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행복하다. 때로 인생의 거센 폭풍에 시달리고, 실패의 구덩이에 빠져도 주변 사람들과 금새 좋은 관계를 맺고,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모든 일이 원만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감이 없고 불행하다. 손상된 자존감 때문에 힘든 사람들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년기, 자아 정체성이 제대로 정립되기 전에 일어났던 어떤 일들, 어떤 말들의 영향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어린 시절에 듣고 자라는 말들, 보고 크는 것들, 형성된 습관들이 이후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좋은 부모되기가 참 힘든 이유가, 성인이 된 후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내면에 형성된 것을 넘어서 개선하기가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이 아이의 평생의 행복을 위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기 원한다면 적어도 자녀에게 결코 하지 말아야 할 말, 다음 다섯 가지를 이를 악물고 명심하기 바란다.
1. 자녀한테 배우자 험담 (양육자가 조부모라면 자녀 혹은 자녀의 배우자 험담)을 하지 말라: 엄마나 아빠에 관한 험담을 듣고 자라는 것은 자녀가 평생 가지고 갈 자신에 대한 이미지, 즉 자아상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자녀는 바로 그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태어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자녀의 잘못을 야단칠 때, ‘너는 누구 닮아서 이렇게 공부를 싫어하냐’, ‘네 아빠랑 성질이 똑같네’, ‘너희 엄마가 저러니 애들도 이 모양이지, 뭘 보고 배우겠어’와 같은 말을 곁들이지 않도록 주의하라. 이것은 자녀의 중심을 손상시키는 말이다. 아이들은 훈육이 필요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꾸중을 들어야 할 때도 있다. 가능한 야단치는 시간을 짧게 하고, 아이 기준에서 알아듣기 쉽게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야단치라. 아이의 성격이나 성향, 타고난 모습에 대한 비난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자녀의 외모나 표정을 지적하는 말도 주의하라.
2. 자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라: 예를 들어, 자녀가 무서운 감정을 느꼈다고 하면, ‘괜찮아, 뭐가 무서워. 이거 무서운 거 아니야.’라고 대응하는 것은 얼핏 들으면 친절한 대응같지만, 자녀의 감정을 부정하는 말이다. ‘무서웠구나. 정말, 무서웠겠다.’라고 공감하고 충분히 안아 준 후에,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해 주는 쪽이 아이는 더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또한 공감을 받은 아이는 부모의 말을 더 잘 경청할 준비가 된다.
3. 자녀를 형제자매, 혹은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라: 이것은 삶의 기준이 항상 외부에 존재하며, 남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비교의 괴로움과 부담을 지속적으로 자녀에게 주게 되면, 자녀의 마음에는 부모에 대한 분노와 반항심이 싹트게 되며, 나아가 가족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비교의식에 시달리는 것은 결코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없게 만들고, 충분히 만족할 만한 좋은 결과를 낸 후에도 행복할 수 없게 만드는 정신적인 방해물이 된다. 또한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상대를 만났을 때, 그로부터 배우고 발전하겠다는 성장의지를 갖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이 비교되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자격지심, 더 심하게는 패배의식을 가지게 되므로, 나보다 나아보이는 사람을 공격하고 중상모략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등, 인격 형성에도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4. 당신의 불행, 혹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책임을 자녀에게 지우지 마라: 많은 불행한 엄마들이 야단을 치다가, 아이들에게 신세한탄을 한다: ‘너 때문에 괴로워 죽겠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는 거다, 너만 안태어 났으면 진작에 이혼했다’, ‘너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니?’,…… 불행한 삶, 감정의 책임을 아이에게 지우고, 아이의 존재를 부정적인 일로 만드는 것은 자녀를 우울증에 시달리게 하고 나아가 자살충동까지 일으킬 수 있는 재앙의 씨앗이 된다.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거나 부부갈등으로 힘든 엄마들이 자신의 감정과 삶에 대해 독립심을 잃어버릴 때, 무의식 중에 감정의 책임을 가장 힘이 없는 자녀에게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녀의 자존감을 생각하는 어른이라면 자신의 감정,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책임지고, 아이의 중심, 존재 가치를 흔드는 말로 힘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5. 부모가 욱하는 감정으로 소리치며 야단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지 마라: 어른들도 상대방이 욱하고 감정을 드러내면 불쾌하고, 상처받는다고 느끼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욱해서 소리지르면 감정이 상하는 것을 넘어서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그 폭력성에 충격을 받는다. 이것은 마치 한 가정에 침입한 여우 한 마리와 같은 것이다.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조그만 그 여우 한 마리가 한 가정을 처참하게 짓밟고 무너뜨릴 수 있다. 어른들은 따끔하게 혼내면 아이가 교훈을 더 잘 기억하고 훈육이 잘 이루어지리라 기대하지만, 부모의 언어폭력 감정폭력에 충격 받은 아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망각하려고 하므로, 소리치며 하는 훈육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육아 전문가들이 말한다. 또한 욱하고 소리지르는 것, 성질이 나서 때리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학대 행위이다. 자녀의 자존감 형성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며 크는 아이의 마음에 높은 자존감이 자리 잡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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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메릴랜드주 ESOL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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