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가 부녀자들의 가채를 금’ 하고 속칭 족두리(簇頭里)로 대신하도록 하였다. 가채의 제도는 고려 때 시작된 것으로 이는 곧 몽고의 제도라. 사대부가의 사치가 날로 성하여 부인이 한번 가채를 하는데 몇백 금(金)을 썼다. 그리고 갈수록 서로 자랑하여 높고 큰 것을 숭상하기에 힘썼으므로 임금이 이를 금지시킨 것이다 (영조실록 87권 1.16일. 1756년)
조선의 21대 영조는 아버지 숙종의 후궁도 아닌 무당(무수리)과의 사이에 태어난 왕이다. 요즈음으로 치자면 어머니가 ‘흙수저’ 출신이어서 왕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는데도 어쩌어찌해서 왕이 되었고, 조선의 왕중에서 최장수(83세), 최장 재위(52년)를 한다. 재임 기간이 길었던 것은 출신이 그러하였으므로 무시당하기 싫어서 엄청난 공부를 해서 그랬던 지 너무나 잘 알려진 숱한 기록들이 이 시대를 장식한다. ‘탕평채‘라는 음식까지 만들어서 인사탕평을 하고, 금주령을 내리고, 세금을 줄이고, 가혹형벌을 금지하는 등 공평인사, 질서, 서민경제, 인권, 등 현대적의미의 정책등을 편다. 물론 아들을 두주에 가두어 죽이는 일도 생긴다. 죽을 짓을 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영조의 정책과 역사중에서 두드러진 부분이 너무 많다보니 ‘사도세자’에 관한 기록은 부정적으로 기울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까지도 어머니는 긴 머리를 잘라서 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발은 다른 사람의 머리들을 사 모아서 동아리를 틀어 기존 머리에 얹는 올림머리로 기생들이나 양반가에서 그 크기가 클수록 가정의 위세로 생각하기에 이른다. 보통은 3~4kg에서 길이가 무려 1척(30cm)짜리 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걸 쓰고 시집가서 층층시하 시댁 어르신들에게 절하다가 혼절하는 것이 다반사요, 급기야는 목뼈가 부러져서 죽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무겁기만 했지 아무 쓸모라고는 없는 것에 여염집 아낙들의 경쟁은 그치질 않으니 급기야는 왕명을 통해 아예 이를 금지시켜 버리고 대신에 가벼운 족두리를 쓰도록 권장했다는 기록이다. 허례허식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던 모양이다.
근년에 워싱턴 지역에서 한인회장을 했던 고향의 여자 후배가 있었다.
동포사회에서 한인회장은 그 역할과 필요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미 역사이고 전통이 되어버렸다. 일종의 ‘관습적인 제도’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없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없다면 뭔가 구심점이 없는 듯한 것이 한인동포사회의 현실이다. 각 한인회라는 곳 내부적으로야 나름의 의무나 권리등 정관이나 규약 등을 정해놓았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관심 있는 동포’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지 절대다수의 동포들은 한인회 이름조차 헷갈릴지도 모른다. 공관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이러니 한인회장이라는 역할이나 사명, 리더쉽에 대해서는 규정하기도, 강제할 아무것도 없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한인회장하고 싶은 사람이 한인회 하나 만들면 되고, 사는 곳과는 엉뚱한 곳에서 한인회장을 하고, 인수인계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없는 지, 전·후임자끼리 편 가르기, 아니면 원수 되기, 그래서 어떤 때는 아무도 안하겠다고 해서 맥이 끊길 번 하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누가 뭐라든지 연임하겠다고 하기도 한다. 그들만의 세계라지만 어지럽다. 말이 있다. ‘정치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젊고 똑똑한 친구가 더군다나 여성으로써 3년 전에 한인회장을 한다기에 우려 반 걱정 반으로 지켜봤다. 객관적 평가기준은 없지만 꽤나 잘하는 것 같았다. 특히 불편부당하거나 지역적, 정치적인 처신을 썩 잘했다. 그녀의 임기 말이 되니까 지켜보기만 했던 워싱턴 한인사회 이곳저곳에서 연임을 권장하고 재추대 성명 광고까지 내면서 거의 연임 추대가 확실해지고 굳혀져가는 분위기였다. 재빨리 개인 메일을 보냈다. ‘ 후배님 수고하셨네, 만일 나 같으면 그만하겠네.’ 내말을 듣고 말고 할 정도는 이미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임기를 딱 끝내고 박수칠 때 물러나는 것이었다.
‘허세’라는 것이 비단 한인회장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자칫 잘해왔던 역사와 전통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될지도 모른다.
헛것을 머리위에 둘러쓰고 있다가 목이 부러져서 죽어버린 영조시절의 ‘허세’와 ‘봉사’의 ‘참다운 의미‘를 그 후배님은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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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해요. 좋은 일들이 한인사화에 많이 있는 새해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