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어원적 표현을 빌리면 ‘갈등’은 토양을 공유하는 칡(葛)과 등나무(藤)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뜻한다. 사회가 복잡화하고 분화되면서 발생된 다양한 가치와 이념이 갈등을 유발한다. 때에 따라서는 집단간 대립이 심각해져서 생산적 토론보다는 소모적 싸움이 전개되며 사태가 악화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갈등이 사회구성원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권력과 자원분배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된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개인은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충족시킬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 욕망을 성취해 나간다. 아담 스미스나 하이에크가 말하는 ‘거대 사회’ (Great Society)를 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갈등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정치인데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독재, 민주로 갈린다. 권위적 정부는 통합을 내세워 탄압과 처벌로 갈등을 해결한다. 열린 정부는 연대를 내세워 여론과 타협으로 갈등을 해결한다. 여러갈등 중에서 노사간의 갈등과 정당간의 갈등, 그리고 계층간의 갈등을 관리하지 못한 국가와 정치는 민주주의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노사갈등은 노동과 자본의 불공정 배분에서 출발한다. 1920년대 ‘보통 선거권’이 노동자에게 주어지면서 그들의 정치적 참여가 확대됨으로써 노사갈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보통선거권이 주어졌다는 의미는 정치적으로 모두가 평등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통선거권을 통해 쟁취한 정치적 평등은 소득과 부의 불평등으로 인해 희석되고 말았다.
정당갈등은 노사갈등과 파벌에서 출발한다. 립셋과 로칸은 정당간의 갈등은 “노사갈등으로 좌우 정당 구조가 정착되어져 두 세력간의 이념과 정책이 충돌하고 분출하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 했다. 또한 제임스 메디슨은 정당내 갈등은 ‘연방주의자 논문집’에서 파벌이 근원이라고 했다. 갈등 게임은 누가 더 많이 사람을 끌어 모으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그래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대변 하고 효율적인 게임을 할 수 있는 팀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정당이다. 원래 정당은 가치나 이념으로 결성되어 출발하였다. 그런데 몸짓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어 인물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파벌이 생기고 파벌이 격화되어 갈등을 불러왔다. 정당갈등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미국 건국 헌법이다. 세계 최초의 공화제 정부 형태 지방자치 주정부와 대통령제 정부 형태 연방정부를 탄생 시킨 미국은 삼권 분립과 양당제를 통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면서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하며 ‘다양성’과 ‘다원주의 원칙’을 수용하는 훌륭한 대의 민주주의를 탄생시켰다.
계층간의 갈등은 부의 불평등에서 출발한다. 그럼 부의 불평등은 왜 생기는가? 자본수익률(4%)이 경제성장률(1.5%)을 언제나 앞서 왔기 때문이다. 조세제도의 개혁을 통해 소득 재분배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 소득격차는 저절로 줄어들지 않는다. 정부정책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시장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내재하면서 항상 효율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시장은 자원과 소득을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시장이 탐욕으로 왜곡되면 이 기능은 마비되고 자본의 집중이 소수에게 쏠려 불평등이 생기는 것이다.
불평등의 생산자 자본주의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는 현재까지는 민주주의 뿐이다. 미국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으로부터 경제권력을 분리하려 했던 건국 아버지들의 시도로 출발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정당도 없고, 선거도 없고, 대표자를 교체할 권한이 없다면 자본가와 한통속인 권력자들에 대한 책임 정치를 물을 수가 없다. 선거는 투표를 통해 평화적으로 정기적으로 정부를 교체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고 했다. 선거는 시민들이 권력의 독점과 경제적 불평등을 통제하겠다는 강한 권력의지의 표현이다.
민주주의 큰 축인 정당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한 표결을 통해 다수파의 의지에 따라 결정하는 국정운영은 민주주의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 서로 이해관계에서 분출된 갈등을 상호 조정해서 합의로 의사를 결정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 갈등은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조절하고 관리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혜로운 대화정치, 타협정치, 협의정치의 미학이 필요한 이유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평등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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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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