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4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 찬성 51.89%, 반대 48.11%로 EU 탈퇴를 선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영국은 지난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만에 국민투표를 통해 탈퇴를 선택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데에 12년이 걸렸는데, 이제 다시 나가는 데도 그만한 세월이 걸릴 수 있다” 고 가디언은 보도하고 있다.
이 지루한 기간은 탈퇴로 인한 후유증을 수습하는데 수많은 난관과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자본의 메카니즘에 의해 투자자금이 영국에서 탈출을 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주가는 폭락할 것은 자명하다. 다국적 기업들은 뒤이어 영국을 떠나게 되고 4%이상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된 영국의 상품은 경쟁력 저하로 수출 부진으로 이어져 국내총생산(GDP)이 줄고 무역적자가 발생하여 실업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세수 또한 큰 폭으로 감소하여 공공부채, 세금의 증가 및 재정 긴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멀쩡한 영국 경제가 보수당내 유럽연합 회의주의자들(Eurosceptics) 과 포퓰리스트 영국독립당(UKIP)과 극우주의자들의 정파에 발목 잡혀 너무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영국은 전체 수출의 44%를 유럽연합에 의존하고 있으며 EU 회원국중 외국인직접투자(FDI)도 2014년 기준 EU 28개 회원국에 유입된 FDI는 7조8천억 달러인데 영국은 1조7천억 달러(21.4%)로 EU내 외국인 직접투자의 최대 수혜국이다.
잔류쪽에 투표한 유권자의 볼멘 소리가 지구촌으로 울려 펴지고 있다. 노인들의 “젊은 세대들의 미래를 망쳤다"는 주장의 75%가 EU 잔류를 지지한 영국 젊은층에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교육 소득 수준별 여론조사를 보면 고소득층, 고학력자, 전문직 종사자들은 브렉시트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저소득층, 저학력자, 노동자들은 브렉시트를 강하게 찬성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화로 인해 확대된 자유무역, 기술 발전과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고 안정적인 수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유럽과 미국의 노동자에 대한 불만을 야기시키는 주 원인이다.
브렉시트 사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성난 유권자들의 정서를 바탕으로 분노와 불만을 이용하여 정치적 입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포퓰리즘 정치 이상, 이하도 아니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마이클 고브 영국 법무장관이 브렉시트 캠페인의 선두에 서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이 ‘유럽의 악몽’ 히틀러까지 소환했다. “나폴레옹, 히틀러는 모두 유럽통합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유럽연합은 이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중 한명인 제임스 매디슨이 그토록 우려했던 정당의 파벌싸움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치인들의 권력 투쟁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민문제나 난민문제 그리고 경제문제는 부수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민주주의 파괴는 결국 자본가의 승리로 귀결된다.
금융자본은 불확실성을 제일 싫어한다. 브랙시트 이후 주가지수, 환율 등 모든 경제지수가 폭락한 이유는 경제가 갑자기 나빠서가 아니다. 투기꾼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자산을 안전한 곳인 달러, 엔화 그리고 금으로 이동시켜 일어난 현상일 뿐이다. 다시말해 모든 경제지수는 탐욕자 투기꾼들이 생산해내는 산물에 불과하다. 여기에 편승하면 손해는 순진한 소액 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2007-2008년 월가의 탐욕자들에 의해 자행된 자본의 메카니즘이 10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탐욕의 검은 얼굴을 내밀고 유럽대륙에서 희생자를 찾고 있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최대의 정치적 수혜자는 트럼프이다. 트럼프는 지금 신이 나있다. 그는 이날 스코틀랜드의 본인 소유 골프장 재개장식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대단한 일이고 환상적인 일이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영국과 미국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는 곧 트럼프 승리의 전조’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는 기자의 귀띔에 트럼프 본인도 이를 의식한 듯 “정말 유사하다. 사람들이 자신의 나라를 되찾고 독립하고 싶어 한다”고 싱긋 웃으며 익살을 떤다.
유럽연합 지도부에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차를 질질 끌 이유가 없다는 싸늘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어떤 지연도 쓸데없는 불확실성을 연장 시킨다”며 “영국은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최대한 빨리 행동으로 옮기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헤어질 땐 뒤도 안 돌아봐야하는 법이다. 옆 사람한테 부화뇌동시키지 말고 나갈 거면 혼자 조용히 빨리 나가라는 얘기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은 신자유주의가 그동안 수십년 동안 남겨놓은 불평등에 대한 다수 대중들의 불만과 분노를 부추겨 발생된 포퓰리즘 정치에 불과하다.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세계민주주의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리는 이러한 세기적 과제를 해결해야 될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씨름해야 할 질문이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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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버크, V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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