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이어 받은 지 3년 가량이 지난 지금도 북한에서는 김정은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당과 군부에 숙청 바람을 일으켜 공포정치를 자행하여 전 인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이 아슬아슬한 북한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보면서 서초 패왕인 항우(項羽)와 전한 고조 유방(劉邦)과의 역사적인 전쟁을 회상해 본다. 항우는 중국 역사를 통해서 역대 급의 무예와 통솔력을 자랑하는 중국 역사상 최고로 인정받는 역발산의 장수다. 그러나 지략이 부족하여 전략이나 휘하의 장수들의 능력을 이용하기 보다는 자신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전략가인 군사(軍師)의 지략과 수하 장수들의 힘을 아예 무시했다. 무시할만한 타당한 이유도 있었다. 항우는 군사를 일으킨 지 8년 동안 70여 차례 싸우면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항우는 ‘팽성’ 전투에서 겨우 3만 명의 군사로 유방의 60만 연합 대군을 격파하고 50 여만 명의 한 군을 죽이거나 사로잡았다. 유방은 항우와 맞서 전면전을 해서는 이길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진평(陳平)의 계책으로 항우의 군사인 범증(笵增)을 항우와 갈라놓아, 항우는 범증을 의심하여 내쳐 죽였다. 범증이 죽은 후 유방은 그의 제후인 문, 무를 겸비한 용장 한신(韓信)과 합세하여 해하(垓下) 전투에서 장량의 계책으로, 사면으로 항우 군을 철통같이 포위하였다. 장량의 계책에서 사용된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가 이에서 유래 되었다. 달빛이 은은하고 고요한 밤. 항우의 군사들이 고향을 향하여 두고 온 처자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때 어디선가 사람의 간장을 애끓게 하는 슬픈 민요를 부르는 피리소리가 전선에 울려 퍼졌다. 포위망에 가친 군사들은 포악한 항우의 전투 독려와 굶주림에 지친 나머지 전의를 잃고 항우 수하의 명장들과 함께 유방에게 투항하고 말았다. 항우에게 남은 병사는 수백 명. 항우는 마지막 전의를 불태워 한 군의 포위망을 뚫었지만 남은 병사는 겨우 26명뿐이었다. 항우는 하늘을 쳐다보고 “하늘이 나를 버린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못한 것이 아니다”란 말을 남기고 자살하고 말았다.
올해 들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제재 받은 ‘사면초가’ 속에서 탈출구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김정은이 친 중국 경제개방 주의자인 장성택을 종파적 반혁명 분자로 몰아서 처형한 후 맹방이었던 중국과는 소원한 관계가 지속 되었고, 중국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러시아의 푸틴에게 특사를 보내 보았지만 중, 러 동반자 동맹관계를 맺은 시진핑 주석의 발 빠른 행보에 밀려 북한의 정치와 경제는 고립무원의 바닥을 헤매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은 아방궁을 더 만들고 대동강에 초호화 요트장을 만들어 호화와 사치를 극하는 분수 넘는 생활에 염증을 느낀 북한 인민들은, 김정은이 인민들의 생활은 눈곱만치도 생각지도 않는다 하여 “인민을 굶겨 죽이는 지도자”라는 비판이 북한 인민들 사이에 들끓고 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이전 휴전선에 설치해서 북한 군영으로 내보낸 확성기 방송 선전은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때는 김정일이 중, 러 와의 우호 관계를 밀착하여 경제사정도 지금보다 나았기 때문에 인민의 불만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군에 의해 휴전선에서 자행된 목함 지뢰 폭발사건으로 인해 대북 확성기 방송 선전이 재개되자 김정은과 군부의 최고 실세들은 대경실색하여 긴급히 남측에 방송중단과 더불어 군 최고 지도자의 남북 협상을 요구했다. 왜 확성기 방송 선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을까. 김정은의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설픈 정치 놀음에 지친 인민들의 분노가 폭발직전에 있음을 김정은이 직감했기 때문이다.
남북 대표자들은 마라톤협상 끝에 서로 원만한 합의를 보았다. 이제는 김정은 국방 제 1위원장이 인민들의 민심을 직시하고 인민들의 민생과 안녕을 돌보고 인민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노력할 때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모든 강대국들이 북한에 등을 돌린 현 시점에서 누구와 손을 잡고 고립무원의 지경을 탈출할 것 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모쪼록 어렵게 도달한 남북 합의를 계속 지켜내고 발전시켜 남북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평화의 길로 달려가야 한다. 김정은 정부가 정치적 경제적 ‘사면초가’를 극복하는 방법은 같은 핏줄인 대한민국 정부와 손잡고 신뢰 속에서 상오 협력하는 길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음을 주지해야 한다.
대니얼 김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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