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같이 캄캄한 밤이었다. 그 어두움 속에서 이스터섬에서 일어났던 일이 자꾸 생각났다. 너무 멀리 있어서 인류사에서 잊혀져 있던 그 섬. 고고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진 그 섬의 역사는 외부와 차단된 한 문명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멸망하는지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
애초에 그 섬에는 울창한 숲이 있었고 맑은 물과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 것이 부족함이 없었다. 인구가 늘어나고 씨족이 생겨났고 경쟁이 시작되면서 씨족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신이 필요했다. 석상을 만들어서 숲의 통나무를 이용해 바닷가로 옮겨놓고 보름날이면 제사를 드렸다. 씨족이 늘어날 수록 경쟁적으로 석상의 크기와 숫자는 늘어났다. 그와 함께 숲에 나무도 사라져 갔다. 숲이 없어지면서 모든 것이 부족해졌다. 바다가 오염되어 고기도 잡아 먹을 수 없었다. 그리고 노동계급이 봉기하여 지배계급을 죽인후 자신들도 싸워서 결국은 인육까지 먹은 증거가 동굴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도 없어졌다.
우주의 바다에 떠 있는 지구라는 행성은 어떤가? 사자나 호랑이가 뛰어 다닐만한 숲이 남아 있는 것일까? 산성화되어 가는 바다에서 부루 웨일이나 돌고래는 얼마나 오래 혜엄쳐 다닐 수 있을까? 아랍의 봄으로 시작한 민중봉기는 독재자는 내려 앉혔지만 극악무도의테러 집단이 형성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이들은 세계의 피끓는 젊은이들을 파괴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초여름 같은 워싱턴의 날씨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전 NASA 과학자 제임스 한센박사는 기후변화로 지구에 축척되는 에너지는 핵폭탄 40만개를 매일 터트리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계산한 바 있다. 이대로 가면 세기말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8도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의 정상온도를 15도로 본다. 우리 몸의 온도가 몇도 더 올라간다고 상상해 보자 우리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새벽이 오기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잔혹한 테러의 상처와 아픔이 그대로 노출된 비극의 현장, 파리에서 어두움을 털고 새벽을 깨우는 결정이 이루어졌다. 인류의 진행방향을 지속불가능에서 지속가능으로 바꾸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역사는 오늘을 기억할 것입니다.” 12월 12일 전세계 192국이 서명한 파리유엔기후회의의 합의문이 발표된 후 우뢰와 같은 환호성과 함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외침이다.
세계는 감축목표를 애초의 목표인 2도 보다도 더 강한 1.5도로 낮추었다. 그리고 그 이후 5년마다 모여 더 낮은 감축목표를 설정한다. 부자나라는 가난한 나라의 기후대책을 위해 100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만약 어느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위하여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를 수행해 줄 경우 그 프로젝트는 자국의 감축 목표속에 포함된다. 감축의 실행 방법으로 종래의 산업분야에 더해서 숲의 재조성과 빗물의 이용을 중요한 분야로 추가했다.
이 역사적인 결정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숨 죽이는 걱정과 오랜 참음과 기다림과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1.5도가 더 마땅한 목표이다. 2도의 한계점은 그것을 제시한 전 NASA의 한센박사도 가 높게 계산 됐음을 스스로 시인했었다.
기후변화 취약지역인 섬 국가들의 강력한 1.5도의 주장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주도했다. 일찌기 그는 시진평과 야심찬 양국의 배출목표를 향한 동의를 얻어냈다. 프란시스 교황은 특별교서로 “우리 모두의 집”을 살리자고 호소했고 반기문 총장은 기후변화 취약지구를 돌아 다니며 심각성을 알려 왔다. 그리고 수많은 세계의 지도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협조해 왔다.
회의장 밖에서의 열기는 더 했다. 78만여명이 세계 각국에서 행진으로 파리에 도착했고 전 세계적으로 총 30만명이 참가한 2천여개의 형사가 열렸다. 20만명을 예상하던 파리에서의 공식 도보행진은 테러사건으로 무산되었지만 프란시스 교황의 검은 신발과 반기문 총장의 운동화를 포함한 행진자들의 신발 2만2천개가 모이려고 했던 그 광장에 진열되었다.
이것은 ‘생각하는 동물’ 인간의 속성의 훌륭함을 믿을 수 있다는 증거이다. 이제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되었다. 지구의 숲이 다시 울창해 지고 하늘에는 새가, 바다에는 고기가 넘치는 이 행성에서 그 풍요함과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갈 우리 후세들을 위한 꿈을. 그리고 이제는 우리의 차례이다. 그것은 지속불가능을 초래했던 종래의 사고와 생활 습관이 새 꿈으로 펼쳐지는 새 세상에 맞는 지를 점검해 보는 일이다. 우리의 새벽을 두드리는 자연의 온전함과 아름다움을 위하여 우리를 내어 주는 일이고 우리 인성의 고귀함을 내어 보여주는 일이다.
<김은영 기후변화 전문가 워싱턴 DC>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