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애초부터 비핵화 의도한 적 없어, 향후 북의 제안도 립서비스 가능성 높아
▶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 여전히 위험요소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숱한 전문가들도 예측 못한 2차 하노이 회담의 결렬 충격은 또한 우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특히 미국을 움직이는 지배계층(Establishment)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입증해주었다. 이에 본보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과 미 국민의 심층 여론을 한국의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미 국민의 시선, 미국을 움직이는 워싱턴의 핵심 엘리트의 속마음을 통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김수원 (Soo Kim) /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가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에서 정책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인 2세다.
CIA 북한 분석가 출신으로 최근까지 국토안보부(DHS)에서 활동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러시아 전문가로 리더십,정책결정, 체제, 안보, 정보 네트워크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더 힐, 내셔널 리뷰, CIA 연구, 더 디플로맷 등에 기고하고 있다.
2015년 ‘한국 사례 연구’를 발표했다. 한반도 전문가로서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BBC 등과 인터뷰했다.
예일대 졸업후 존스합킨스(SAIS)에서 국제관계/전략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핵문제에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북미대화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북한의 요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 앞서 북한이 처음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혔던 2018년 초반으로 돌아가 보자.
워싱턴은 비핵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핵화의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성급하게 평양과 만나기로 했다. 이는 인식의 차이나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북한이 비핵화를 의도했던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핵화 로드맵, 핵동결, 임시 동의안 등을 거론해왔다. 이러한 오판은 북핵문제 해결은 물론 한반도 평화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있어 방해가 되고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다음 단계도 원활하게 풀리는 만큼 나아가는 방향과 변화되는 상황을 비교, 검토해보면서 정책을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 북미정상이 다시 만날 가능성, 다음 정상회담의 시기는 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 정상 회담의 시기는 워싱턴이 만날 준비가 됐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북한에 달려있다. 북한은 올 연말까지로 시한을 정해놓았지만 미국의 협상가들은 북한의 불확실성 때문에 판단을 주저하고 있다.
미묘한 위협으로 시작된 북한의 도발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고해진 만큼 가정할 수 없는(what if) 북한의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결국 북한의 행동에 따라 시기가 결정될 것이다.
- 북미협상을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른 거래(deal)로 본다면 북한은 미국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미국은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그간의 북미협상 과정을 돌아보면 앞으로 워싱턴에서 협상 테이블에 무엇을 올려놓을 수 있을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 예측불가능성이 위험요소라는 지적이다. 워싱턴의 제안은 한미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 파장을 예상해보면 우려가 적지 않다.
한편 북한이 미국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제안은 애매모호하고 포괄적이지 않을 것이 분명한 만큼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가?
▲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와 대화하고 그들이 북한 정권을 어떻게 보는지에 달려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과의 타협을 주장한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선의 해법은 북한의 핵을 수용하고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며 핵 시설 동결 등과 같은 점진적인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과연 북한의 핵 위협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해야한다. 북한이 수십년을 노력해 이룬 핵 기술을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핵무기로 미국과 다른 이웃나라를 위협하고 싶은 유혹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등 북한은 결국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하고 더 많은 나라를 인질로 잡고 싶어 할 것이다.
한편 평화와 비핵화를 동전의 양면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독사의 독을 빼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화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은 끊임없이 무기를 개발해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믿을 수 없는 비핵화를 조건으로 세계를 위협할 것이다.
- 그렇다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 적절한 조건 하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긴장완화를 위한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북미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고 일관되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협상과정이 단기적인 평화에는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 짧은 평화의 시기는 미국과 한반도, 동북아 정세에 훨씬 더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시켰다. ‘불확실한 것’을 달성하려는 북한의 욕구와 압박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평가하고 접근하려는 비전을 왜곡시킬 수 있다.
- 한반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트럼프 대북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정성과 원칙에서 벗어난 협상과 외교, 유연한 정책이든 더 강력한 정책이든 분명한 방향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선택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고 볼 수도 있다.
- 북한 문제가 2020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
▲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요인(North Korea factor)을 자신의 재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달려있다. 적절한 시기에 북한 카드를 뽑아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높이기에 충분하지만 잘못된 계산으로 북한 카드를 사용할 경우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악의 경우 평양과의 교착상태로 인해 워싱턴은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 최근 주한미군 주둔비용 등과 관련해 논란이 적지 않다. 주한미군의 역할은 무엇이며 철수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는가?
▲ 주한미군 철수의 파급효과는 한미동맹을 넘어 광범위하고 심도 있게 연구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한미관계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동맹, 지역 전력 균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한반도에서 미군은 북한과의 충돌뿐만 아니라 더 넓게는 동북아 안정성과 지역 안보유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상상해보자. 일본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다른 지역의 동맹국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또한 지역구도가 바뀌는 상황을 중국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 등과 관련해 워싱턴과 서울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여론은 주한미군 철수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워싱턴과 서울이 공유하는 역사와 가치를 통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위협하는 폭풍을 극복하길 바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 지난 몇 년간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는 정책에 대한 관점, 정책의 우선순위가 달라 균열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정 가능하고 극복 가능한 일이었다.
한미동맹의 가치는 전략적, 이념적, 역사적 관점에서 양국 모두 굳건한 기반을 두고 있다.
- 중국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 때때로 중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 견인력을 발휘하는 독특한 열쇠의 역할을 해왔다. 평양과 베이징이 서로 진정한 동맹국으로 여기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중국과 북한은 상호 공통의 편의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장기적 전략적 이해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도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는데 있어 중국이 워싱턴의 가시(prickly thorn)가 되어 괴롭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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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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