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여권은 목적지를 제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여권소지자가 원한다면 그가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세계 어느 나라라도 갈 수 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미국 국무부는 내전상태와 에볼라 등 전염병 사태만이 아니라 미국과 외교관계가 없어 자국민을 보호할 수 없는 나라들에 대한 여행경고를 웹사이트에 게재한다.
“국무성은 미국시민들이 북한에 여행하지 않도록 강력히 경고한다” 그게 북한에 대한 내용의 첫 마디이다. 그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미국시민이 북한에 가면 북한의 전시법(戰時法)에 체포되고 장기 투옥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북한에 가는 사람이 프라이버시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모든 전화기기와 랩톱 컴퓨터 등이 수색되고 국제전화는 북한의 통신망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범죄로 취급되어 체포는 물론 장기간의 옥고를 감수해야 되는 행위들의 목록은 무시무시하다.
북한의 전 지도자들인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에 대한 불경죄; 그들의 이름이나 모습이 담긴 조형물이나 인쇄물을 불손하게 다루는 것 등, 북한정부를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출판물의 소유, 전도나 기타 종교적 활동, 예를 들면 호텔방에 종교서적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 허락 없이 여기저기 가보는 여행, 허락 없이 북한주민과 접촉하는 것, 허락 없이 사진 찍는 것, 외국인들의 전용 판매점이 아닌 곳에서의 물건사기, 정치표어나 정치지도자의 사진이 든 선전문의 파손이나 제거(작년 1월 평양에 갔다가 체포되어 15년 형기를 받은지 얼마 안 되어 식물인간이 되었던 오토 웜비어의 죄목)
미국인으로서 외국여행을 하다가 체포되면 그 나라에 파견되어 있는 미국영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북한과는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미국인이 북한에서 체포되면 미·북한 임시영사 협정에 의해 처리가 된다. 그 규정에 의하면 북한당국이 미국시민을 체포하면 4일내에 미국인 문제를 담당하는 스웨덴 대사관에 연락하기로 되어 있고 그 대사관의 요청으로 2일 이내에 스웨덴 영사가 체포된 미국인을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당국은 그 절차를 무시하기가 일쑤란다. 오토 웜비어가 스웨덴 영사를 한 번도 못 만났다는 보도가 그 점을 예증한다.
만약 웜비어가 미 국무성 북한여행자제 경고문을 읽어보고 여행계획을 취소했다면 그가 당한 흉변을 피하고 살아있을 것을 상상해보면 애석하기 짝이 없다.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의 북한여행에는 여러 동기가 있을 듯하다. 북한에 부모나 인척들이 생존해 있다면 6.25 전쟁과 분단 고착으로 64년 동안의 생이별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는 마음에서 가고 싶을 것이다. 또 북한인들도 우리의 동포니까 그들을 돕고자 하는 의욕에서 북한아동들의 교육, 복지, 후생에 보탬이 되고자 북한행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세워 북한학생들에게 최신 지식을 제공하기 위한 재미교육가들도 있는가 하면 기독교를 전파 해보려는 선교목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도 있겠다. 숫자는 얼마 안 될지 모르지만 일부는 미국에 살면서도 반미, 반 대한민국 그리고 친북적인 성향이 있어서 북한에 가서 선전도구 역할을 자임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왕조 아래 존재하는 한 북한에서의 자유는 김씨 왕조를 찬양하고 김정은을 복종할 자유뿐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여행객들로 북한에 떨구고 오는 돈이나 심지어는 친척들에 대한 송금의 대부분이 김정은 독재의 영속화와 핵무기, 그 운반기계 완성에 유입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여행자제나 송금 중단의 결단으로 이어져야 이치적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근본적인 핵포기가 아니라 핵무기나 탄도 기술시험만 정지해도 대북협상과 경제원조를 재개할 것이라는데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트럼프 정부만이 아니다. 두 사람의 정상회담이 양쪽의 상반된 입장 개진에 그치고 한반도의 불안한 긴장과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우리를 암울하게 만든다. 더구나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을 다 준비하라는 트럼프의 주문이 있었다는 보도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대결이 어떤 돌발사태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예측마저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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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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