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신문을 선생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국가, 세계의 현상과 변화에 대한 반 영구성 정보를 발견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TV는 속보성에 있어서 신문이 따라갈 수 없지만 버리지 않고 읽어볼 수 있는 기록성 때문에 신문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깊이 있는 연구를 하자면 전문서적이나 학술지에 의존하게 된다.
한국에서 신문기자 생활 5년(1959-64), 그리고 미국에서 신문학 선생을 15년(1969-84)한 나는 신문을, 특히 워싱턴 포스트를 정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신문을 계속 선생으로 모셔야 될 것이라는 새삼스러운 자각심을 얼마 전에 갖게 되었다.
“화해(rapprochement)를 위한 수영”이라는 포스트지의 기고 칼럼을 8월 초순에 읽었기 때문이다. 린 칵스란 장거리 수영선수 겸 작가의 그 글에서 내가 미처 몰랐거나 그전에 읽고도 잊어버려 새 정보라 생각되는 내용을 여러 군데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우선 “이번 월요일부터 30년 전에 나는 미국에서 소련으로 수영을 했다”는 첫 마디가 놀라웠다. 나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다. 칵스의 간단명료한 문장들은 마치 내 자신이 화씨 38도의 얼음조각들이 간간히 떠 있는 베링 해협의 찬물에 들어있기라도 한 것 같은 신선한 충격감을 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칵스 여사는 20대 전부터 스포츠를 통해 미국과 소련의 국경을 열어보려는 11년간의 집요한 노력을 해 왔던 사람으로 물의 냉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보통 수영복, 수영모자와 물안경만 끼고 알라스카 쪽 소 다이어미드 섬에서 소련쪽 대 다이어미드 섬까지 2마일 반 거리를 두 시간에 수영했다니 거의 초인적인 수영기술과 집념의 결실이었을 것이다.
이미 10대 소녀시절 영·불 해협을 수영하는 등의 극기(克己)훈련을 쌓았던 칵스는 자기부친의 제안으로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통한 상호파멸을 피하려면 양국민 사이의 불신과 오해를 풀어야 하는 과정의 한 걸음으로 그 계획을 추진했단다. 미국무성 관리들, 정치인들과 과학자들의 후원을 받고자 노력했을 뿐 아니라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유리 안드로포프 크리고 콘스탄틴 체르넨코 등 소련 수상들에게 편지를 썼건만 답장이 없었던 것은 뻔한 일이었다. 칵스는 포기치 않고 집요하게 노력한 끝에 미카일 고르바쵸프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낸지 이틀만인 1987년 8월 7일 30세의 나이로 알라스카 쪽 섬에서 수영을 시작한다.
“나는 흥분된 상태였지만 두렵기도 했다. 훈련을 할 때도 그처럼 차가운 물에 수영한 적이 없었다. 내가 저체온증세로 해협을 못 건널 수도 있다.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 나를 살펴보는 사람들이 탄 보트에 의사들도 있었지만 그 전에 해보았던 모든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일을 감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칵스는 회고한다.
소련쪽 섬을 100미터 앞두고 안개 속에서 소련의 보트가 나타나 칵스를 해안으로 인도한 것이 8월 8일이었는데 그것은 그가 두 나라 사이의 국경만이 아니라 날자 변경선도 건넜기 때문이었다. 소련 쪽에서는 시베리아 주지사, 소련의 체육인들과 소련 여러 곳에서 온 50명의 VIP들이 칵스를 영접한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레이건과 고르바쵸프 두 대통령들은 중거리 미사일 감소조약체결 때 칵스의 수영에 대한 축배를 든다.
그리고 두 다이오미드 섬 들이 반세기 동안의 고립을 극복하고 다시 연결된다. 알라스카와 시베리아의 항공길이 열리고 그 같은 미·소의 해빙무드가 동구라파까지 파급되는 희망, 가능성 그리고 상호신뢰가 충만했던 기쁜 시절이 시작되었다고 칵스는 회고 한다.
그리고 미·소 두 대통령들이 배양했던 화해와 낙관주의와 신뢰의 분위기가 이제는 사라졌다고 칵스가 한탄한다. 이제는 대결과 보복만이(미국과 러시아)관계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외교관들을 추방하고 위협을 주고받는 것은 두 나라 사이의 장벽을 높이고 불신과 기만을 조장한다는 이야기다.
이제 또 다시 미·러 양국민들은 스포츠, 예술, 음악 그리고 문학을 통해 협력하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칵스는 강조한다. 민간의 협력으로 오늘날의 정치인들을 감동시켜 새로운 화해를 모색하도록 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양국민들 간의 우호 관계 증진으로 정치지도자들의 적대관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칵스 여사의 견해다. 그러나 워낙 KGB 출신인 푸틴이 러시아의 새 차르(Czar)인 양 러시아인들의 기본권을 짓밟는 행태와 그의 적지 않은 도움으로 대통령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트럼프의 치기어린 좌충우돌이 계속되는 한 칵스의 낙관론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 칵스의 인생에서 배운 교훈이라면 포기할 줄 모르는 집념과 노력이 성공의 첩경이라는 점이다. 수영에 대한 여러 책들 중 최근 저서는 “하수구에서 수영하기(Swimming in the sink)”란다. 아마도 건강문제 아니면 다른 종류의 인생위기를 극복한데 대한 이야기라는 짐작이 되는데 언젠가 한번 읽어보고 싶다. 한국일보든 포스트든 신문을 선생으로 삼아 새것을 배우거나 잊어버린 것을 상기해야겠다는 결심이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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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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