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버지니아 주립대학은 그 주에서는 최고지만 전국적인 순위에서는 아이비 리그급 사립대학들은 물론 메릴랜드나 버지니아 대학보다는 훨씬 밑도는 학교다. 우선 그 주의 경제적 랭킹이 50개주에서 40위라는 사실이 크게 영향을 끼친 때문일 것이다. 그런 학교에서 비즈니스 전공을 한 여학생이 밀란이라는 세계굴지의 제약회사에 데이터 입력 사무원으로 입사한지 24년 동안 15여개의 부서에서 점차적으로 중요한 요직을 거친 다음 40세도 못되어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대학을 22세에 졸업했다면 이제 막 46세의 나이로 연봉이 무려 1,890만 달러라니까 정말 입지전적 인물로 부각될 만도 하다.
헤더 브레스크의 이야기다. 그가 이번 주 연방하원의 한 분과위원회의 청문회에서 공화 민주 양당 의원들로부터 혹독한 질문 공세를 당했다. 왜냐하면 밀란 회사가 어린아이들이 알러지 때문에 급히 손을 쓰지 않으면 병원 응급실에 가기도 전에 사경을 헤맬 때 즉효를 발휘하는 에피 펜이라는 약값을 10년 동안에 무려 500 퍼센트 올렸기 때문이다. 에피네프린이란 약물을 어린아이들에게 간단하게 주입할 수 있도록 펜처럼 생긴 것이 들어 있는 에피 펜의 정가는 608달러이라는데 연방하원 분과위원장은 펜 속에 들어있는 주사액의 원가는 1달러 정도라고 지적한다. 그에 대해 브레스크 CEO는 그의 밀란 회사가 에피 펜을 소유해 왔던 9년 동안 그 약품을 개량하고 널리 보급시키기 위해 10억 달러이상을 투자했노라고 맞받는다. 예를 들어 2009년에 약물투입기를 개량했단다. 그 같은 개량은 그 약품 자체가 30년전에 허락되었지만 새로운 발명 특허를 획득하게 했기에 경쟁회사들이 비슷한 약품을 개발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워싱턴 포스트와 USA 투데이에 의하면 브레스크는 에피 펜의 값을 올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인 게일 맨친 여사가 주 교육위원회들의 전국 연합회 회장으로서 학교들이 에피 펜을 상비약으로 비치하게 만드는데 있어서의 역할 때문에 연방 의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단다. 맨친 여사는 웨스트 버지니아주지사를 하다가 현역 연방상원으로 있는 조 맨친 제 3세의 부인이다. 그런 정치 가문에서 자란 영향 때문인지 브레스크는 의원들의 힐문에도 풀이 죽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쿠폰 등을 나누어주고 보험회사의 참여가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내는 액수는 별로 많이 증가된 것이 아니라는 답변에 더해 자신의 보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국제 제약회사들의 평균 보수로 보아 적정선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좌우간 그의 고속승진이 정치가문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했었을 가능성마저 상상된다.
직원 수가 4만 명이라는 밀란 회사의 입장으로 보면 브레스크는 유능한 인재다. 회사의 경영자는 회사의 주인 격인 주주들에게 이윤 증가를 안겨주며 회사 직원들을 잘 관리 하는 게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은 뒷전으로 밀린다.
밀란 회사는 폭리를 취했을망정 불법을 행한 자취는 보이지 않는 반면 역시 이번 주에 상원의 청문회에서 증언했던 존 스텀프 CEO가 속한 웰스 파고 은행의 경우는 분명히 불법을 저지른 비즈니스다. 은행 고객들이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200만개의 신용카드를 발급하여 실적(?)을 높이는 불법행위 때문에 웰스 파고 은행은 이미 5,800명의 일선 직원들을 해고시켰고 1억 8,500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스텀프는 연신 의원들에게 사과는 하면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언동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진보계 엘리자베스 워렌(매사추세츠)의원이 그에게 사직을 하거나 작년에 번 1,900만 달러의 일부를 반납할 용의가 있느냐고 추궁했을 때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시간에 12달러를 벌던 사람들이 많았던 현장 직원들은 몇천명 해고하면서 크레딧 카드 발급 부서의 최고봉에 앉아 있던 임원은 문책 당하기는커녕 자진 퇴임하면서 거의 1억 달러에 가까운 퇴직금을 챙겨나가게 했다는 것이 의원들을 흥분시켰다.
정말 ‘대마불사’라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절실히 느끼게 하는 의회 청문회 장면들이었다. 인간제도들의 불완전성은 어느 사회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많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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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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