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센터에서 일을 하다보면 우리가 매일 매일의 삶을 누구의 도움없이 꾸려나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축복된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사실은 우리가 흔히 ‘기적과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연결과 지원과 후원의 복합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은 상태로 삼사개월만 살게 된다고 생각해 보자. 전혀 예기치 못한 중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해서 몇 달을 보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간 저금해 놓은 돈은 아파트 세 몇 번 내면 이내 바닥이 날 것이고, 그리고 2-3달 연체하면 아파트에서는 퇴거 명령을 보낼 것이다. ‘아침에 정신없이 일어나 학교로 일터로 갔다가 저녁이면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시는’ 일상은 온데 간데 없고, 당장 먹을 것, 잘 곳을 걱정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올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복지센터에 찾아왔던 몇몇 사례들이 기억난다. 건축일을 하는 김씨는 친구들과 운동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중풍 증세를 일으켰다. 다행히 심한 상태는 아니어서 몸을 천천히 움직이고 걸을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힘든 건축일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복지센터의 사회복지사는 김씨의 생활 보조금을 신청하였지만, 근로점수가 3점 모자른다는 이유로 거절되었고, 다시 장애인 연금을 신청해 보았지만, 장애의 정도가 장애 연금을 받을 수준은 안 된다고 거절되었다.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몇 달 후에 근로점수를 채워 결국 사회복지 연금과 메디케어를 받게 되었지만, 그 기간동안 친구집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잠을 자거나 자동차에서 잠을 자야했다.
남편의 계속되는 폭력으로 고통을 당하던 김씨는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입은 옷과 주머니에 있던 몇 십불이 가진 것 전부였다. 복지센터에서 제공하는 식료품 쿠폰으로 아이들과 밥을 사 먹고 카운티에 있는 무주택자 대피소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삼일을 굶어서 말할 기운도, 서 있을 힘도 없다는 젊은 청년도 있었다.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난 후 있는 돈으로 몇 달을 버텼는데, 그것도 곧 바닥이 나서 방세를 못 내고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고 동네 PC방 처마에서 밤이슬을 피했다고 했다. 직장을 다시 구하기 위해서 여기 저기 전화를 해 보아야하는데 전화비도, 인터뷰를 가기 위해 머리깍고 샤워할 돈도 없다고 했다. 복지센터 사회복지사는 기본적인 인터뷰를 거쳐 청년에게 가장 시급한 도움을 제공하였는데, 그것은 전화카드, 식료품 쿠폰, 그리고 목욕과 이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이었다. 다행히 청년은 복지센터를 다녀간 지 이틀만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게 되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들이 복지센터를 찾아올때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 일면식도 없는 복지센터를 찾아와 도움을 호소하는 것이 그분들께 얼마나 힘들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까를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너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한다. 몇 몇 신앙단체들이 매년 자금을 모아 전문 사회복지 기관에 맡겨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지역사회 주민에서 나누어준다는 이웃 타민족의 성공사례들에 부러운 눈길이 간다.
며칠 전 신문에 보니 워싱턴 총영사관 관할 지역의 한인 인구가 18만 5천명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미국의 수도가 있는 도시 한복판에 이렇게 많은 한인 인구가 모여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이쯤되면 한인 동포의 이름으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리 모두의 작은 힘과 정성을 모아, 0.01% 아니 0.001%에 해당하는, 절망과 낙심 가운데 있는 우리 이웃에게 ‘동포’의 이름으로 평생 잊지못할 소망과 감사의 기억을 심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일까? 우리의 결집된 도움으로 절망의 자리에서 무릎에 힘을 세워 일어난 분들, 그분들의 자녀 가운데 우리 한인 사회를 아니 이 미국사회를 이끌어 갈 차세대의 일꾼들이 일어나고 세워진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이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가? 그 작은 발걸음을 ‘사랑 나눔 캠페인’에서 시작해 보자!!
이제 늦은감이 있지만 한국일보가 이일에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섰고 복지센터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사랑의 구호기금’ 모금을 시작하려한다. 동포들의 사랑나눔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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