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코코풍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그가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로 재직 중이던 1876년에 동료 교수인 첼리스트 피첸하겐(Wilhelm Fitzenhagen, 1848~1890)에게 헌정한 곡이다. 로코코풍의 음악은 18세기의 화려한 궁정생활을 반영시킨 것이다.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장식, 그리고 당시 프랑스 궁정예술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알려진 청아함, 장대함과 질서를 음악에 표현하고자 하였고, 이 풍의 음악을 고전주의 음악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로코코 변주곡>을 쓸 당시 차이코프스키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같은 해에 작곡되었던 환상곡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에서 그의 불안하고 격정적인 심리 상태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로코코 변주곡>을 쓰기 시작하며 차이코프스키는 잠시나마 불안정한 삶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가 존경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대변되는 우아한 분위기를 가진 18세기의 음악에 빠져들고자 한 것이다. 동시에 <슬라브 행진곡>과 그의 3대 발레 음악 중 하나인 <백조의 호수> 등 명곡을 남기며 차이코프스키에게 1876년은 창작 의욕이 가장 왕성했던 해로 남았다.
Variations on a Rococo Theme Op.33
하나의 주제, 일곱개의 변주와 코다로 이루어진 <로코코 변주곡>은 목관 악기들, 호른, 그리고 현악기가 포함된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 형태를 가졌다. 이것은 18세기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비록 소규모의 오케스트라 구성이지만 풍부한 음색은 물론 발랄한 짧고 날카로운 스타카토와 리듬으로 생기가 넘친다. 또한 첼로의 음역이 광범위하게 활용되었고 까다로운 기교 또한 요구되는 작품이다.
<로코코 변주곡>은 루빈스타인(Nikolai Rubinstein, 1835~1881)의 지휘와 피첸하겐의 첼로 연주로 1877년에 초연되었다. 그러나 개정판이 나오기 전 피첸하겐이 원곡의 변주곡들 중 하나를 빼고 변주곡의 연주 순서를 바꾸기도 하였다. 차이코프스키는 피첸하겐 버전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버전이 더 호응이 좋아 나중에는 암묵적으로 허락했다고 전해진다. 그리하여 오늘날 하나의 주제와 일곱개의 변주로 구성된 피첸하겐의 개작이 이 변주곡의 기준이 되었고, 차이코프스키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남았다.
<로코코 변주곡>은 각 변주곡마다 다채로운 풍경을 담고 있다. 시작부터 오케스트라의 비장한 선율에 이어 강한 리듬과 장식을 가진 첼로 주제가 등장한다. 모차르트를 존경했던 차이코프스키는 이 변주곡의 주제도 모차르트가 썼을 법한 네 마디의 균형감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마지막 변주곡은 원래 차이코프스키가 세 번째 변주로 넣었지만 피첸하겐에 의해 마지막에 위치하게 되었다. 질주하는 듯한 첼로의 빠른 템포가 고조감을 높인다.
세계적인 거장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Mischa Maisky, 1948~)와 요요마 (Yo-Yo Ma, 1955~)의 <로코코 변주곡>을 감상해 볼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에서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라이브로 감상하고 싶다면 2011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자인 나레크 하크나자리안(Narek Hakhnazaryan, 1988~)의 연주는 어떨까. 오는 10월 27~29일, 마린 알솝(Marin Alsop, 1956~)이 이끄는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자 나레크 하크나자리안이 만들어낼 차이코프스키 선율을 감상하러 가보는 것도 좋겠다.
<로코코 변주곡>의 첼로 음색은 가슴을 울리는 선율이자 가을에 딱 어울리는 소리가 아닐까 싶다. 이 음악 한 곡으로, 미샤 마이스키와 요요마의 첼로 연주로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날들을 추억하며 오늘도 울고 웃는다.
음악회 정보 및 티켓 구입: (볼티모어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식 웹사이트)
https://www.bsomusic.org/calendar/events/2017-2018-events/tchaikovsky-and-mendels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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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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