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들끼리 모여 있는 카톡방을 열어보니, ‘최신영화 개봉 전에 미리 보내드립니다. 금방 잘릴지도 모르니 서둘러 보세요.‘ 그런 자막 아래로 요즈음 한창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 영화제목들이 줄줄이 파란색 링크까지 붙어 있다. 바쁜 업무에 시간도 없으니 나중에 차분할 때 보려 하다가 금방 잘린다는 소리 때문에 40여명이 같이 모여 있는 마라톤 동우회 카톡방에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우선 퍼날라 버렸다. 한참이 지났는데 와이프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40명 카톡방에는 부모자식, 형제자매, 부부, 처남매부, 사돈, 가까운 인척 등 이민 생활하면서 서로 건강한 운동(?)을 하고자 요모조모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최신 영화제목을 가장한 ‘19금’ 동영상이 퍼진 카톡방을 본 와이프가 뭐라고 했을 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다행스런 것은 미성년자는 없었다. 미혼자들이 서너명 있었지만 이미 서른이 넘은 회원들이었다. 그런 것도 주로 고등학교 친구들 방에서만 성행했는데 요즈음에는 그런 것도 매우 뜸하다. 다른 분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왜 꼭 고교친구들 사이에서만 그런 게 나돌았을까, 유추해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창 성(性)에 대해서 관심 많을 나이에 만났던 지기(知己)들이라서 그 시절에 활발했던 아젠다가 나이 60이 되었는데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엊그제도 비슷한 일이 또 벌어져 버렸다. 이번에는 30여명의 정치인(?) 방이라고 할 수 있고 전 세계에서 모인 선배, 원로, 의원, 고위직들이 계시는 곳에 ‘친구에서 친구’로 보낸다는 게 잘못 건너가 버린 것이다. 여러 이야기 둘러댈 것도 없이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좌우지간에’ 두 마디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백마디의 변명거리 중언부언해 봐야 오히려 더 구차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는 카카오톡은 2010년 3월에 처음 출시된 뒤 벌써 7년이나 되었다.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 기능을 이용하여 전화번호만 공유가 되면 연결이 되는 편의성을 바탕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제는 PC와 TV까지 연결되도록 기능이 좋아졌다. 카톡의 발달이 가져다 준 일부 일탈적이고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현대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제동을 걸겠다는 무모함은 추호도 없다. 그런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외면하는 분들에게 카톡 안하길 잘한다고 응원을 보내고 지지를 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민 생활을 하다보면 어느 집단에 속해보려고 마음을 먹을 겨를도 없이 우선 사람들과 먼저 만나게 되는데 ‘사람’을 좋아하고 ‘믿다‘보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모임 한가운데 앉아있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민주평통’이라는 한국의 헌법기관의 단체가 새로 임기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민족과 통일‘에 대한 꾸준했던 관심(?) 덕분인지 주변에서 필자에게 이런저런 평통회원 참여와 활동에 대한 말씀들을 해 주셨다. 그냥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이윽고 발표가 나왔단다.
무슨 단체든지 단체의 목적이 있다. 그 목적에 부합하는 일을 위해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중에 리더가 필요하다. 그 리더는 그 단체의 목적을 실행에 옮기는 데 상당히 중요한 위치이다. 임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예단할 필요까지는 없다. 금방 돌아서면 만나는 좁디좁은 이민사회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기관의 리더이기 때문에 필요한 게 있다면 리더의 ‘능력과 인격’이다. 능력은 보이는 것이고, 보여줬던 과거가 그 바탕이다. 구태여 돈이 능력이라면 능력일 수도 있다. 그 능력이 통일에 보탬이 되겠는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격’이라는 것은 보이지도 않고 쉽게 알아보기는 더욱 어렵다. 감투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 한들 그 단체가 뭘 할런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국의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많은 분들이 바로 직전에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깨닫고 있는 분들이 많다. 이전의 정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제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는 좌우를 아우르지도 못하면서 동포들 분란을 일으켰던 단체 중의 하나가 ‘민주 평통’이었다. 그 정권에서 말직(末職)이라도 그럴진대, 더구나 명예직(名禮職)을 맡았다면 ‘죄송합니다. 좌우지간에’ 해야 불사이군(不事二君)의 도(道)라도 남지 않겠는가 !
그건 그렇다 치고,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속담치고는 단정적이면서도 부정하기 힘든 말이다. 그 말의 함의(含意)는 ‘곁으로 빠지지 말라, 이것저것 하지 말라, 변화를 회피하라, 현재의 가지를 지키고 충성하라,’ 문장 자체가 지극히 보수적인 속담이다.
아무리 평통 참여가 ‘댓가 없는 봉사’라는 숭고함에 기대어 달래보려고 해도 그곳에 줏대없이 기웃거렸다는 것만으로도 ‘양심과 인격’에 부담이 된다. 송충이가 다른 잎을 먹다가 잘못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오롯이 송충이 자신의 몫일 진대 왜 그렇게 ‘솔잎만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지 깊은 뜻을 또 알게 되었다. 평통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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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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