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 전임자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인해 공석이 된 페어팩스 카운티 광역교육위원 자리에 대한 보궐선거가 오는 8월 29일에 열린다. 관련 법규에 따라 사임날짜로부터 45일에서 90일 이내에 보궐선거가 열려야 하는데 그 마지막 날이 8월 29일이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페어팩스 카운티의 민주, 공화 양당이 후원할 보궐선거 후보자들을 결정했다.
버지니아 주에서 교육위원 선거는 법적으로 비정당정치 (non-partisan) 선거이다. 즉 정당이 공천 (nomination) 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후원 (endorsement) 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 둘 사이의 중요한 차이는, ‘공천’과 달리 ‘후원’의 경우 투표지에 소속 정당 표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후보자의 선거 홍보물에 특정 정당 후원 후보자임을 알릴 수 있고, 선거운동에서도 정당 조직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정당의 공천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선거제도에서 정당 후원의 중요성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선거를 치루기 위해 필요한 선거자금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를 위시해 유권자들의 성향분석과 접촉기회 행사 그리고 선거전략 등에 관한 정보들을 정당조직을 통하면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의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선거에서 정당 후원을 받지 않고 당선된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금까지 정당의 후원 없이 출마해서 가장 득표를 많이 한 후보자의 경우에도 득표수가 당선된 후보자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 주에 실시 되었던 페어팩스 카운티 양대 정당의 후원 후보자 선출에서 우선 주목할 점은 공화당의 경우 단 한 명이 출마해 회의 참석자 만장일치로 후원 후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만큼 공화당 측은 급하게 치루어지는 보궐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정지작업을 한 모습이 드러난다. 반면에 민주당의 경우 7명의 예비후보자들이 경선에 참여했다. 그리고 예비후보자들 가운데 선호도 순서를 표시할 수 있는 인스턴트 런오프라는 투표 시스템을 이용해 최종 라운드에서 과반수의 득표를 한 사람을 후원 후보자로 결정하였다.
민주당 소속인 나는 당연히 민주당 후원 후보 결정에 참여했다. 그런데 나에게 여러 예비후보자들이 지지를 요청해 왔었다. 이럴 때마다 현직 교육위원으로 특정 후보자를 적극 지지하기 쉽지 않다. 후보자들 가운데 내가 이전에 도움을 받았거나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했던 사람들이 여러 명 되기 때문이다.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한 명의 후보자에게 결국 나의 한 표를 주겠지만 그 전에 공개적 지지 표명을 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지지를 요청한 예비후보자들에게 당내 경선에선 중립을 지키겠노라고 했다. 물론 경선에서 결정된 최종후보자를 본선에서 적극 돕겠다는 약속은 당연히 한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는 총 7명이 출마했지만 사실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은 그 외에도 더 많았다. 그 중에는 나에게 교육위원 선거 전반에 관한 자문을 들은 후 이번이 적기가 아니거나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판단해 출마를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내가 조금 만류하는 듯한 뉘앙스의 조언을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선에 참여한 사람도 있다.
이번 민주당 경선 출마자 7명 중에는 이제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여성 후보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때부터 학생회 활동을 활발하게 했었던 이 소수계 출신의 후보는 자신보다 나이가 최소 두 배 이상되는 다른 후보들과 겨루어 3위를 했다. 이번에 민주당 후원을 얻는데는 실패 했지만 경선과정 중 좋은 인상을 남겼고 지역 당원들에게 인정 받을 만한 득표결과를 보여 주었기에 다음 기회에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면서 내 마음에 찾아 온 일말의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 한인 사회에도 교육과 커뮤니티 봉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충분히 능력이 되는 청년들이 많은데 이번의 보궐 선거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은 왜 없을까 하는 의문이 머리 속에 계속 맴돌았다.
<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