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과리 치는 걸 ‘격쟁(擊錚)’이라고 한다. 사물놀이 할 때 듣던 이 소리를 억울할 때도 쳤던 적이 있었다. 태종 때의 ‘신문고 제도’는 익히 알려진 내용이지만 신문고가 궁궐 안에 있어서 일반백성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고, 왕에게 직접 알리는 데도 경로가 복잡해서 유야무야 되어버렸다.
조선후기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정조 때에 이르러 ‘왕의 행차’에 꽹과리를 치면 멈추고서 자초지종을 직접 물었다고 하니, 소통(疎通)의 가장 완벽한 수범(秀範)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2018년 새해가 밝았다. 개인적으로야 무슨 ‘목표’라는 걸 구태여 잡고, 말고 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세월이 빠르기만 하다. 새해니까 새롭게 하겠다는 것은 이제는 지극히 관성적으로 들린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분명히 다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은 특별할 게 그다지 없다고 해도 그다지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그 날 그 날 최선을 다하는 게 오히려 편하고 알기 쉽고 성취도가 높을 수 있다. 어제 위에 오늘, 그리고 내일을 얹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다.
2017년은 고국 한국에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한해였다. 아직도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천연덕스럽고 뻔뻔하게도 보인다. 누렸던 위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변명과 회피, 비굴한 모습들은 국민들로 하여금 ‘잃어버린 세월’만큼이나 분통이 터지게도 한다.
탄핵 이후에 새로운 정부가 재조산하(再造山河)에 대한 염원으로 출발했지만 어느 누구하나 단시일 내에 그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참고 기다리며 지지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굽힐 줄을 모른다. 그동안의 도탄과 질곡의 골이 얼마나 깊었기에 지극히 ‘평범한 나라 운영’임에도 70%대의 지지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지에 모두가 놀랍다. ‘교과서대로 하고 있다.’ 고 지난 8개월을 평가하고 싶다.
본립도생(本立道生), ‘기본을 세우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 논어(論語)에서 공자의 제자 유자가 했던 말이다.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기본이 무너져서 오는 것이요, 이 기본을 무너지게 하는 것은 범상(犯上)과 작란(作亂)이라고 했다. 즉, 가정에서 상하를 거슬리고, 사회적으로는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나라를 위태롭게 함이니 그 주동자를 처벌하여 나라의 안녕을 꾀해야 된다. 이건 누구나 해왔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여기까지라면 뭔가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인다. 또 이걸로 이글을 마무리 하기에는 내 자신이 생각해도 찝찝하다.
그런데 유자의 철학에는 이 본립(本立)과 함께 무본(務本)을 두 차례나 더 언급한다. ‘기본을 세우고, 기본에 힘쓰자.’ 왜, 기본이 무너지는 지 그 근원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는데 까지 찾아내서 기본을 세워야 비로소 ‘안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려 2,500년 전의 생각이다.
생각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거의 평생을 살아온 사람 같으면 아무리 ‘잃어버린 균형’을 이야기해도 그게 단시일 내에 바로 설 리가 없다. ‘균형적 성찰’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그게 무려 70년이다. 때로는 상황논리로 자신들만의 탐욕을 이리저리 갖다 붙이다보니 ‘국가의 기본’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흔들어 버렸다. 그렇게 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많은 사람도 필요 없었다.
거대한 방송사 하나 허무는데 한명으로도 충분했다는 것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기본이 그만큼 허약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동(反動) 또한 만만치가 않다.
예전 같았으면 이미 반동의 물결에 ‘본립과 무본’은 산산조각이 났을 터이고, 기본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힘 겨루기 싸움판’으로 이미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다.
그렇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다르다. 그 확실한 것은 국민 각자 모두에게 ‘꽹과리’ 하나씩이 들려 있다는 것이다.
이걸 아직도 모르고 있는 곳이 많다. 깜깜이다. 모양만 달라졌을 뿐 영락없는 쇳조각 수백, 수천만이 근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연히 서두를 이유도 그다지 없다. 원칙을 기본에 두고 융통성의 한계까지도 면밀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융통성이 없는 원칙’으로 국가가 경직되는 것도 그들은 있는 그대로 볼 것이고, 원칙을 버리고 ‘융통성의 무책임’에 빠지는 것도 정확하게 각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다소 더 걸리더라도 파악된 원인의 근본을 잡아간다면 ‘본립도생(本立道生)’을 이룰 것이다. 그래서 2018년은 격쟁(擊錚)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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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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