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로 올해의 고등학교 졸업식 참석도 모두 마쳤다. 광역 교육위원인 나는 지역구 위원들에 비해 더 많은 졸업식에 참석한다. 의무적인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올해는 특수교육학교 넷을 포함해 모두 21군데에 참석했다. 예년보다 약간 적지만 그래도 졸업식이 모두 끝나고 나니 몸 전체가 뻐근하다.
지난 해 새로 선출된 동료 교육위원이 나에게 왜 그렇게 많은 졸업식에 참석하느냐고 묻는다. 한 일주일 정도 다른 일은 거의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답했다. 우선 어떤 특정 학교의 초청을 거절하기에 적절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한 3-4시간을 내면 가능하기에 어렵더라도 내가 좀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동료가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더 진지하게 설명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12명 가운데 아시아인은 나 하나다. 졸업식 단상 게스트 중 아시아인을 찾아 보기 힘들다. 졸업생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유색인이며 아시안계도 20% 가량 되는데 단상 게스트에는 아시아인이나 유색인이 거의 없다. 이제 대학이나 사회로 진출하는 학생들이 정책 결정 기관에 아시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수 천명의 하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나의 추가 설명에 동료 교육위원이 갸우뚱 하던 머리를 끄덕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졸업식에 참석해 배우는 것도 많다. 감동적인 장면도 많이 보는데 몇 장면을 소개한다. 우선, 킬머 특수교육학교 졸업식에서였다.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장애 정도는 아주 심하다. 올해 5명 졸업인데 3명만 참석했다. 2명은 너싱홈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졸업식 초청 연설자가 버지니아 주 중부에 위치한 체스터필드 지역에서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 장애자 학생이었다. 휠체어를 탄 그의 팔다리 모두 기형이었다. 두 다리와 한 팔은 전혀 쓰지 못하고 나머지 한 팔의 사용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또한 말을 할 때면 힘을 모아서 해야만 소리가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런 장애를 극복하고 이번 가을에 대학에 입학해 심리학을 전공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장애자 졸업생들에게 그 누구로부터도 장애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지 말라고 한다. 장애를 노력으로 극복해 그들의 선입견이 잘못임을 증명하라고 주문했다.
헤이필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도 감동의 장면들이 있었다. 우선, 선생님들이 투표로 선정하는 최우수상을 받은 학생의 얘기이다. 이 학생이 4년 전 미국에 처음 오기 전에는 미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졌다. 시리아에서 자랄 때 미국에 대해 그렇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국이 내전에 돌입해 가족 모두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해 왔다. 그런데 미국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놀랍게도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감사했다. 고등학교를 거의 다 마친 상태에서 미국에 왔지만 전쟁 상태인 시리아에서 학점 취득 증명서를 가져 올 수 없었다. 그래서 9학년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제 나이도 21세나 된다. 처음 도착시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던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풀타임으로 저녁에 일까지 해야 했다. 동생들도 돌보면서 말이다. 그러한 형편이면서도 그는 급우들이 힘들어 하는 일이 있을 때면 자신의 어려웠던 경험담을 나누면서 격려해 주었다. 급우들과 선생님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결국 졸업식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또 다른 학생의 경우 작년에 졸업 했어야 하는데 12학년 중간쯤에 애뉴리즘(동맥류) 으로 뇌출혈에 이어 2개월 간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난 후에도 오랜 재활 과정을 거쳤다. 그러면서도 졸업에 필요한 나머지 과목들을 마치고 이번에 휠체어를 타고 졸업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의 경우 올 봄에 사망해 어머니가 대신해서 졸업장을 받았다. 그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숙연한 순간이었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13년간 노력해 이번에 졸업한 모든 학생들과 그들을 뒷받침해 준 부모님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친 선생님들에게 치하의 인사를 드린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또한 졸업생들의 밝은 앞날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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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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