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존슨이 밀턴의 ‘실락원’에 대해 했던 말은 2025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당시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도 이것이 조금 더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저물어가는 한 해의 끝자락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몇몇 순간을 되새겨보자.
식당 체인인 크래커 배럴은 회사 로고에서 멜빵바지를 입은 노인 이미지를 삭제했다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남아도는 많은 미국인들이 일제히 분노를 표출했기 때문이다. 연방 방연이민세관단속국(ICE)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사람, 돈과 상품, 특히 골치아픈 아이디어가 불법하게 미국 국경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덜레스 공항의 연방 방연교통안전청(TSA) 근무원인 한 트랜스젠터 남성은 TSA의 차별적인 정책으로 여성 여행객들의 몸수색을 할 수 없게 되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성전환을 통해 현재 대니얼리라는 여성으로 살고 있다.) 포드 모터스의 한 임원은 32년에 결쳐 2,229건에 달하는 동료들의 우스꽝스런 발언을 수집해놓고 은퇴했는데 그중에는 “그는 너무 행복한 나머지 탄광 속의 카나리아처럼 될 거야”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오클라호마 교육위원회는 젊은 주민들이 첨단기술 시대의 요구에 대비할 수 있도록 2020년 대통령 선거의 ‘사실 불일치’에 관한 교육을 의무화했다. 지식인들은 정말 세상 돌아가는 일에 둔감하다. 하버드 법대 측은 79년전 단 돈 27달러50센트에 구입한 마그나 카르타가 훨씬 후대에 복제된 여러 사본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영국의 연구진은 이를 1300년에 재발행된 희귀 사본으로 추정한다.
유치원에서 12학년까지의 교사들을 아우르는 노조인 전국교육협회는 300만 명의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히틀러는 유럽의 유대인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라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학살 옵션을 취하게 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링크했다. 다른 노조 관련 소식도 있다. (1979년까지만 해도 150만 명이던 회원수가 오늘날 40만 명으로 쪼그라든) 전미자동차노조(UAW)에는 2025년 현재 고등교육을 받은 약 10만 명의 프롤레타리아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UAW의 홍보이사나 비서실장은 자동차 공장에서 일한 현장 경험이 전무하다. 버몬트주 출신의 사회주의자 연방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는 많은 창고 노동직이 (a)비인간적이며 (b)업무 자동화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모순된 의견을 제시했다.
(‘단순한 MAGA가 아닌 어두운 고딕 MAGA’를 자처한) 일론 머스크의 DOGE(정부효율성부)는 사람들의 눈에 전혀 뜨이지 않는 정부 효율화를 이룬 후에 자취없이 사라졌다. 애초부터 DOGE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 부서 신설은 의회의 소관이기 때문에 대통령명에 기반을 둔 DOGE는 실체없는 기관이었다. 지난해 대선에 출마했던 카멀라 해리스를 낙선자로 만드는데 일조한 팀 월츠 미네소타 주지사는 올해 대중연설에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미네소타 주의 양대 기금은 거의 200만 주에 달하는 테슬라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장장 24일 동안 계속된 2025년도의 산불은 LA 카운티가 2024년 당시 134명의 인명구조원들에게 지급했던 7,080만 달러 가운데 일부를 소방관들에게 사용했어야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 당시 인명구조원들 가운데 한 명의 연봉은 자그만치 52만3,351달러였다.
미국의 대통령은 몹쓸 장난꾸러기다. 그는 황금 왕관을 쓴 채 직접 전투기를 몰아 ‘노 킹스’ 시위대의 머리 위로 배설물을 투하하는 AI 합성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았다. 대통령은 허위 이력을 앞세워 연방하원의원에 선출됐다가 선거사기로 실헝을 선고받은 조지 산토스의 형량을 감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는 늘 공화당에 투표하는 용기와 신념 및 지력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어련하시겠는가.
트럼프는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개칭하라고 명령했다. 1945년에 맨해튼의 식스스 애비뉴(Sixth Avenue)는 애비뉴 오브 더 아메리카스(Avenue of the Americas)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바뀐 거리명을 사용한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공화당 내에 ‘아첨 대잔치’가 뜨거운 가운데 연방하원의원 중 한 명이 러시모어 산에 도널드 대통령의 얼굴을 새겨넣도록 의무화하자는 법안을 상정했다. ‘골퍼 최고통수권자’인 골프광 트럼프의 에티켓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 라이더컵의 미국인 관중은 유럽선수들을 향해 저속한 욕설을 퍼부었다. 보호무역주의도 NBA에서 활개치는 외국 선수들을 막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지난 6월에 막을 내린 시즌에서 두 가지 정교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정된 다섯 명의 최우수 선수는 각기 캐나다, 세르비아, 그리스, 프랑스와 슬로베니아 여권을 갖고 있었다.
뉴욕에서는 (무료 버스와 무료 보육외에 숱한 ‘염가’ 공약을 쏟아낸) 사회주의자가 시장에 당선됐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더 기괴하게 할 수 있다”는 모토가 썩 잘 어울리는 시애틀에서는 43세인 사회주의 성향의 여성이 시장으로 선출됐다. 그녀는 부모로부터 생활비의 일부를 지원받으며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격적 사실 하나: 그녀의 양친은 모두 교수다.)
시애틀 시장 당선인은 커뮤니티 구성원들 가운데 특히 흑인, 원주민, 아시아·태평양계 주민, 라틴계/히스패닉, 유색인종, 여성, 이민자, 난민, 장애인과 2SGBTQIA+가 이끄는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서 Q는 퀴어(Queer: 동성애자) 혹은 퀘스처닝(Questioning: 성정체성 탐구)를, I는 인터섹스(간성), A는 무성애자(Asexual), 2S는 인디언 원주민 전용 젠더인 투 스피릿(Two-Spirit)을 뜻하는데, 요즘 이런 용어를 모른다면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시카고의 한 비영리단체는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체제전복 여름캠프’에서 트럼프에 대항하기 위한 ‘퀴어 매직’을 가르쳤다.
뉴멕시코의 고생대 화석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6,600만년전 직경 6마일짜리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기 전까지 지상에 공룡들이 번성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운석 충돌이후 모든 것이 황폐해졌지만 결과적으로 그 폐허 속에서 인류가 탄생했다. 이것이 과연 진보였을까? 앞에 열거한 2025년의 증거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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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F·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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