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금수 조치 위반 여부 조사
▶ 엔비디아칩 밀수 여부도 염두에 둬
▶ “개인정보 유출될 것” 불안 자극도
▶ ‘스타게이트’ 중심 기업·투자사 결집
▶ 오픈AI, 투자금 중 26조 투입 검토
▶ MS·메타도 AI 투자 계획 재확인
미국 중심 인공지능(AI) 산업 판도를 뒤흔든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를 향해 미국 정부와 산업계가 연일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준수 여부’ 조사에 착수하며 ‘딥시크 때리기’를 본격화했다. 내부적으로는 챗PT 개발사 오픈AI가 57조 원대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등 AI 산업 경쟁력 강화 노력에 속도를 냈다. 온 나라가 ‘중국 견제’ 및 ‘내부 결속’에 몰두하며 딥시크의 기세를 꺾으려 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30일 미국 상무부가 딥시크의 AI 모델 ‘R1’ 등에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고사양 AI칩이 사용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도입했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딥시크가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딥시크는 R1 개발 과정에서 중국 판매가 허용된 저사양 AI칩만 사용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산업계는 제재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고사양 AI칩 밀수 통로’가 존재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은 싱가포르 기업들이 엔비디아로부터 구입한 반도체를 중국 기업에 재판매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매출 20%를 차지하는 싱가포르가 사실상 ‘대중 반도체 수출 우회로’라는 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식이다. 다만 엔비디아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 딥시크 관련 불안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24일 미 해군에 이어 미 국방부와 의회, 기업 수백 곳이 보안을 이유로 딥시크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미 의회는 “위협 인자들이 이미 악의적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수단으로 딥시크를 활용하고 있다”며 중국 해커에 의한 악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AI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오픈AI는 최대 400억 달러(약 57조 원)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66억 달러(약 9조 원) 유치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또한 이날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재확인했고, 미 국립연구소는 오픈AI와 추론 AI모델 ‘o1’을 활용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특히 오픈AI의 ‘66억 달러 자금 조달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오픈AI, 미국 오러클과 함께 스타게이트 합작사 설립에 참여하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최대 250억 달러(약 36조 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오픈AI도 투자금 중 180억 달러(약 26조 원)를 스타게이트에 투입할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스타게이트 구상을 중심으로 AI기업과 투자사들이 서로 투자금을 주고받으며 대거 결집하는 모양새다. 미국 기술매체 더버지는 “딥시크와 스타게이트의 등장은 AI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의 딥시크 견제 행보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공화당과 산업계 일부에서 제기한 “딥시크가 오픈AI의 데이터를 무단 사용했으며 중국의 미국 AI모델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특히 문제가 됐다. 미국 CNN방송은 “전문가들은 딥시크가 표준적인 업계 관행 내에서 오픈AI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본다”며 “미국 기술 리더들이 딥시크를 악당처럼 보이도록 낙인찍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픈AI도 자사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기 위해 언론 기사를 도용했다는 비판을 받고는 ‘공정한 사용 범주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고 꼬집었다.
최근 딥시크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던 사이버공격 대다수가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중국의 의혹 제기도 AI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대립이 과열된 정황을 보여준다. 딥시크는 지난 27일 미국·유럽 등에서 돌풍을 일으킨 뒤 이틀간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에 시달렸는데, 해커들이 모두 미국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사용했다고 중국 보안업체와 언론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로 인해 딥시크는 최근 신규 이용자 등록 등 일부 서비스를 일시 제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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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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