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인가?’ 누군가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이어서 ‘당신은 문학가인가?’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 대답할 것인가? 우선 사전을 찾아보면 ‘문학’ 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 또는 그런 작품.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따위가 있다’라고 쓰여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이 ‘문학’ 이라는 뜻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 보도록 하자. ‘문학이란 무엇인가?’(유종호)라는 책에 문학을 설명하는 이런 내용이 있다. ‘문학이야말로 아이들의 틀에 박히지 않은 정신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어서 그 말이 어디로 뛰건, 그 자체가 천진한 기쁨이며 즐거움이다. 그 속에서 자신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현대시의 기원인 보들레르가 말하지 않았던가. 진정한 문학예술이란 다시 되찾은 유년이라고. 문학은 이처럼 꽉 짜인 일상 속의 특별한 축제와도 같은 사건이다.’ 이것 또한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문학이라는 것은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들처럼 자유분방하며 그 자체가 즐거움과 기쁨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글을 보고 ‘이게 글이야?’, 혹은 ‘이사람 글은 왜 이 모양이야?’라고 혹평을 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행동은 문학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한 편의 소설이나 시를 보고 사람마다의 느낌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물론 글이라는 것이 문장과 문맥이 서로 정해진 약속, 즉 문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좋기는 하지만 도덕적이나 교육적으로 크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 또한 어느 정도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현대문학이나 예술의 흐름이기도 하다. 최근에 ‘작가의 요청에 따라 문법에 맞지 않은 글을 수정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넣는 책이 많아지는 것도 흐름을 반영한 하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을 비롯한 예술의 유행은 과거의 형식과 틀에서 탈피할 때 발전이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 한 번역가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한글 번역판에서 ‘지금까지 한국인은 잘못 번역된 책을 읽어서 원래 내용을 다르게 알고 있다’며 자신의 번역서 절반 가까이를 할애 해 잘못된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하여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1960년대에 거의 첫 번역이 나온 후 이어진 번역서의 대부분이 비슷한 번역을 하였다 하기에 조금 충격적인 내용이라 몇 권의 번역서를 읽기도 했다. 오역을 했다고 주장하는 작가에 대해 첫 번역의 제자들이 들고 일어나 소동을 일으켰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의 번역문학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80년대 이전 한국의 시집이나 제목은 많은 것을 함축한 짧고 간단명료한 것이 정석처럼 되어 있었다. 예로 김소월의 <진달래>, 천상병의 <허상> 같은 것이 대표적인 시 인데 그나마 조금 긴 제목이 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정도 였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와 원태연 시인의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 생각을 해’,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같은 시집이나 시의 제목만으로도 시의 내용을 거의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길게 하더니 최근에는 SNS 시집이라 하여 달랑 한 줄을 써서 ‘시’라고 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문학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며 나는 문학가인가?”를 생각해 보자. 오스트리아 태생인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적 철학 논고’에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하였다. 뜬금없이 철학자의 주장을 문학에 접목시키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변경의 여지가 없는 진리도 인간 사고의 법칙에 불과한 것으로 인위적 법칙과 다름이 없다고 정의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니 내가 주장하는 ‘문학’이라는 것이 진리일리도 없겠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쓴 글을 내 준거 틀에 가두어 ‘아니다’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자기 마음이나 느끼는 것을 용기를 가지고 자꾸 써야 한다. 그럴 때 자신이 문학의 발전도 있을 수 있고 건강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
송권식 포토맥 문학회 후원이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