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평가 팀 가동·교직원 훈련 등
대학들, 교내 총기참사 대비책 마련 총력
우울증 대학생 15%로 급증
“치열한 입시 경쟁이 원인”
조승희가 버지니아 텍 캠퍼스에서 32명의 학생과 직원을 집단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후 지난 1년간 대학들은 위험 학생들이 무고한 생명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안전망으로 이런 학생들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극적일 정도로 강화해 오고 있다. 전국 학생처 관계자 협회 그웬돌린 던지 사무국장은 “버지니아 텍 사건 이후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표현한다.
대학들은 통상적으로 교직원과 기숙사 관계자, 심리학자, 경찰 등으로 위험 평가 팀을 만들어 교내 참사에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위험 요소가 있는 학생들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하기 위해 수시로 회합을 갖는다. 뉴욕의 한 대학 카운슬러는 버니지아 텍 이전에는 약 20% 정도 대학이 이런 평가 팀을 운영했으나 지금은 거의 모든 대학이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모두 다른 학생들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살이 보다 보편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것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우려를 자아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 대학건강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0%이던 대학생들의 우울증 비율이 2007년에는 15%로 늘었다. 그리고 캠퍼스 상담센터를 찾는 학생들의 23%가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것은 1994년 9%에서 크게 늘어난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캠퍼스 총기 참사를 예방할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나 원하면 총을 가질 수 있다”고 버지니아 법대 정신상담 및 법률 전문가인 리처드 보니는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나온 버지니아 텍 참사 보고서는 소름끼치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조승희가 보인 문제점의 징후를 감지했음에도 서로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빌라노바 대학 상담센터 소장인 조앤 위트니는 “사이코로 변해 가는 학생들의 문제점은 체육 관계자라든가 여학생 클럽 관계자, 혹은 교수 등에 여러 사람들에 의해 동시에 감지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교들은 교수들과 직원들을 상대로 학생들의 위험 신호를 감지해 내는 훈련을 시키고 있다. 272개 대학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66% 대학이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 될 경우 해당 학생은 치료를 요구받기도 하고 학생 부모들에게 통보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승희 부모는 심리 상담에 의해 아들이 정신병으로 판명됐으며 통원 치료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통보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은 명분이 있을 경우 대학은 학생의 정신병 치료를 요구하고 부모에게 연락할 수 있으며 학교 안전에 우려가 있다는 관련 자료가 뒷받침 될 경우 자퇴까지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우울증과 조울병은 대개 대학 시절 첫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을만한 상대가 없는 학생들이 이런 증세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미시간 대학 다니엘 아인스버그 교수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더 위험하며 소수민족 학생들의 고립감이 더 심하다.
대학 진학을 위한 고교시절의 치열한 경쟁은 아이들 정신 건강에 문제를 초래한다. 뉴욕의 심리상담 전문가인 수전 립킨은 “학생들은 고교시절 성인들보다 더 인상적인 경력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면서 소진돼 버린다. 리얼리티 쇼에 나타나 듯 점차 승자 대 패자로 나뉘는 문화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정신 질환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는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사실을 학교에 알리지 않는다. 조울병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하바드대 4학년 수전 푸틴은 학교의 어느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 놓지 않았다. “적응이 너무 힘들었다. 가장 달라진 것은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이라는 지원시스템이 있었지만 하버드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조금씩 친구를 만들어 가면서 시험 스트레스를 이겨냈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불안감과 우울증을 이겨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질환과 폭력을 동일시하는 일반인들의 인식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겪고 있는 한 학생은 “나는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신질환을 폭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낙인을 찍는 일”이라고 말했다.
피츠버그 의대 에드워드 멀베이 교수는 “정신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비폭력적”이라며 폭력적 행위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전조는 직전의 폭력인데 조승희의 경우 참사 발생 전 물리적 공격이 보고 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결론은 “대량 학살 참극은 예상하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또 캠퍼스 대량 학살 참극은 끔찍하지만 1,600만명의 미국 대학생중 이런 참극에 희생될 확률은 번개에 맞아 죽을 확률과 같다고 전문가들은 밝힌다. 그럼에도 대학 당국들의 노력은 가치가 있다. 이것이 헛고생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목적의 실수라면 아무 것도 안하는 실수보다는 낫다는 것이 학교 당국자들의 입장이다.
정신질환 경각심 환기
대학생 대상 교육·홍보 활발
학생들에게 정신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 시키고 치료의 중요성을 교육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이 많이 보는 mtvU 채널은 ‘제드 재단’(Jed Foundation)과 공동으로 8,000회에 달하는 공공서비스 안내를 내 보내고 있다. 메리 빌지 같은 유명 가수를 내세운 정신질환 치료 홍보 비디오도 나가고 있으며(halfofus.com) 제드 재단이 만든 카운슬링 센터(ulifeline.org)도 있다. ‘Active Minds, Inc’는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기 위해 대학생들이 만든 단체. 지난 2001년 탄생한 이 단체는 현재 119개 캠퍼스로 조직이 확산됐다.(activeminds.org)
학생들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복용하거나 복용량을 줄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도 문제이다.
지난 2월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5명을 죽이고 자살한 스티븐 캐즈미어첵은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을 먹어 오다 부작용을 이유로 복용 중단한 상태에서 참극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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