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돌아와 저녁을 무엇으로 장만할지 재빠르게 냉동고를 훑는다. 전에 끓여서 일회용 플라스틱 통에 넣어둔 육개장과 어제 사다 놓은 고등어자반이 눈에 들어왔다. 고깃국과 생선구이로 제법 구색이 맞는 메뉴가 정해졌다. 얼린 통을 찬물에 10분쯤 담가놓았다가 얼음덩어리를 미끄럼 태워 냄비에 옮겼다. 비워낸 플라스틱 통을 들여다보니 벌건 고추기름이 잔뜩 묻어있다.
얼른 쓰레기통에 던진다. 그러나 부끄러운 마음이 게으른 손에게 자꾸 다시 끄집어내라고 말한다. 할 수 없이 끄집어낸다. 티슈를 서너 장 뽑아 두어 차례 닦아낸다. 그리고 스펀지에 세제를 묻혀 깨끗이 닦아 재활용 통에 넣는다. 이렇게 분리수거 하는 일에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내가 사는 알링턴 시는 35갤런 쓰레기통과 재활용 통을 각 집에 하나씩 분배하고 일주일에 한번 쓰레기를 수거한다. 그리고 어느 집이나 똑같이 석 달에 80달러를 지급한다. 둘이 사는 우리 집의 쓰레기통은 약 1/5정도 이하로 채워진다. 내가 귀찮아서 그곳에 아무것이나 집어넣어도 말리는 건 내 양심뿐이다.
미국의 첫 번째 수출품은 쓰레기이고, 세계인구 5%인 미국인이 지구 쓰레기 1/4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환경문제에 대한 정부의 시책이 너무 없다. 오죽하면 1990년 소비자들이 맥도널드에 압력을 넣어 재활용할 수 없는 스티로폼 컵을 사용 못 하게 만들었을까. 밑에서 올라가는 힘이 미국의 저력이기도 하고 민주주의의 한 단면이긴 하지만 효과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또 주 정부, 시 정부마다 자체 법이 있어 연방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날조’라고 주장하고, 파리기후 변화 협정에서 탈퇴한 대통령을 두었으니 안 그래도 안이한 국민이 왜 불편을 감수하며 환경문제에 신경을 쓰겠는가.
몇 년 전부터 사무실에 일회용 컵과 접시를 없앴다. 각자 자기 컵을 가져오게 하고 그릇을 비치해 놓았다. 그러나 직원들은 매일 점심을 배달시키거나 동네 카페에 주문하면 스티로폼으로 만든 뚜껑이 달린 커다란 도시락에 음식이 담겨온다. 반쯤 먹고는 뚜껑을 닫아 쓰레기통에 휙 던지면 세 명이 먹은 쓰레기가 금방 작은 쓰레기통에 가득 찬다. 미국에 사는 우리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 지구의 종말을 앞당기는 일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죄를 범할 것이다.
상을 차려서 저녁을 먹는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푸른 몸통이 터질 것 같이 부푼 고등어에게 물어본다. “넌 미세 플라스틱은 안 먹었지?” 답은 내가 한다. “네”라고.
얼마 전에 읽었던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바다 깊은 곳에 사는 민부리 고래가 올해 노르웨이의 해변에 처참한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위장에서 사탕 포장지, 빵 봉투 등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살아날 가망이 없어 안락사 시켰다는 기사였다. 틀림없이 장 폐색증에 걸려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렸을 것이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땅에 묻히기도 하고 태우기도 하고 또 태평양이나 대서양의 외딴 섬에 갖다버린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다고 한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약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게 유입된 플라스틱은 세월이 가면서 파도에 잘게 부서진다. 물고기는 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여 삼키고, 우리의 잘못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식탁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이 사실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플라스틱은 현재 우리의 생활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다. 페트병의 물을 마시고, 플라스틱 봉지에 넣어준 물건을 마트에서 들고 나오고, 음식 찌꺼기나 쓰레기를 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비닐봉지에 꼭 묶어 버린다. 이 음식물은 분리수거 되지 않고 매립지로 가고 매립지 안에서 메탄으로 변하여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우리가 다루는 음식의 40%가 대기 중에서 지구의 온난화를 가중 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나는 환경문제에 의식 있는 시민이고 싶다. 그런데 누군가가 교통법 같이 분리수거 법을 정확히 만들어 철저히 감독해 주면 좋겠다. 지금 미국 환경보호기관에서 PAYT(Pay-As-You-Throw)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지역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계몽운동을 한다고 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미 전역에 실천되면 사용한 만큼 내는 전기요금처럼 내가 버린 쓰레기만큼만 비용을 내는 것이다. 그러면 재활용 할 물건은 철저히 늘어나고, 일 년에 미국에서 사용하는 쓰레기 비용이 3,840억 달러인데 2,000억 달러을 절약할 수 있다니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이 프로그램이 하루빨리 안착되면 좋겠다.
내 손주를 생각하면 페트병 하나, 플라스틱 통 하나 쓰레기통에 던질 수 없다. 미국이여, 기업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책을 세우라! 그러면 ‘슬쩍’ 하면서 성선설과 성악설까지 떠올리는 이 괴로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다.
나의 양심이여~ 매일매일 지구를 위해 분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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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애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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