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신문! 가만히 되뇌어 보면 가슴이 뛰고 만감이 교차한다. 6월 8일 6시30분, 한 동포 신문의 창간 44주년, 지령 1만호 발행 기념 만찬이 열렸다. 세월의 길이로 보면 실로 반세기라는 엄청난 고난의 기록이며 지령 1만호는 1만리 마라톤 우승자의 머리에 얹혀진 수난과 감동의 땀으로 얼룩진 처절한 월계관이다.
우리가 신문없는 이민생활을 상상할 수 있을까? 문득 두려운 생각이 앞선다. 동포신문 없는 이민사회, 그것은 삶의 숨결과 맥박이 이미 끊어진 정적과 암흑의 벌판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삶의 맥박과 같은 동포 언론의 역할과 기여를 까맣게 잊고 제 잘난 맛에 살아 온 은혜를 모르는 무뢰한이 아니었나 하는 부끄러움에 온 몸이 오그라드는 무한함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이제라도 모든 동포 언론의 기여와 공헌에 지극한 찬사와 감사를 드린다.
고단한 새벽 잠을 깨우는 플로리다 마켓의 생존의 법석과 잊을만 하면 되풀이 되었던 코너 스토어의 비극적 강도 살인사건을 보도해야 했던 동포 신문의 고통처럼 척박한 이민사회의 신문 경영은 가시밭길 이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창간과 폐간의 굴곡을 이기고 오늘에 건재하는 모든 언론이 우리 동포들의 찬사와 감사와 환호를 받는 것으로 어찌 다 보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인터넷 때문에 신문경영이 날로 어려워지는 듯하여 걱정이다. 그러면 인터넷이 종이 신문을 완전 대체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IT로는 관심있는 섹션과 주제만 골라보기 때문에 동포사회 전반을 감지하지 못하는 제한성에 빠지게 된다. 종이 신문은 지면을 넘기면서 크고 작은 제목을 더듬다 보면 뜻밖의 기사를 접하게 되어 그만큼 사회를 보는 안목이 포괄적이며 풍부하게 된다. 그래서 특히 신세대 동포 리더들에게 종이 신문을 반드시 구독하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신문구독료 월 15불이 부담이 되지 않는 대부분의 한인 가정 집집마다 신문 한 부 구독하기를 동포 자강운동으로 펼쳐 종이 신문을 계속 건실하게 지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실한 동포 정치력 신장 운동의 활성화는 동포 신문의 건재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모국과 달리 동포 신문은 사실상 동포 소통과 공론의 유일한 현장이다. 그 곳에서 지지와 공감, 이론과 반대로 동포의 공론이 형성되고 각종 생활정보가 교환된다. 무형의 커뮤니티 센터인 셈이다. 그러므로 동포 신문은 재정적으로 사기업이지만 공익 언론의 사명과 정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나는 지역 일간지들을 구독하면서 아쉽게 느꼈던 두가지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 내 주시기를 당부한다.
첫째, 모든 언론이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적대적 배타적 경쟁 의식을 버리고 경영 기술과 독자 만족도로 당당한 공생의 경쟁을 펼치기 바란다. 어떤 신문은 상대 신문에 기고한다고 그 필자의 글은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이 있지 않나 싶은데 오피니언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열린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나는 처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둘째, 한인 공익 단체의 분열을 촉성하는 반 동포 행위자를 옹호 대변하는 기사가 거침없이 무분별하게 보도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제는 동포 공공 이익에 반하거나 단결을 저해하는 부정적 기사는 배제하거나 보도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면 극히 축소 보도하여 공익성에 충실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언젠가 분열의 분란 속에 있는 회의에 참석한 일이 있었는데 그 회의에 한 신문사의 취재 기자는 온 일이 없는데도 다음날 아침 그 신문에는 분란을 일으킨 인사의 제보를 분별없이 대서특필한 기사를 보고 아연했던 일이 있었다. 신문 경영인의 엄격한 감독이 필요한 부분이다.
끝으로 어느 민족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교육 제일주의를 고수해 왔듯이 동포 언론들도 교육 지향성을 계속 추구해 주시기 바란다. 한국학교에서 하지 못하는 특성 교육 중 어린이 미술공모전이 있어 다행인 반면 새싹 음악도들을 격려할 이벤트가 없어 아쉽던 중 작년부터 음악 콩쿠르가 제정되어 여간 반갑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동포 신문의 잡초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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