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이후 미국내 북한문제 관심 급증
▶ 북한과 관계 정상화 통한 한반도 평화 원해, 북미정상회담 재개, 실무자 협상이 가장 중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반도 평화의 길은 다시 요원해진 느낌이다. 미국은 북한을 외면하고 있고 북한은 한국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해진 사실은 한반도의 평화가 남과 북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힘들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는 국제적인 역학관계 속에서 요동치고 있으며 미국이 결정적인 키를 지닌 강대국이라는 것을 북미회담의 순항과 파행에서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숱한 전문가들도 예측 못한 2차 하노이 회담의 결렬 충격은 또한 우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특히 미국을 움직이는 지배계층(Establishment)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입증해주었다. 이에 본보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과 미 국민의 심층 여론을 한국의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미 국민의 시선, 미국을 움직이는 워싱턴 핵심 엘리트들의 속마음을 통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캐슬린 스티븐스 (Kathleen Stephens) / KEI(한미경제연구소) 소장
옥스퍼드대, 홍콩대, 프레스컷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5년부터 1977년까지 미 평화봉사단원으로 충청남도 예산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것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한국과의 연이 이어져 왔다. 1978년부터 2015년까지 외교관으로 봉직했으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부에서 주한미국대사로 지명돼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근무했다. 대한민국 주재 미국 대사 중 최초의 여성이었으며,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최초의 미국 대사이기도 했다.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이 있으며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그녀는 한국의 현대사와 한반도를 둘러싼 각종 현안에 해박하다. 현재 워싱턴 DC 소재 한미경제연구소(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를 이끌고 있으며 맨스필드 재단의 Distinguished Fellow, Pacific Century Institute 이사회 회장, 아시아재단 이사회 회장 등의 직책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최근 몇 년간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내 여론은 어떻게 바뀌어왔는가?
▲ 2017년,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고조됐을 때, 미국 내 여론도 북한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가졌던 개인적인 관심은 한미동맹의 가치와 무역, 경제, 외교 등의 여러 요소들과 맞물려 미국 내 여론이 한반도를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현재 한국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과거 수십 년 동안의 관심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국인은 한미동맹이 미국과 세계에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견해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치적인 환경에 있어 과거와 현재의 한미관계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 또한 배웠고, 이를 긍정적으로 가꿔나가기 위해선 양국이 기초 가치를 수호하려 노력하고 지속 가능한 사례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와는 달리 현재 남북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이유를 무엇으로 진단하는가?
▲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 관계 형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한국과 북한도 군사훈련 중단 등의 협정을 통해 나름의 신뢰를 구축했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그 이상의 진전이 없다. 현재 북한의 외교정책은 한국에 대해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북한에서 있었던 축구 경기에서 한국의 응원단 및 타 관계자들의 관전을 허락하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북한이 이런 작은 부분들을 잘 관리하고 신경 쓴다면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남북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텐데도 그렇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현재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어떻게 보는가?
▲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와 무역에 대한 가치,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위상 등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 이는 나조차도 처음 경험해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미동맹은 북한을 포함한 안보와 국방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원칙과 인권, 성차별, 형평성, 기후 변화, 경제 협력 등 한국과 미국이 함께 발전시켜나 나아가야 할 중요한 가치들이 많이 있다. 또, 미국은 현재 한국과 일본이 빚고 있는 마찰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의 지소미아 폐기 선언 이후 한일간의 마찰이 심화됐고 일본도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키는 강수를 뒀다. 지금의 미국은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됐다는 사실보다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되돌리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은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 미국은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관계를 개선시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볼 것이다. 근본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고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시켜 종국에는 한반도가 평화와 화해의 장으로 나아가길 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과의 대화는 진전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부시되던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을 성사시켜 중요한 한발짝을 내딛었다. 또,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한국전쟁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했던 군인들의 유해를 인도받기도 하는 등 소정의 성과들이 있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상을 성공시킬 전문 협상가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북한 또한 미국이 노력하는 만큼 호응하고 화답해주어야 할 것이다. 단,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단기간에 포기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북한의 비핵화는 꾸준한 협상이 필요한 장기적인 프로세스이다.
- 과거 미국과 북한의 협상은 왜 성공적이지 못했나?
▲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한 ‘북한과 미국 간 핵무기 개발에 관한 특별 계약(Agreed Framework)’이 있었다.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대가로 북미수교, 평화협정, 북한 내 경수로 발전소 건설과 증유 공급을 주 내용으로 하는 것이 주 골자였는데 이 계약은 미국 내 지지여론 부족으로 파기됐다. 그와 동시에 북한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6자회담이 열렸지만 그 때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필두로 한 북한 내부의 상황 때문에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북한은 미국의 식량 지원을 대가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핵실험 유예, 국제원자력기구 감시단 입북 허용 등을 보장하는 ‘2.29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후 하노이 회담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만나기 이전까지 실무자들의 현실적이고도 진정성 있는 협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미관계 형성 초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양국 간의 관계 형성을 촉진했지만 이제부터는 각 분야별 협상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투입해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
-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 중국은 한반도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한국과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에 있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이후부터 시 주석과 중국의 지도층은 중국이 세계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해왔으며 미국과의 경제, 군사, 외교 등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봤다. 그렇지만, 나는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일어나는 곳보다 협력이 이뤄지는 곳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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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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