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센 화산 국립공원 Lassen Volcanic National Park
일명 젖꼭지 산 또는 분홍 산이라 불리는 ‘라센 화산 국립공원(Lassen Volcanic National Park)’ 안에 있는 ‘Cinder Cone’을 소개하려고 한다.
세계에서 발견된 화산을 4가지로 구분하는데 라센 화산 국립공원은 이 네 종류의 활화산 형태를 모두 볼 수 있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다. 191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이 산 주위로 많은 정착민을 이끌고 온 탐험가 피터 라센(Peter Lassen)을 기리기 위해 공원 이름을 ‘라센’으로 정하였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세크라멘토 밸리 북쪽에 위치한 라센 화산 국립공원은 워싱턴 국제공항(Dulles International Airport)에서 출발해 리노-티호 국제공항(Reno-Tahoe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해 차로 두 시간 반 정도 운전하면 공원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공원입구에서 ‘Cinder Cone’으로 들어가는 포인트 주차장을 찾아 주차한 후 트레킹 할 준비(운동화나 하이킹 슈즈 필수)를 하고 그래도 대부분 평평한 길을 걸어 한 시간쯤 가면 ‘Cinder Cone’을 향한 표지판이 다시 보이고 그때부터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돌가루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시커먼 ‘Cinder Cone’를 향해 올라간다.
산을 올라가는 길은 까맣고 크고 작은 돌로 이루어져 있고 정상에 올라가야지만 반대편에 펼쳐지는 분홍 산들을 볼 수가 있다. 위 사진 속에 사람이나 나무의 크기를 보시면 얼마나 크고 높은 산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다른 곳을 찍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갔는데 일정이 바뀌어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고 시기적으로 8월이었기 때문에 더워서 몹시도 힘들었던 것 같다. 이곳을 방문하려면 4월이나 5월경이 덥지도 춥지도 않고 좋을 것 같다.
산 정상에는 서 있기도 힘겨울 만큼 늘 강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살을 에는 듯한 겨울바람이 싫다면 1~3월에는 삼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차를 주차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얼마 가지 못해서부터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걸었다. 한 시간 정도 걸어갔을 때 안내판을 보고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거의 다 도착 했는 줄 알았는데 우리가 도착한 곳은 Cinder Cone 아래였다.
여태까지 평평한 길로 거의 한 시간 걸어오는 것도 힘들어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제부터는 저 산을 올라야 한다니 발이 안내판 앞에서 얼어붙는 것 같았다.
저 산을 오르는데 소요된 시간은 재보지는 않았지만 힘든 것 비례해서 그런지 무척이나 오래(두세 시간정도) 걸렸던 것 같았다.
12파운드 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카메라 가방을 메고 한발 올라가면 두발 미끄러지는 돌산을 사진을 찍기 위해 가져간 삼각대를 지팡이 삼아 무거운 발을 옮기며 올랐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배고픈 사람의 서러움을 모른다고 말들을 한다. 진정으로 이 돌산을 올라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어깨에 메고 있는 카메라 가방은 나를 땅속으로 파묻어 버리려는 듯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처럼 무겁고 발을 옮길 때마다 미끄러지는 돌길은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걸음 같기만 하고….
아마도 공포영화가 시작할 때 나오는 영상처럼 임산부나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절대로 시도하시면 안 되는 코스라는 느낌이 든다.
삼분의 일정도 올랐을 때부터 너무 힘들어 뒤를 돌아보며 그냥 내려갈까, 말까 수없이 갈등하며 내가 무슨 큰 영화를 보겠다고 이 짓(?)을 하고 있나 후회도 하고 절망을 반복하게 했던 곳…. 분홍 젖꼭지 산!
젖 먹던 힘까지 다 동원해 두세 시간 고생해서 정상에 도착하니까 너무도 세찬 바람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마도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등에 메고 있지 않았다면 바람에 넘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삼각대를 지팡이 삼아 간신히 허리를 펴고 서서 앞을 내려다보니 “Oh my God” 상상할 수도 없었던 풍경이 힘들게 올라왔던 산 반대편 아래 펼쳐져 있었다.
“고생 끝에 낙”이 이런 것이다, 라고 가르쳐 주는 듯 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이 정상에서 바라 본 화산 분화구
뻥 뚫려있는 것이 쇼핑몰에 가면 커다랗고 둥그런 플라스틱 통에 동전을 던지면 뱅글뱅글 돌아 떨어지는 기구처럼 생긴 것이 마치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저를 반겼지만 어느새 나의 다리는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빨려 들어 갈 것 같아 감히 가까이 접근도 못하고 멀리 떨어져서 사진을 촬영했다.
주변의 나무 크기를 보면 분화구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올라오는 길 반대편과 옆쪽으로 펼쳐지는 분홍 산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죽을 것만 같이 힘들었던 마음은 금방 잊혀지고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시간도 없이 어느 시간 손가락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망원렌즈(100-400mm) 화각으로 보니까 어릴 적 넘어졌을 때 엄마가 상처에 발라주시던 빨간약을 발라놓은 듯한 분홍색 크고 작은 언덕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져 있었다.
‘Cinder Cone’ 에서 보이는 분홍색, 보라색, 붉은색, 파란색, 갈색, 밤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화산이 분출했던 곳에는 광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색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전해지는 빛과 색온도로 인하여 더욱 선명하게 표현되는 것이다.
분홍 산 사이사이 앙증맞게 보이는 작은 소나무들은 화산이 폭발한지 어느 듯 백년 이상 지났는데 용암이 굳어버린 돌을 뚫고 살아 올라와 저 분홍빛을 더욱 신비롭게 느끼게 해주는 초록색들이 자연의 신비로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정신없이 촬영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여 아쉽지만 마무리를 하고, 내려 올 때는 산 반대편을 굽이굽이 내려오면서 사진을 촬영하였기 때문에 더 힘들고 지쳤던 시간이었다. 아마도 나의 기억 속에 가장 많이 걸었던 날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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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이젬마(한국사진작가협회 워싱턴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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