홀처럼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는 미국 소매업체들도 무관세 규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20달러짜리 중국산 티셔츠에는 약 1달 60센트의 관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테뮤나 쉬인을 통해 중국에서 직접 발송되는 같은 티셔츠를 구매하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을 찾는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몰로 몰릴 수밖에 없다.
무관세 규정에 대한 미국 소매업체와 제조업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국섬유협회’(National Council of Textile Organizations)의 킴 글라스 대표는 “쉬인과 테뮤와 같은 중국계 기업이 미국 제조업체의 비용으로 세금 규정을 악용해 전자 상거래 매출을 증대시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쉬인 측은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무관세 규정 수정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테뮤와 아마존 측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쉬인과 테뮤는 중국 기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테뮤는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이 소유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창업한 쉬인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다.
▲ 미국 경제에 ‘양날의 검’
무관세 규정을 활용하려는 전자 상거래 업체 증가 현상은 미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다. 무관세 규정을 적용받는 물품을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가 늘면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불리한 현상이다. 관세 수입 감소로, 모조품 단속 등 세관 활동에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미국 정부로서도 반길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면세 혜택을 통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저소득층 소비자들에게는 무관세 규정만큼 반가운 세법이 없다. 경제학자 파블로 파이겔바움과 아밋 칸델왈이 최근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무관세 규정이 폐지될 경우 100달러짜리 제품 가격이 124달러로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저가 제품 가격이 오르면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무관세 규정이 적용된 중국산 저가 제품을 구매하는 저소득층의 비율이 부유층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두 경제학자는 논문에서 무관세 규정으로 ‘빈곤층 친화 무역 정책’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 새 정부에 의한 폐지 전망 제기
트럼프 2기 임기가 시작된 뒤 무관세 규정이 어떻게 시행될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세금을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대선 캠페인 내내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의 공약대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될 경우 테뮤, 쉬인, 아마존 홀과 같이 무관세 규정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려는 기업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에드 그레서 전직 무역 부서 관계자는 현 ‘진보정책연구소’(Progressive Policy Institute) 연구원은 “관세가 인상되면 기업들은 이를 회피할 방법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라며 “그중 하나가 (무관세 규정을 지칭하는) ‘미소 기준’(De minimis)으로 이 규정은 합법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서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을 실시할 경우 무관세 규정을 수정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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