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여제’(女帝)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1941~)는 파워풀한 에너지와 화려한 기교를 모두 겸비한 연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그녀는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1891~1953) 협주곡의 대가로 유명하다. 1977년 앙드레 프레빈(André Previn, 1929~)이 지휘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그녀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실황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당시 영상 속의 긴 머리를 늘어뜨린 청순하고 우아한 겉모습과 대조되게 그녀의 피아노 연주는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아르헤리치는 아르헨티나 출신 피아니스트로 외교관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유럽을 자주, 쉽게 접하였다. 그녀는 세 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였고, 여덟 살 때 가진 데뷔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0번과 베토벤의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였다. 1957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부조니 국제 콩쿠르와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하였다.
이후 1965년 제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거머쥐며 많은 교향악단과 음반사에게서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기교파 피아니스트인 만큼 아르헤리치의 연주는 특히 낭만주의와 현대음악의 난곡을 연주할 때 빛을 발한다.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1번과 3번,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 등 그녀가 연주한 대부분의 레파토리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반드시 감상해야 하는 최고의 음반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아르헤리치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조합은 마치 그들만을 위한 단 하나의 음악처럼 느껴진다. 3악장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각축전을 벌이며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종결 악구를 향해가는 격정적인 부분의 연주는 굉장하다.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그가 남긴 5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1921년에 완성되었다. 불협화음과 반음계적 구성이 불편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 협주곡의 화려한 기교와 빠른 전개는 다장조의 시원한 느낌을 잘 살렸다. 고요하고 서정적인 선율의 클라리넷 독주로 1악장이 시작된다. 오케스트라가 이 선율을 곧바로 이어받으면서 피아노와 함께 에너지 넘치는 알레그로 주제를 연주한다. 2악장은 가보트 리듬을 활용한 주제 선율이 다섯 가지 형태로 변주된다. 바순과 현악기의 가벼운 터치로 시작하는 3악장에서는 피아노의 고난이도 기교와 다채로운 오케스트라 음색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영화 속에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영화 ‘사랑은 선율을 타고 (The Competition)’는 콩쿠르를 무대로 한 젊은이들의 야망과 사랑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하이디가 콩쿠르 본선에서 연주하여 우승한 곡이 바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다. 콩쿠르에 참가하는 경쟁자들과의 심리전, 콩쿠르 전 곡을 바꾸게 되어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면, 협연자와 지휘자와의 다른 곡 해석으로 인한 분쟁 등의 내용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주는 전체적인 느낌과도 유사하다.
아르헤리치는 솔로 연주를 할 때면 무대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인터뷰에서 종종 밝힌 적이 있었다. 1980년 이후로 그녀는 독주보다는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실내악곡을 주로 연주하기 시작하였다. 언제 그녀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
올 가을 아르헤리치의 연주로 프로코피예프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10월 말, 아르헤리치와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Antonio Pappano, 1959~)가 이끄는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낼 프로코피예프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지친 일상 속의 단비처럼 황홀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Date: Wednesday, October 25, 2017 8:00 PM
Location: The John F. Kennedy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2700 F Street, NW Washington, DC 20566)
Tickets: http://www.kennedy-center.org/calendar/event/MSNMN?promotionno=268462&gclid=CMK-_4-Q0tYCFVRWDQodJKg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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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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