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만큼 오래가는 것도 있을까? 캠페인에서 취임식까지 2년여가 걸린다. 선거자금 또한 수십억 달러이다. 2016년 선거는 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2013년에 비하여 두 배라고 한다. 대부분 후보의 선거자금의 상당한 액수는 수퍼PAC(Political Action Committee)에서 나오는데 수퍼PAC은 수년전 대법원이 시티즌 유나이트의 발의를 합법화 시켜줌으로써 어느 회사나 유니온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도 특정 후보에게 무한 액수의 선거자금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다. 결국 금권정치를 합법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대선에서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늘 경제였다고 기억된다. 이번의 미국 대선도 어김없이 경제이지만 각 후보의 경제관이 참 다르다. 월가를 개혁하여 경제 양극화를 바로 잡겠다는 버니 샌더스 의원의 돌풍 활약과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부동산 부호 트럼프가 공식후보가 된 것이다. 버니 샌더스의 돌풍적 위세는 민주 당정에 그의 기후변화 정책을 그대로 다른 부분에서도 상당히 그의 공약들을 포함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클린턴 후보를 겨냥한 샌더스 의원의 공격 포인트는 엄청난 액수의 돈을 월가에게서 받은 자가 어떻게 극심한 경제불평 등의 진원지인 월가를 개혁할 수 있겠는 가였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겨냥한 공격 포인트 중에 하나도 수백만달러의 유산으로 시작한 부자가 어떻게 미국의 꿈을 찾아온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지도자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기원 전 400여년 전 플라톤은 저서 ‘공화국’에서 소름끼치도록 오늘 미국의 선거양상을 걱정하고 있다. 그의 공화국에서는 정치인 즉 수호자들은 일정액을 보수로 받고 필요이상의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 특히 수호자들은 금과 은은 “신으로 받은 신성한 것이지만 보다 신성한 금속은 마음속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금과 은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쇠 부스러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금과 은은 지상의 불순물임으로 그것으로 인하여 마음속의 신성한 금속을 더렵혀서는 안된다. 이 비천한 금속은 신성하지 못한 많은 행동의 근원이다. 그러므로 수호자들은 금이나 은을 만질 수 없고 금은이 있는 집의 지붕 아래에서는 잘 수 없고 금은으로 된 패물을 달거나 가질 수 없고 금은으로 만든 잔으로 술을 마셔서도 안된다.
그의 공화국은 소수의 수호자 계급과 그 밑에 군대와 보조원 계급이 있고 방대한 기반의 상공농민 계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공농 계급 즉 경제 계급의 현저한 특색은 강열한 소유본능과 경쟁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 계급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 병에 걸려있다. 이들은 정의나 명예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소유의 무한한 증대만을 갈망한다. 플라톤은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자는 국가 통치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수호자들은 평생에 걸쳐 각종 훈련과 시험을 통하여 철학자가 되고 그후에 또 실질적인 경험과 훈련을 거쳐야 될 수 있다. 반면 경제적 인간은 사치와 독점을 조건으로 수호자가 그들에게 행정적 독점을 허용하리라는 희망을 언제나 품고 있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그가 염려하던 그대로이다. 우리의 생활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속에서 소수의 경쟁력을 갖춘 경제인들의 독점체제 아래 지배되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많은 듯하나 그 뒤를 들여다 보면 문어발처럼 다양하게 다른 이름으로 다른 브랜드로 뻗쳐나간 제품과 서비스로 존재하는 독점 산업들. 플라스틱 산업, 병물 산업, 화학산업, 총기 산업, 화석연료산업, 대형유통 산업 등은 가속화 되는 IT, 인공지능, 빅 데이타 기술의 발전과 함께 ‘휴대폰과 지구를 바꿀’만큼 정의는 커녕 생명의 기반인 생태계를 파괴해 가면서 까지 무한소비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대법원이 허용한 수퍼 PAC, 수호자에게 비천한 금속을 만지게 해서 마음속의 신성한 금은을 오염시키게 하는 이 법이 이를 증명해 주지 않는가?
우리 모두는 비천한 금속으로 마음이 병들어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 중에서도 가장 심한 중독에 걸렸을 뿐만 아니라 지독한 나르시즘 환자이기도 한 자가 공식 대통령 후보가 되는 이 사회가 병들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런 측면으로 보면 자신의 소속 정당에서 상대후보 몰아주기를 공공연히 행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용히 물러나는 샌더스 의원이 고맙다. 미국이 병든 마음의 대통령에게 지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쟁자였던 상대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화가 난 자신의 후원자들을 달래는, 수퍼PAC을 거부한 흰머리 노 의원의 단호한 얼굴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 회복을 위한 희망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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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기후변화 전문가 워싱턴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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