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정부 효율성’ 개선 계획이 순조롭게 시작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의 첫 인선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 효율성 업무를 관장할 두 명의 후보를 나란히 지명한데서 너끈히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주 ‘잡음’을 몰고 다니는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 등 두 명의 억만장자가 차기 행정부에 신설될 ‘정부 효율성’ 부서를 이끌 것이라고 발표했다. 새로 설치될 연방 기구의 목표는 이해충돌의 소지가 다분한 두 지명자의 배를 불리는 게 아니라 문패를 떼어낼 다른 연방기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관료주의를 축소하기 위해 때론 이를 선제적으로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연방정부 구조 개편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공무원 급여제도는 1949년에 말뚝처럼 고정되어 있고 정부 회계감사와 인사처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탁월한 인재를 신속히 채용하거나 무능력한 직원을 속시원히 잘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아젠다는 좋은 의도의 정부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전직 대통령이자 차기 행정부의 수장으로 선출된 트럼프의 의도는 그의 이익에 봉사하는 대신 헌법수호 서약을 지키려는 경력직 전문 인력과 전문가들을 벌주고 숙청하는 것이다.
비영리기관인 공공서비스 파트너십의 막스 스타이어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는 선거의 승자가 아닌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130년 전통의 초당적 합의를 깨고 엽관제로의 회귀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라마스와미의 우스꽝스런 동행사역은 아마도 언론의 집중적인 조멍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공개된 빈약한 세부정보로 볼 때 정부효율성부는 이빨없는 자문위원회의 역할을 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리만 요란한 효율성부보다 더욱 위협적이고 독성이 강한 구상은 트럼프에 대한 충성을 입증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대규모 숙청 계획이다.
예를 들어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정치적으로 미운털이 박힌 군 장성들의 퇴출을 위한 행정명령 초안을 작성중이다. 행정명령의 표적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결여한’ 장성들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를 따르지 않는 군 인사들이 제거 대상이다.
말 안듣는 공무원들을 깨끗이 ‘쓸어내는’ 보다 광범위한 작업은 벌써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1차 집권기 말미에 트럼프는 행정부의 직업 공무원들을 ‘스케줄 F’라 불리는 새로운 범주로 편입시키는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스케줄 F 지정은 경력직 공무원의 보호권을 박탈함으로써 트럼프의 사적 이익에 부합하는 정부 인사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였다. 스케줄 F는 공무원 공직 보호권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부당하게 파면이 된다해도 구제받을 길이 없다.
결국 전문적인 기능과 능력에 기반을 둔 비당파적 공무원 집단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일하는 정치적 피임명자 그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예산분석가, 식품안전 검사관, 수질검사관, 파시 전문통역사, 범죄자들의 금융장부 추적 전담 회계사, 암 연구원 등 기능직 공무원들도 스케줄 F 전환 대상에 속한다. 만약 이들이 트럼프, 혹은 그의 독재자 친구나 정치자금 기부자 가운데 누군가의 비위를 거스른다든지 정치적으로 불리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거나 법에 위배되는 명령을 거부한다면 가차없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전에도 정적을 상대로 공권력을 무기처럼 휘두르려는 트럼프의 시도를 막으려다 목이 날아간 고위 관리가 적지 않았다.
1차 임기 말기에 트럼프는 시간에 쫓겨 스케줄 F를 완전히 시행하지 못했지만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첫날 이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에 동조하는 여러 그룹들은 해고해야 할 경력직 공무원들의 이름을 담은 매카시 풍의 ‘감시 대상자’ 명부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성소수집단의 특정한 성별 지칭 대명사를 공유하는 경력직 공무원들까지 살생부에 포함시켰다.
스케줄 F는 이른바 ‘딥 스테이트’(deep state) 정화를 위해 트럼프가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농업경제와 농촌개발에 관한 최상급 연구를 담당해온 소형 독립 통계기구인 경제연구서비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떠올려 보라. 연구원들이 푸드스탬프, 기후변화와 관세 등 보수주의자들에게 정치적으로 불편한 연구 결과를 내놓자 트럼프 행정부는 돌연 경제연구 서비스 직원들에게 1,000마일 떨어진 새 사무실로 전원 이전할 것을 명령했다. 직원들의 3/4는 강제 이전 대신 자진 퇴직을 선택했다.
트럼프의 선거자료는 공무원들에게 가족과 헤어지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후 경제연구서비스에게 적용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눈에 거슬리는 다른 정부 기관들을 날려버리겠다고 약속한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효율성’이라는 단어로 은폐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효율성을 중시하는게 사실이라면 적어도 이제까지의 정권 인수단계에서 그같은 노력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인 진영은 보안허가에 필요한 기본 문서 서명을 소홀히 하거나 스탭 브리핑을 등한시 하는 등 표준화된 정권이양 작업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들이 넘겨받을 관료주의 체제를 이해하고 개혁하는데 관심이 있다면 이런 기본적이고 표준화된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어쨌건 트럼프와 그의 우군들은 그들의 진정한 목적이 공권력을 이용해 동지들에게 상을 주고 적에게 복수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 백악관 전략가인 스티븐 K. 배넌은 조만간 닥칠 연방정부 숙청을 ‘거친 로마식 정의’로 규정하고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와 같은 기관이 ‘싹쓸이’ 되는 등 이 나라를 파괴하려 시도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방정부는 전에 엽관제를 운영한 적이 있다. 사실 엽관제는 트럼프의 영웅인 앤드류 잭슨 대통령 아래서 시작됐으나 부패, 무능, 부정행위 및 폭력으로 국민적 반발에 직면한 후 1883년에 펜들턴 법이 제정되면서 막을 내렸다. 안타깝게도 트럼프에게는 이런 부정적인 요인들이 강점으로 받아들여진다.
워싱턴포스트 오피니언 담당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게 있다: 만약 당신이 연방 공무원이라면 당신의 직업과 차기 행정부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정부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우리와 공유한 생각은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로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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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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