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사랑’, 상대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마음. ‘사랑’이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써 사랑이 주는 다양한 감정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작품들은 장르를 막론하고 무수히 많다.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 1875~1962)의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은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 중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곡들일 것이다. 크라이슬러는 20세기가 낳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다. 두 곡 모두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쉴새 없이 들려오고 있다. 특히 <사랑의 기쁨>은 결혼식장 단골 레파토리로 유명하다.
크라이슬러는 7세에 비엔나 콘서바토리에서 당시 오스트리아 최고의 음악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로 존경받던 요제프 헬메스베르거 주니어(Joseph Hellmesberger Jr., 1855~1907)에게 음악을 배웠다. 이후 파리로 건너가 13세의 나이에 파리 콘서바토리를 졸업하고 유럽과 미국 등으로 연주여행을 시작하였다. 크라이슬러의 미국 데뷔 리사이틀은 1888년 뉴욕의 스타인웨이홀이었다. 그는 단숨에 스타덤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교류를 맺으며 커리어를 조금씩 쌓아가고 있었다.
크라이슬러는 중간에 갑작스럽게 음악계를 떠나 미술과 의학 교육을 받기도 하였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커리어를 다시 쌓으려고 했지만 1895년 육군에 징집되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일까. 크라이슬러는 리히터(Hans Richter, 1843-1916)의 초청으로 비엔나 필하모닉과 협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1899년에는 현대 지휘법의 창안자인 아르투르 니키슈(Arthur Nikisch, 1855~1922)가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하고 이후 유럽 전역에서 연주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한다.
크라이슬러는 탁월한 기교와 서정미가 풍부한 바이올린 연주로 사람들을 감동 시켰는데 <사랑의 기쁨>, <사랑의 슬픔>, <아름다운 로즈마린>, <비엔나 기상곡> 등 많은 소품들을 남겼다. <아름다운 로즈마린>은 <사랑의 슬픔>, <사랑의 기쁨>과 함께 세곡으로 이루어진 ‘빈의 옛춤곡들’ 작품집에 속한다. <아름다운 로즈마린>의 우아한 멜로디는 밝고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 곡은 특히 바이올린 외 첼로 소품집으로도 발매되었다. 풍성한 저음을 가진 첼로로 듣는 <아름다운 로즈마린>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C장조의 쾌활하고 밝은 <사랑의 기쁨>은 제목처럼 화사하고 행복한 느낌을 가진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주제로 시작한다. 중간부에 우아한 분위기의 F장조 왈츠가 나오고 다시 주제로 돌아가는 3부분 형식을 가진다.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은 하나의 쌍처럼 여겨진다. 우리는 ‘사랑의 슬픔’이라는 제목을 듣고 곡의 느낌을 자동적으로 떠올린다. 감미롭고 애잔한 분위기의 〈사랑의 슬픔〉은 당김음 리듬으로 시작한다. 단조와 장조의 반복은 잔잔한 슬픔의 감정과 그 슬픔 와중에도 행복했던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결국 단조로 돌아가는데 현실의 슬픔과 다시 마주하는듯한 이 조성 배치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두 곡 모두 단순한 멜로디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랑’이라는 주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와 오늘날까지도 사랑 받고 있다.
이 두 작품은 나중에 피아니스트인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가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을 하면서 더 널리 알려졌다. 크라이슬러가 라흐마니노프의 편곡을 좋아했던 것은 물론이었다. 두 사람은 라흐마니노프가 1931년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크라이슬러에게 헌정했을 만큼 가까웠다. 크라이슬러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기쁨과 슬픔의 감정, 그리고 라흐마니노프가 느꼈던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과 슬픔은 어땠을지 감상해보길 바란다.
Alt-Wiener Tanzweisen(Old Viennese Melodies in German)
1. 사랑의 기쁨, Liebesfreud(Love’s Joy)
2. 사랑의 슬픔, Liebesleid(Love’s Sorrow)
3. 아름다운 로즈마린, Schön Rosmarin (Lovely Rosemary)
<
이봉희 피아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