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
▶ 북미 모두 양보하고 싶어도 국내여론 의식해 행동 못나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다.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안전보장을 약속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단호하고 확고하게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였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반도 평화의 길은 다시 요원해진 느낌이다. 미국은 북한을 외면하고 있고 북한은 한국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해진 사실은 한반도의 평화가 남과 북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힘들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는 국제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요동치고 있으며 미국이 결정적인 키를 지닌 강대국이라는 것을 북미회담의 순항과 파행에서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숱한 전문가들도 예측 못한 2차 하노이 회담의 결렬 충격은 또한 우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특히 미국을 움직이는 지배계층(Establishment)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입증해주었다. 이에 본보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과 미 국민의 심층 여론을 한국의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미 국민의 시선, 미국을 움직이는 워싱턴의 핵심 엘리트의 속마음을 통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으로 한미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지난해 한국 관련 서적 ‘South Korea at the Crossroad’를 발간했으며 최근에는 온라인 블로그(Asia Unbound)에도 글을 쓰고 있다. CFR은 워싱턴의 영향력 있는 싱크 탱크 가운데 하나로 특히 CFR 정책보고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과 행정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보여 온 스나이더 국장은 CFR에 한미정책센터를 설립했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아시아 재단을 대표해 한국에 파견되기도 했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 포럼 선임연구원, 평화연구소(USIP) 아시아 전문가, 아시아 소사이어티 디렉터,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펠로우 등을 역임했다.
-북미협상을 앞두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이해 못할 도발을 해오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달 북미 실무회담을 앞두고도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감행했다. 협상을 앞두고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의 전략은 이미 악명이 높다.
한국이 ‘국군의 날’ 행사에서 미국에서 구입한 무기를 자랑했던 것처럼 북한도 최신 개발 무기를 과시하며 회담을 앞두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본다.
-기대를 모았던 스톡홀름 회담도 결렬됐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인정한 북한은 그동안 단거리미사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을 통해 미국과 ‘새로운 셈법’(new method of calculation)으로 거래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실무회담이 열렸으나 회담에 참가했던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유연한 접근, 새로운 방식의 창조적인 해법을 암시했던 미국이 정작 회담장에는 빈손으로 왔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앞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계획들을 소개하고 검토하는 기회가 되었다”며 “앞으로 스웨덴 정부의 초청으로 다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다시는 그런 역한 협상을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협상에 앞서 적대 정책(hostile policy)을 거두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북미협상의 탄력이 떨어진 이유는?
▲싱가포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했으나 이에 대한 북미 양측의 정의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때문에 언론은 이번 스톡홀름 회담에서 한층 부드러운 접근을 기대했으나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이 3년간 석탄, 섬유수출 등 일련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조건으로 영변과 다른 핵개발 시설에 대한 감찰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절함에 따라 미국은 또 다른 조치를 준비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양자 협상의 진전을 위한 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싱가포르 선언에서 언급된 북미 간 영구적 평화,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성명서 발표 등이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북한이 비핵화의 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과제다.
-싱가포르 회담 후 1년 이상 지났는데 워싱턴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
▲북미 정상 간의 호의적인 관계가 양국 정부의 관계증진으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맺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도 긴장완화, 평화증진을 위한 대북정책을 제안했지만 북한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북미대화가 변죽만 울리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북미 양국 모두 협상 테이블에 앉아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각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편의 양보만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양보하고 싶더라도 국내 정치(여론)를 의식해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협상 실패의 원인 가운데 하나다.
-대북강경파인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해임이 향후 북미협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사실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전망은 앞으로 북한이 최소한의 규범만이라도 지킨다면 점차적 핵 포기의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북미협상에서 미국은 완전한 핵 포기의 길을 제시할 것이고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없애면서 트럼프의 외교적 성과를 부각시킬 것이다.
-북미 양국은 서로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는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중되고 있는 국내 정치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또한 외교적 성과로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앞으로의 협상에 있어 양보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현실적인 관점에서 ‘주고-받기 식’(give-and-take) 협상을 통해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해 제재 속에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 놓을 것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의 연내 개최설이 나돌고 있다. 언제쯤 열릴 것으로 전망하나?
▲현재 상황에서 다음 정상회담 시기를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북미 양국이 준비만 되어있다면 언제든 정상간 성명발표나 서신교환 등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비핵화, 평화협정, 관계 정상화 등 비슷한 안건을 다루게 된다면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회담이 다시 열릴 때까지 양국은 서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이다.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화할 것이고 북한은 유엔안보리결의안 위반인 단거리 탄도 미사일 실험을 계속 이어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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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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