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였다. 스마트폰으로 들어온 한 이메일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올해 11월 치뤄질 선거에서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 자리에 도전하는 동료 교육위원 한 명이 캔버싱이라고 불리는 호별방문 선거운동에 나섰다가 어느 집 주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약 7-8년 전 교육위원회가 내렸던 학군 변경 결정에 대한 불만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 그 교육위원을 밀쳐서 넘어지게 했으며 경찰에 연락하려 사용하던 핸드폰을 빼앗아 집어 던졌다고 했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개입하여 말렸기에 겨우 그 자리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그 집주인은 폭행으로 기소되었다.
나도 지난 20년동안 여러차례 선거에 출마하면서 호별방문을 많이 해 보았다. 호별방문은 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만큼 힘든 방법 또한 없다. 요즈음은 각 정당이 이미 수집, 분석해 놓은 유권자들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많아 호별방문 대상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사전 인지도가 제법 높지만 내가 처음 선거에 출마했던 때는 그렇지 못했다. 기껏해야 공식 유권자 명부에 나와 있는 각 정당 예비선거 참여 여부 정도의 정보로 호별방문 대상자의 정치성향을 가늠해야 했다.
호별방문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후보자가 직접 찾아와 주는 것에 감동해서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도 있고, 힘든 일에 나서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한다. 땀을 흘리는 얼굴을 보고 집안으로 초청해 시원한 음료수를 권하거나 선거자금을 손에 쥐어 주는 사람도 있다. 각종 이슈에 대해 관심을 표하기도 하고 선거 때 가족들과 모두 함께 꼭 찍어 줄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덕담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집에서 좀 쉬려고 하는데 왜 이런 일로 방해를 하느냐고 문전박대를 하며 무안을 주기도 한다. 당신이 취하고 있는 입장이나 과거 행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특정 현안에 대해 호전적으로 토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창문으로 살짝 얼굴을 확인한 후 문을 아예 열지 않는 사람도 있고, 문을 열었다가 면전에서 그냥 확 닫아 버리거나, 나는 절대로 당신에게 표를 찍지 않을테니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즈음은 덜하지만 내가 맨처음 선거에 출마했던 20년 전에는 나에게 인종차별적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렇게 호별방문이 힘들지만 그래도 나를 알리는 것과 유권자들의 호감도 파악처럼 중요한 것이 없기에 한 여름의 더위나 온갖 모욕의 가능성을 마다한다.
이렇게 해서 파악되는 유권자들에 대한 정보는 잘 정리하고 분석해 선거일 당일 투표소로 안내하는 운동을 전개할 때 사용한다. 즉, 나에게 호감을 보였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우편이나, 전화 또는 추가 방문 등을 통해 투표에 참여하도록 권한다. 가족 중 부재자 투표지가 필요한 지 파악해 신청서를 보내고 부재자 투표를 독려한다. 선거운동에 자원봉사 여부나, 집 앞 뜰에 선거홍보물 싸인을 꽂아도 되는지도 물어본다.
반면 나에게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선거 홍보지 한 장도 보내지 않는다. 투표참여 단체독려 전화에서도 당연히 제외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유권자 성향 정보는 잘 보관했다가 같은 정당 출신의 다른 후보자들과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호별방문은 후보자가 직접 하기도 하지만 선거캠프의 스태프나 자원 봉사자들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는 자원 봉사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선거운동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토요일에 폭행을 당했던 그 동료 교육위원을 바로 다음 날 어떤 행사 자리에서 만났다. 그는 전날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리지만 멈출 수 없기에 그 날 같은 동네로 다시 나갔다고 했다. 그 날 첫 번째로 문을 두드려 만난 그 동네 유권자가 자기를 보자마자 알아보고는 자기 동네에서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 난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으로부터는 적어도 ‘동정표’라도 받을테니 표 걱정은 말라고 했단다. 그 얘기를 나누면서 어떤 경위이던 간에 표만 얻었으면 됐지 않느냐 하면서 나와 같이 웃어 제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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