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을 존경의 마음으로 잘 따랐다. 친근하게 ‘파파 하이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이든 또한 “모차르트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이든의 <러시아 사중주>에 영향을 받아 작곡되었다는 모차르트의 <하이든 현악사중주 Op.10>. 하이든의 영향은 모차르트의 사중주 Op.10 전곡에서 골고루 느껴지지만 이 작품들은 전적으로 ‘모차르트스러운’ 곡들이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하이든 현악사중주>를 ‘매우 뛰어난 인물의 보호와 지도를 받도록 떠나 보내는 여섯 명의 자식들’이라고 표현하며 하이든에게 헌정하였다. 모차르트가 ‘여섯 명의 자식’에 비유할 정도로 애착을 담았던 작품이었다.
모차르트의 <하이든 현악사중주>
현악사중주 14번 G장조 ‘봄’
현악사중주 15번 D단조
현악사중주 16번 E♭장조
현악사중주 17번 B♭장조 ‘사냥’
현악사중주 18번 A장조
현악사중주 19번 C장조 ‘불협화음’
모차르트의 <하이든 현악사중주> 첫 번째 작품은 ‘봄’이라는 부제를 가진 14번 G장조이다. 1악장은 밝고 명랑한 주제로 시작하여 봄의 싱그러움이 전해진다. 보통 미뉴에트(Minuet)가 3악장에 위치하고 있는 것과 달리 2악장에 미뉴에트가 배치되었고 3악장은 느린 악장이다. 2악장의 미뉴에트에서 나타나는 ‘p’와 ‘f’의 셈여림 대조가 하이든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1악장에 등장하는 부드러운 선율선과 멜로디의 우아함은 단연 모차르트의 것이다. 이것은 날카롭고 리드미컬한 작법을 썼던 하이든과는 다르다. 모차르트도 19번 C장조 ‘불협화음’ 현악사중주의 피날레에서 하이든과 비슷하게 리드미컬한 작법을 쓰긴 했지만 1악장에서부터 사용하지는 않았다. 또한 14번 G장조 사중주는 마지막 악장의 푸가 스타일 작법이 인상적이다. 모차르트가 바흐의 음악을 접한 후 그것을 작품에 담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냥’이라는 부제를 가진 17번 B♭장조부터의 세 작품(17, 18, 19번)은 이전 세 작품(14, 15, 16번)보다 비교적 단순하고 경쾌한 성격을 가졌다. 몇몇 음악학자들은 뒤 세 작품이 더 쉽게 작곡되었다고 분석한다. 현악사중주 ‘사냥’은 활발한 성격의 선율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14번 G장조 사중주와 같이 미뉴에트가 3악장이 아닌 2악장에 위치한 것이 특이하다. 불규칙적인 리듬의 주제로 시작되는 미뉴에트 뒤에는 느린 템포의 3악장이 나온다. 3악장은 심각하면서도 진지한 느낌을 주는데, 모차르트는 이 악장의 템포를 ‘아다지오’(Adagio, 매우 느리게)로 하여 <하이든 현악사중주> 중 가장 느린 템포로 설정했다. 하이든 풍의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흘러 하이든의 작품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4악장은 경쾌하면서도 추진력 있는 템포를 가졌다.
<하이든 사중주> 작품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C장조 ‘불협화음’ 현악사중주는 대위법적 작법의 사용, 빠른 템포의 피날레, 갑작스러운 정적(p)으로의 셈여림 변화 등 가장 ‘하이든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이다. 화성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불안한 1악장의 도입부 때문에 이 곡에 ‘불협화음’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서주 이후에 등장하는 C장조의 밝은 주제 선율은 화성이 변화하면서 계속 반복되는 낭만적인 특징을 가진다. 당시에는 해결되지 않은 화성의 파격적인 사용이 이론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하이든이 모차르트를 인정한 계기가 되는 작품 중 하나가 된다.
현악사중주 19번이 완성되자마자 모차르트는 다음날 하이든을 집으로 초대해 이 곡을 초연한다. 하이든은 모차르트가 뛰어난 천재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아마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이든은 연주가 끝난 뒤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Leopold Mozart)에게 “당신의 아들은 지금까지 내가 직접 알거나 이름으로 아는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작곡가”라고 말하며 최고임을 인정했다. 음악도시 빈이 더욱 화려하게 빛났던 1785년이었다. 모차르트는 <하이든 사중주> 이후 4곡(20, 21, 22, 23번)의 현악사중주들을 더 남겼다. 하지만 이 작품집만큼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음악 언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동시대에 살았던 만큼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음악가로서 존경했고,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돈독한 우정을 나누었다. 모차르트는 처음에 선배였던 하이든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모차르트보다 18년을 더 장수한 하이든은 모차르트 사후에 모차르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음악학자들은 하이든의 <천지창조> 일부분이 모차르트의 선율성과 반음계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천지창조>에서 혼돈을 묘사할 때의 불협화음은 모차르트의 19번 현악사중주 ‘불협화음’에서 영향 받은 것 일지도 모른다. 두 음악가의 우정이 만들어낸 <하이든 현악사중주>와 그로 인한 그들의 만남은 이후 그들이 주옥 같은 작품들을 남길 수 있도록 한 발판이 되어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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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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