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23일)은 금요일 밤부터 휘날리는 눈보라 때문에 워싱턴 DC 일대가 모두 1척 내지 2척 가량의 눈에 휩싸일 모양이다. 눈사태 때문에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판국이라 영화라도 보러 갈 생각이 나는 사람은 서둘러 마음을 바꾸어야 될 것이다. 이미 수요일 저녁에 고작 1인치 정도의 눈에도 수백건의 접촉사고가 났으며 여러 사람들이 퇴근 하는데 4시간 내지 8시간을 차 속에서 고생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두문불출(杜門不出)이 최상이다. 날씨가 풀려 영화를 보러 편히 내왕할 수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레버넌트(The Revenant: 유령)을 첫 순위로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19세기 초반에 있었던 실화를 근거로 한 그 영화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과 조연상들 아카데미상 후보로 12분야에 걸쳐 지명됐기 때문이다. 1977년에 시작된 스타워즈(The Star Wars: 별들의 전쟁)의 원조배우들이 등장 하여 관객동원과 수입면에서는 2015년의 최고 기록을 갱신한 최신판 스타워즈는 별 볼일 없는 분야에서만 지명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데 레버넌트를 보러가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설경에 감탄하게 될 것이고 야생동물 가죽 채집자들에 대한 아리카라 인디언들의 처절한 살육장면에 기가 질릴 것이라는 게 일부영화평론가들의 지적이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가디언지의 영화평은 조금은 가혹한 편이다. 그 영화의 오락점수로는 B-, 그리고 한걸음 더 나가 역사성으로는 C-라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레오나도 디카프리오가 휴 글래스라는 주인공 역할을 하는 영화다. 1823년 그가 포함된 가죽사냥꾼들 약 70명이 600여명의 인디언들에게 공격을 당하는데 실제로는 약 50명이 살아남았던 반면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포함해서 10명이 생명을 건진 것으로 나온단다. 글래스가 선인 역이면 악역은 핏스제랄드인데 글래스가 새끼곰들을 거느린 어미곰의 공격으로 사경을 헤매게 되는 것을 짐스러워한 핏스제랄드가 죽이려고 하자 글래스의 아들이 말리려고 하다가 대신 죽게 된다. 핏스제랄드는 동료들에게 거추장스러운 글래스를 생매장하고 도망가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글래스는 어떤 인디언 여인과는 연분은 있었지만 자식들은 하나도 없었기에 아들은 가공인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의 글래스는 죽도록 내버림 당한 다음에도 다친 몸을 이끌고 몇백마일의 산악지역을 뒤져 악인에게 복수를 하게 됐었던 바 1825년에 필라델피아의 어떤 신문에 그 내용이 실리게 됐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글래스의 경험은 여러차례 윤색되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영화의 레드카펫 시사회에 2002년에 레버넌트라는 논픽션을 출판한 원작자 마이클 펑크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워싱턴 포스트 등 미디어의 조명을 또 받게 됐었다. 펑크씨가 나타나지 않고 부인 등 가족만 제작 배역진을 만나게 된 이유가 재미있다. 펑크는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무역기구(WTO)의 미국대사로서 공직자는 개인적으로 이익을 돌아올 선전이나 홍보활동에 참여 할 수 없다는 윤리강령 때문이란다. 심지어는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가 레버넌트 시사회에 참석하지 않은데 대해 펑크 대사에게 질문한 것조차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워낙 몬타나주 출신으로 조지워싱턴 대학을 거쳐 코넬 법대를 나온 펑크는 몬타나주 당시 상원의원의 보좌관을 하다가 백악관 정책실을 거쳐 미국 국제통상부 부대표를 지내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역사관계의 논 픽션들을 집필할 정도로 부지런했다는 것이다. 레버넌트는 그가 잠시 K 스트리트의 어느 로펌에서 근무하던 때에 새벽부터 사무실에나 가 집필했다는 데 그의 근면성이 크게 돋보인다. 그리고 WTO 대사가 되기 전 워싱턴을 떠나 몬타나로 이사 가서 대학의 객원교수를 하던 중 그의 국제 통상관계 전문성 때문에 다시 발탁됐었다는 점은 그의 공직퇴임 후의 왕성한 집필활동을 기대하게 한다.
아카데미 수상후보들이 백인 일색이라고 윌 스미스와 그의 부인 자다 핑켓 스미스 등 여러 흑인배우들 및 스파이크 리 같은 흑인 감독들이 수상식에 참가하지 않겠노라고 발표한 것도 뉴스거리다. 그 이유로는 아카데미상을 수여하는 6,000여명의 회원들의 90% 이상이 백인들이고 70%가 60세이상 남자들이라는 사실이 지적되는가 하면 할리우드의 영화제작배급회사들의 회장을 포함한 중역진들이 백인 일색이라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흑·백의 관계는 계속 미국의 어려운 숙제로 남을 수 밖에 없는가? 눈에 갇혀 2,3일 지날 생각을 하니 별의별 잡념이 다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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