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이다. 어떤 학부모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자신의 자녀를 학교에 등록시키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자신의 아이는 이미 몇 년간 프리스쿨에서 영어를 배워 영어 사용에 지장이 없는데 왜 ESOL(이솔) 교육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시험을 보아야 하느냐였다. 그리고 그 시험 결과도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ESOL은 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의 약자이다. 즉,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자들을 위한 영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ESL(English as Second Language) 이라고 칭했는데, 영어가 꼭 둘째 언어(second language)가 아닐 수 있기에 용어를 변경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은 인종, 문화, 언어 면에서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흑인, 히스패닉, 그리고 아시안계 학생들을 모두 합치면 55% 가량이 된다. 그리고 전체 학생들의 3분의 1 가량이 영어 외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 출신이다. 킨더가튼 학년의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아 절반 이상이 그렇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 중 상당수가 좀 더 집중적인 영어 교육을 제공하는 이솔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로 판명되고 있다. 현재 전체 학생들 가운데 15% 이상이 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 교육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 시험은, 연방법에 의하여 영어 외의 언어 사용 가정 학생들인 경우 학군에 처음 등록할 때 모두 받게끔 되어 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아무리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이라도 등록서류에 집에서 영어 외에 다른 언어 사용이 나타나면 의무적으로 이 평가 시험을 받아야 한다. 이미 다른 학군에서 정규 영어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의 근본 취지는 해당 학생들에게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확실히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의무규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오해를 살 수 있다. 나 한테 이메일을 보냈던 그 학부모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평가 시험을 통해 이솔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명된 학생들에게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는 5개 단계의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이러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적절한 시기에 재평가를 통해 받고 있는 영어 교육 수준의 적합성을 점검한다. 그래서 다른 단계의 수업이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 서면 클래스를 옮기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평가 시험은 의무지만, 실제적으로 그러한 수업을 받는 것은 학생들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가 시험의 결과에 상관 없이 그러한 수업을 받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받다가도 바꿀 수 있다. 이것은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실제적으로 이러한 선택 권리를 행사하는 학생들도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전에 학교의 카운슬러와 상담을 꼭 할 것을 권하지만, 학생들의 능력과 필요에 따라 이것은 전적으로 해당 학생들과 부모들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몇 년 지난 통계자료이긴 하지만 이솔 교육을 마친 학생들과 그러한 교육을 거부한 학생들과의 학력 성취를 비교했을 때 교육을 제대로 마친 학생들의 성취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킨더가튼 입학 때 평가 시험 결과가 이솔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학생들 중 1학년에 올라갈 때쯤이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는 학생들도 제법 된다고 한다. 영어 외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라난 학생들이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는 영어 사용에 익숙치 않더라도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과 별반 차이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아무쪼록 혹시 자녀들이 학교 입학할 때 이솔 교육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너무 놀라지 말기 바란다. 킨더가튼 입학 전에 집에서 충분히 영어 공부를 시켰더라도 평가 시험에서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럴 때 평가가 잘 못 되었다거나 자녀의 능력에 대해 필요 없는 걱정을 말고 그러한 상황에서 자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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