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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2)
인상주의 음악, 프랑스 음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가 두 명 있다.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드뷔시는 사물을 바라보았을 때 느끼는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하였고 라벨은 사물 자체를 객관적으로 묘사하려고 하였다.
모리스 라벨 (Maurice Ravel, 1875~1937)
라벨은 1875년 스페인 국경에 위치한 시부르에서 태어났다. 음악가의 꿈을 가졌던 라벨의 아버지는 일찍이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당시 최고의 피아노 선생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게 하는 등 라벨의 음악 공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 인해 1889년 라벨은 열 네 살의 어린 나이로 파리 국립음악원에 입학한다. 1897년부터 앙드레 제달스(André Gedalge, 1856~1926)에게는 대위법을,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에게는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무렵 라벨은 상징주의 문학을 애독했고 드뷔시와도 알게 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는 음악원 재학 중에 이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물의 희롱 Jeux d`eau>, <거울 Miroirs> 등 뛰어난 작품을 완성했다. 라벨은 인상주의적 기법을 일부 받아들였지만, 명확한 리듬, 깔끔한 선율라인, 고전주의적 견고한 형식 등을 중시하였다.
라벨은 당시 최고 권위의 작곡 콩쿠르였던 로마대상에 1901년부터 1905년까지 매년 작품을 냈다. 하지만 첫 콩쿠르에서 2등을 하였고, 후에는 예선에서부터 떨어졌다. 마지막 지원 시에는 30세가 된 학생은 응모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이에 여론이 들끓었고, 당시 심사위원들이 그의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하였으면서도 불공정한 태도를 취한 것이 밝혀져 결국 파리 음악원 장 뒤부아(Théodore Dubois, 1837~1924)를 포함한 여러 교수들은 사임해야만 했다.
음악으로 인정받은 라벨은 1927년 보스턴 교향악단에서 지휘를 맡기도 하고 여러 도시를 돌며 연주를 했다. 그는 미국에서 엄청난 환영을 받았고, 상당한 수입과 함께 프랑스로 돌아갔다. 당시 라벨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서 이미 작곡가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1932년 자동차 사고 때 얻은 뇌 질환 때문에 점차 악보를 읽고 선율을 기록하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1937년 최후의 수술을 끝으로 그는 깨어나지 못했다.
라벨은 의뢰를 받아 다른 작곡가의 곡을 편곡하기도 하였지만, 주로 자신의 피아노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했다. 이는 그의 음악에서 ‘피아노’라는 악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라 발스 La Valse>는 피아노 버전이 나중에 작곡되었다. 원곡은 관현악 작품으로 1920년에 완성되었는데, 완성하기까지 14년이 걸렸다. 1929년에는 발레가 덧붙여져 연주되기도 하였다. ‘라 발스’는 프랑스어로 ‘왈츠’를 뜻하는데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II, 1825~1899)에 대한 존경을 담아 작곡되었다. 청량한 멜로디를 가진 이 작품은 피아노 솔로뿐만 아니라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과 오케스트라 버전도 있어 비교해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다.
라벨은 제 1차 세계대전(World War I, 1914~1918)이 일어났을 당시 <쿠프랭의 무덤 Le Tombeau de Couperin>을 작곡했다. 총 6곡은 쿠프랭을 비롯한 18세기 음악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으며 1차 세계 대전에서 전사한 친구들에게 헌정되었다. 또한 그는 전쟁 말기 <볼레로 Bolero>를 작곡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라벨의 오케스트라 작품이다. ‘볼레로’는 원래 18세기 스페인 민속 무용의 한 형식이다. 하지만 라벨의 볼레로는 명확하게 이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라벨은 단지 이국적인 취향을 드러내기 위해 이를 제목으로 사용했다. 술집의 탁자 위에서 무용수가 홀로 춤을 추다가 고조되는 리듬이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일어나 무용수와 같이 춤을 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목은 생소할지라도 도입부에서부터 나오는 멜로디를 듣는 순간 이미 귀에 익숙한 곡임을 알게 될 것이다. 약 15분 길이의 이 작품은 단조로운 주제와 리듬이 반복되지만, 풍성한 음향의 후반부는 매우 매력적이다.
*오늘의 추천 작품 감상 목록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거울 Miroirs>
<라 발스 La Valse>
<볼레로 Bolero>
<
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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