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계신 곳은 어때요?” “손녀가 UVA(버지니아대학)에 입학해서 며칠 있으면 가려고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미국의 여러 도시와 멀리 한국에서까지 샬롯츠빌에서 일어난 폭동 사건을 보고 안부를 계속해서 물어오고 있다.
역사의 고풍스런 흔적을 담은 다운타운의 올드 히스토릭 타운(old historic town)과 인근의 옛 법원 건물과 맞닿아 있는 남북전쟁당시 남군 총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Robert Lee)장군 동상이 바로 이번 폭동의 문제 발단이다. 전쟁 후 남과 북 모두에게 존경을 받는 지도자인 리 장군의 동상을 인종주의적인 남부연합군(Confederate Army)의 상징을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에, 시의회는 이 동상을 철거하기로 하였다. 이 결정에 대한 반발로 KKK에서 오래 전부터 전국적인 준비를 한 데모대와 또 이 데모를 반대한 그룹과의 총돌이 이번 사건의 주내용이었다. 두말할 것 없이 인종차별주의(Racism)가 이번 폭동의 핵심이다.
지난 10여년 오바마 대통령 정치 하에서 수면 아래로 감춰져 있던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가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공공연히 그들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새 정권의 이민 정책을 옹호하면서 편협한 ‘국가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가치관으로 포장한 KKK와 신 나치주의(Neo-Nazi)를 중심으로 한 그룹이 시대적인 흐름을 이용하여 인종폭동을 일으킨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의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극우적인(All-Right) 편향적 태도가 이번 사건에 대한 해석과 대응에서 드러났다.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사고체계가 그대로 드러난, 지난 화요일의 기자회견은 미국을 극단적인 두 진영으로 몰아가는 무책임한 정략적 태도로 인종차별의 고질적인 병을 안고 있는 미국에 다시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다. 앞으로 미국 사회는 이 사건을 두고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이면서, 역사 발전의 정치 사회적 장애물을 어떻게 걷어내고, 인권 존중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정치색과 가치관으로 공화당의 주였던 버지니아가 최근에 선출된 민주당 주지사와 함께 점점 더 민주당 편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어났다. 워싱턴 인근 지역과 샬롯츠빌 같은 대학 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버지니아 중소도시(리치몬드, 버지니아 비치, 노폭 등)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 진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아직도 버지니아 농촌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의 소유지나 앞마당에 남부연맹기를 나부끼면서, 남북전쟁 당시의 정서적 유대감과 함께 연방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샬롯츠빌은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80% 가까운 주민들이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사건 이해와 함께 드러난 정치적 태도와 계산의 속내를 드러내는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치 지도자들을 배경으로 하여 KKK 중심으로 전국에서 몰려온 수천명의 데모대는 샬롯츠빌 시민들과의 의식과는 상반되는 입장을 드러낸 가운데 이러한 마찰이 일어난 것이다.
나의 아들은 UVA를 졸업하였고, 딸은 샬롯츠빌 다운타운 인근에 자리잡은 150년 된 전통적인 백인 교회의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때문에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번 일을 관심 있게 주시하고 있었는데, 결국 뜻밖의 폭동으로 번진 이번 사건의 피해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꽃다운 32세의 젊은 여성과 함께 이번 폭동을 진압하는데 출동했던 주정부 경찰의 헬리콥터 추락으로 두 명의 파일럿이 어이없게 희생당한 것이 분하고 억울한 심정이다.
샬롯츠빌 인근 도시인 리치몬드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9월에 예정되었던 리치몬드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앞에서의 반대집회 시위를 취소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행사 주관자는 공표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수도였던 리치몬드시 중앙에 자리잡은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이야 말로 가장 상징적이며 웅장한 조형물이다. 그 동안 이 동상에 대해서도 상반된 견해의 논쟁이 많았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평화로운 시위와 대응을 염두 해 둔 노력을 하고 있다.
인종차별은 아직도 그 뿌리를 뽑지 못한채 정치적 정략과 경제적 이해에 따라 사회는 점점 양극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그래도 미국 사회는 갈등과 무질서를 극복하면서 점점 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로 발전되어 가리라고 기대한다.
평화로운 산골 도시이지만 수준 높은 대학 문화와 함께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주민들의 안타까운 원성이 들려온다. “샬롯츠빌 이름이 이처럼 잘못 알려져 안타깝지만, 이제는 전국에서 온 데모대는 다 돌아갔고 평화로운 일상생활로 돌와왔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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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찬 목사 리치몬드 주예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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