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화원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만약 영화에 음악이 없다면 관중이 영상에서 받는 감동이 반감될 것이다. 그래서 무성영화 시절부터 주인공들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축음기나 유성기를 통한 음악은 영상의 필수적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주인공들이나 주변사람들의 희로애락은 물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되었을 때의 절망감, 공포와 전율, 그리고 위기 탈출이나 극복이 가져다주는 승리의 쾌감과 환희는 적절한 음조로 상승된다.
엊그제 TCM 채널에서 본 미국영화협회(AFI: American Film Institute)의 제44회 생애업적상 수상식 재방송은 영화와 음악의 동반자 성격을 재음미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태생인 작곡가 존 윌리엄스(82)가 수상자였기 때문이다.
AFI는 1967년에 발족한 미국영화의 유산을 보존하고 전수하기 위한 단체다. 1973년부터 AFI는 생애업적상을 수여하기 시작한 바, 감독들과 남녀 주연배우들이 주로 받아왔었다. 작곡가로는 윌리엄스가 최초다. 그러나 그의 업적으로 보면 오래 전에 받았어야 마땅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UCLA 음악과 출신인 그는 영화음악 작곡으로 아카데미 수상 지명을 50회나 받은 바 있었고 그중 다섯 번은 수상자였기 때문이다. 이번 윌리엄스의 생애상 시상식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회고한 것처럼 스필버그의 영화 40편 중 27개의 음악이 그의 작곡이었다.
식인 상어 영화 조스(1975)의 공포감을 유발시키는 음향과 영상이 어우러져 그 후 몇 해는 아이들이 바닷물에 들어가기를 겁냈던 원인 제공자가 스필버그와 윌리엄스였던 셈이다.
ET, 외계인(1982) 영화에서 ET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탄 자전거들이 상공으로 치솟을 때의 흥분과 평온을 안배시키는 배경 음악으로 감동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치정권 아래서 군납업체를 경영하던 쉰들러가 공장에 근무하는 유대인들의 명단을 작성하여 그들의 생명을 구해주었기에 이스라엘에서 ‘의인’으로 존경받았던 실화를 근거로 한 ‘쉰들러의 명단’(1993년)의 처절한 애가를 들으면서 눈물을 삼켰었던 기억도 난다.
윌리엄스는 스타워즈(Star Wars, 1977)의 배경음악으로 언젠가 AFI에서 선정한 25개의 최고 음악중 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작곡가들은 천재들임이 분명하다.
영화음악의 탄생을 묘사한 스필버그의 설명만 보아도 그렇다. 영화가 다 찍힌 다음에야 작곡가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작곡을 의뢰한다는 것이다. 영화감독과의 조율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장면에 어떤 음조가 조화를 이루어 관객의 마음에 호소할 것인가를 머리 속에 그리고 오선지에 옮기는 몫은 고스란히 작곡가의 소관이다.
윌리엄스의 뛰어난 재주는 영화음악만이 아니라 TV 프로그램들의 주제음악, LA올림픽의 주제음악, 그리고 수많은 작곡들로 대표된단다. 도합 150여개의 작품을 만들어 내면서 1980년부터 1993년까지는 보스턴 팝스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활동했을 정도로 그의 왕성한 음악활동은 전 세계 팬들의 심금을 울려왔다. 윌리엄스는 천재이면서도 겸손하다고 칭찬받는다. 시상식 때 나온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해리슨 포드 등의 회고담에도 그런 점이 부각되었다.
마지막으로 상패를 받은 윌리엄스의 수상소감도 돋보인다. 특히 스필버그가 ‘쉰들러의 명단’을 보여주면서 작곡을 부탁했을 때의 회상이 감동적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대답하기 전에 자리를 잠간 뜰 수밖에 없었단다. 생각을 정리하고는 윌리엄스가 스필버그에게 자기보다 더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게 작곡을 맡겨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스필버그의 대답 또한 걸작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다 죽었으니까 당신이 해야한다”라고 했다나. 영상문화시대인 현재 윌리엄스는 현대판 베토벤이나 베르디가 마찬가지가 아닐는지.
참고로 AFI의 회비는 1년에 50달러부터 2,500달러 사이이다. 회비 액수의 고하에 따라 대우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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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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