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켈리 조 워싱턴 한인복지센터 이민 주택 프로그램 담당
If I can… / Emily Elizabeth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onto his nest,
I shall not live in vain.
만약 내가… / 에밀리 E.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에밀리 디킨슨의 ‘만약 내가’를 고 장영희 교수가 번역한 시인데, 여기에서 장영희 교수가 번역했다는 것이 내겐 중요하다. 내가 막 40대 후반으로 접어들 무렵 신문에서 우연히 접한 그의 글이 너무 좋아서 나중에 그 칼럼을 모아서 낸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사서 읽어보고 더욱 그녀에게 폭 빠져서 그 책을 여러 권을 사서 기회가 될 때마다 친구, 가족, 아는 이들에게 선물하고 읽기를 강요(?)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예전에 냈던 ‘내생애 단한번’과 다른 저서들을 찾아 읽었고, 생전에 집필중이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그가 죽고 난 후 유고집으로 발간되어 아픈 마음으로 읽기도 했다. 그 전에 나왔던 ‘축복’, ‘생일’이라는 타이틀의 영미번역시집은 시보다 산문을 좋아한 내게 뒤늦게 시를 가까이 하게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오래 가지는 않았지만….
“간혹 아침에 눈을 뜨면 불현듯 의문 하나가 불쑥 고개를 쳐듭니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 아등바등 무언가를 좇고 있지만 결국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딱히 돈인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명예도 아닙니다. 그냥 버릇처럼 무엇이든 손에 닿는 것은 움켜쥐면서 앞만 보고 뛰다 보면, 옆에서 아파하는 사람도, 둥지에서 떨어지는 기진맥진한 울새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뛰면서 마음이 흡족하고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결국 내가 헛되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두려움은 늘 마음에 복병처럼 존재합니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장영희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태풍이 지나고 다시 태양이 내비치는 오후의 화두입니다…"
본인은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뛰기만 했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 제자를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글쓰기와 읽기의 즐거움을 지면으로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여 고달프고 어려운 인생을 꾸려나가는 이들에게 소박하고 순수한 행복을 전해준 사람으로 나도 그 혜택을 톡톡히 받은 한 사람이다. 아마도 그때부터 나만 생각하며 살아온 삶에 다른 사람들을 포함시켜서 생각해오지 않았나 싶다.
지난 5월 9일은 장영희 교수가 우리를 떠난지 6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번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여러 책을 통하여 내가 알게된 그는 자신의 장애를 과장하지 않고, 세상과 부딪쳐 받은 상처와 편견들을 얼마나 솔직하게 표현하고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천재인지… 열심히 삶을 사랑하며 힘든 상황을 유머로 바꾸고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긍정적 마인드의 대표적인 사람이다. 앞으로 살아갈 이유와 방향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고는 훌쩍 먼저 떠나가버린 인생선배를 떠올리며, 과연 그 이후의 내 삶이 얼마나 달라졌나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작년 7월에 워싱턴한인복지센터와 인연을 맺은 때부터 여태까지와는 다른 성취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고, 앞으로의 삶이 그리 크게 염려되거나 불안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일상의 삶속에서 가끔씩 보람을 느낄수 있는 일을 찾았고,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자주 누리게 된 까닭이다.
이곳 버지니아에 산지 수년이 지나도록 한인복지센터에서 하고 있는 일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줄 몰랐는데, 직접 안에 들어와 보니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위한 주택, 건강, 교육, 각종 상담, 이민 서비스 등 청소년부터 연장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많은 도전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 모든 서비스와 프로그램들이 복지센터의 직원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얼굴도 모르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몸담고 있는 복지센터의 커뮤니티에서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지, 또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비록 세상을 크게 바꾸는 일은 아닐지라도 사소하게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의 행복도 날마다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장영희 교수가 그를 아는 모든 이에게 축복이었고 행운이었던 것처럼, 나도 나를 아는 이에게 축복이고 행운이길 바란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힘든 일을 덜어줄 수 있다면, 내가 왔다 간 흔적으로 이 세상이 손톱만큼이라도 더 좋아진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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