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핵개발은 미 적대적 정책 때문” 주장
▶ 북한이 핵 해체 선언하고 과정 공개하면, 미국, 제재완화·안전보장 등 상응조치해야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반도 평화의 길은 다시 요원해진 느낌이다. 미국은 북한을 외면하고 있고 북한은 한국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해진 사실은 한반도의 평화가 남과 북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힘들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는 국제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요동치고 있으며 미국이 결정적인 키를 지닌 강대국이라는 것을 북미회담의 순항과 파행에서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숱한 전문가들도 예측 못한 2차 하노이 회담의 결렬 충격은 또한 우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특히 미국을 움직이는 지배계층(Establishment)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입증해주었다. 이에 본보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과 미 국민의 심층 여론을 한국의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미 국민의 시선, 미국을 움직이는 워싱턴 핵심 엘리트들의 속마음을 통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로리 대니얼스 (Rorry Daniels)
미국 외교정책위원회(NCAFP) 산하 아-태 안보포럼(FAPS) 프로젝트 부국장을 맡고 있다. 동북아시아 안보 관련 회의를 주최하고 아시아 관련 출판물, 행사 등을 지원, 관리하고 있으며 아태 지역 안보 이슈를 주제로 정기적인 언론 인터뷰, 뉴스레터 등을 작성, 분석하고 있다. 중미관계 국가위원회, 북한 국가위원회, 태평양 포럼 CSIS 영리더, 한국 김구재단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뉴욕대학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에 지역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학부는 에머슨 칼리지에서 언론학을 전공했다.
- 한국전쟁을 통해 심화된 남북갈등과 경쟁은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미국과 북한의 만남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뉘게 된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반도 특유의 상황, 휴전협정으로 일시 정지된 전쟁이 7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식적인 해결은 없었다.
분단의 역사는 남북한 서로 다른 정치 시스템, 경제 격차 등으로 이어져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발전한 남한과 경쟁하기 위해 북한은 핵무기, 탄도미사일 개발 등으로 고립을 자처하게 됐다. 이러한 북한의 상황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갈등의 당사자인 미국과 한국, 북한은 남북미 삼각관계에 있어 경쟁적 이해관계, 우선순위에 대한 화해를 이루지 못했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 북한은 세계 최대의 경제/군사 강국인 미국의 ‘적대적 정책’(hostile policy)에 대한 반응으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핵개발을 위해 국민건강과 복지에서 막대한 희생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핵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로 핵 억지를 위해 리비아와 이라크에 미국이 개입했던 사례를 인용하기도 한다.
서로의 입장을 좁히지 못하는 협상의 어려움, 특히 잘못된 계산으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만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문제만 반복할 수도 있다.
- 북미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 정책 관계자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 미 정책 관계자들은 북한이 다시 협상의 테이블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실무자 차원의 의미 있는 협상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스톡홀름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지만 미국은 협상의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북미 양국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방안, 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북미 양국이 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나?
▲ 북한은 핵 프로그램 해체를 선언하고 그 과정을 분명히 밝혀야하며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 제재 완화와 안전 보장 등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북한과의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북한은 여전히 충분히 좋은 조건에서 회담을 진행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용인 하에 경제 성장을 막는 제한을 없애고 비핵화 과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북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저지할 수단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양국의 기대는 다르다. 북한은 실무진 참여를 위한 장기적인 대안으로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의 역할을 오해하고 있다. 때문에 실무 차원의 회담이 생산적이지 않을 경우 앞으로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날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 협상을 앞두고 미사일 실험을 감행하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미사일 실험은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능력이 개선된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연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특정 국가가 될 수도 있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효과, 또는 국내용일 수도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무기를 자랑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춰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 한반도를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각국의 이해충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은 북핵문제를 다른 이슈와 분리시키는데 성공적이었다. 동북아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바뀌는 광범위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가 다른 이해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잘 조정했다는 평가다.
동아시아에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중첩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비핵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중국은 체제 안정성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 한반도 비핵화의 공통된 목표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 공통된 목표를 실현하는데 있어 가장 중대한 장애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믿지 못하는 ‘전략적 불신의 역사’(the history of strategic mistrust) 때문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그간 여러 차례 협상이 있었지만 양측은 서로의 의도에 대해 광범위한 전략적 불신을 갖고 있다. 대다수의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북한을 계속해서 나쁜 행위자로 간주하고 있으며 북한의 김씨 왕조는 강탈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부와 안보의 양보를 추출하려는 육식 단체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이 북미관계의 전환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지만 미국의 정책분석가들은 여전히 북한을 믿지 않았다. 최근 김정은의 외교 활동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 시간을 벌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고 미국의 지역 안보 동맹 구조를 해산하려는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 미국 분석가들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이용해 한반도를 강제로 통합시킬까봐 우려하고 있다.
- 앞으로의 북미협상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 미국은 북한이 실무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한다. 보다 전문적인 실무협상을 비롯해 더 많은 시간과 전문지식을 총동원해야한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불과 8시간 반 만에 또는 몇 주 안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정상회담 과정은 북미 관계개선을 위한 양국의 정치적 의지를 반영하고 있지만 그러한 의지가 자동적으로 관계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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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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