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딸네 집을 방문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중소도시로 살기 좋은 1위로 오른 시카고 근처 네퍼빌이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정신없이, 아니 부지런히 사는 모습이 대견하고 정말 아이들의 천국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고 하겠다. 무슨 아이들 활동이 그리 많은지 6살의 막내 아이가 농구경기를 한다고 응원하러 가야 한단다.
우리 세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여기에서는 과외활동으로 일반화 되어 있는 모양이다. 축구를 비롯하여 합창, 무용, 수영 테니스, 야구, 체조 등이 거의 필수로 하는 것을 볼 때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체력이 국력이란 표어가 기억나는데 자라는 세대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체력인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한국에서는 죽어라 영수국 과외만 하고 있으니 대학에 들어가서 체력이 딸려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있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 아니랴!
이민 1세대는 광야같은 이민생활에 적응하느라고 미쳐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하여 주지 못한다.
자식은 마음대로 못한다고 했는데 저들이 자연스럽게 제짝을 찾아 각각 아들 하나, 딸 둘을 낳아 정성들여 키우는 것을 보며, 해마다 전 가족 사진을 만들 때마다 더없는 축복의 감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주변에서 부러운 눈으로 ‘참으로 좋은 사진입니다.' 또는 ‘축복받은 가정 풍경입니다' 할 때는 세상에서 제일 은혜를 많이 받은 가정으로 흐뭇한 심정에 감사찬송을 부른다.
사실 미안함이란 내가 하는 일을 어떤 이유로 하지 못한 부족함과 실수를 인정하는 겸양에서 오는 심정이라면 대견함이란 남이 도와 주지 않아도 혼자서 더 많은 노력으로 애써 노력하여 결실을 얻어가는 것이라면 스스로 정진함과 부모에 대한 보답으로 열심히 그 은혜에 보답하여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 여겨져 자식이지만 부모로서 고마움과 믿음직한 심경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무슨 일이나 사소한 것들을 손주들에게 챙겨 주면 ‘탱큐 그랜파, 그랜마' 할 때마다 평소에 감사를 일상생활에서 습관처럼 달고 사는 모습이 그리도 귀엽고 고마울 수가 없다.
마침 연말이라 크리스마스 기분이 한참 무르익은 계절이라 집안엔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찼는데 선물 상자며 장식불과 12월1일부터 25일까지 날짜를 채워가는 칸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강절의 신앙심을 어려서부터 길러 주는 모습도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다.
갖고 싶은 선물과 함께 왜 우리가 예수님의 탄생이 중요한가를 다시금 재음미하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하는 재인식이다. 때맞추어 방문한 딸네 집에서 손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도 축복이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응원해 주는 가운데 열심히 뛰는 손주들은 여간 신이 나는 일일까!
돌아 오는 차에서, 서로 마주 보고 웃고 떠드는 가운데 삼대가 모여 웃음에 꽃을 피우는 정경은 참으로 더할나위 없는, 사람 사는 천국의 모형이라 여기고 싶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돈 주고 자랑할 일이다.
큰 손녀가 합창 발표회를 한다고 하여 온가족이 출동을 하여 참관을 하였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연습한 합창을 들으려고 거의 삼대가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가득 채우고 한곡이 끝날 때마다 우렁찬 박수로 응원을 보낸다. 큰 손녀도 어느덧 10살, 무대에 서니까 더 커 보이고 더욱 성숙해 보여서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엊그제 아장아장 걷던 녀석이 이제는 동생들을 보살피고 제 엄마를 도우는 것을 보면 세월은 쉬지 않고 흐르고 아이들은 달마다 해마다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마치 채소들처럼 몰라보게 빠르게 크는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나이를 먹고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자연의 이치를 그 나이에 되어서야 비로소 아는 진리가 아니랴!
가끔 나이를 잊고 살자고 다짐하지만 때로는 지금 몇 시인가. 인생의 시간은 어디쯤인가 하는 질문이 생기면 벌써 오후 7시인가? 그래 맞아 70대로군! 하는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귀가 시간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고 잘한 것, 잘못한 것, 마무리 하지 못한 것, 꼭 해야할 것 등을 점검하고 만약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후회없이 미련없이 훌훌 털고 ‘안녕히 계세요!’하고 떠나 가야 하지 않을까.
인생의 끝날까지 미안함과 대견함 그리고 하나 더 감사함으로 인생을 마무리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자 기도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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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명 매나세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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