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관계가 경직되어 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 평화협력이라는 프로젝트들이 성취되어 ‘통일대박’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과거 70년 동안 그랬듯이 남북관계가 그리 평탄하지 않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기 힘든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협상의 여지가 없는 정치이념과 체제의 격차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와 김씨 세습제도를 고수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하고 있고, 남한은 자본주의 이념과 민주주의 체제를 고수하기 위하여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또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남북한 간 협상을 시도할 때마다 남한은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해야 한다 하고, 북한은 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중지를 요구하니 아무런 진전이 없다.
둘째, 남북간의 국방력의 균형 유지이다. 경쟁자간의 힘의 균형이 붕괴되어야 강자가 약자의 굴복을 강요하거나 약자가 강자에게 양보하게 됨으로 대결이 끝난다. 이것이 미국-소련이나 동-서독 대결이 평화적으로 종결된 하나의 이유이다.
남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어느 한편이 월등하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이 세계에서 7위라는 군사력을 갖고 있다지만 이것은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를 제외한 계산이다. 쌍방이 국방력 증가에 열중 하다 보니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는다.
셋째, 남북간에 신뢰가 없다. 신뢰란 오랜 세월을 두고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 데서 이루어진다. 한번 약속이 깨지면 그 동안 쌓였던 신뢰도 무너진다. 예를 들어 미국과 북한이 1995년경에 북한이 원자무기개발을 중지하면 경제적 지원과 경수원자로를 건설하기로 약속했는데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의혹 때문에 그 약속이 무효가 되었다. 그 후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함으로 경직된 남북관계가 지속 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려면 이 세 가지 문제점이 해결돼야 한다.
첫째, 협상의 여지가 없는 과제를 강요하는 것은 한 편이 이기면 반대 편이 져야 하는 ‘제로섬 게임’을 요구하는 것이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남북통일을 원하지만 남한은 흡수통일, 북한은 적화통일을 주장하는 것이니 협상의 여지가 없다. 현실적인 것은 쌍방에 실익이 있는 과제(Win-win Game)를 선택하여 성공시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나 새마을운동, 소규모 경제협력과 같은 프로젝트부터 시작 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더 큰 프로젝트로 연결될 수 있다.
둘째, 강력한 국방력을 키우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고집하면 한국은 더욱 강력한 방위체제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이 우수한 경제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국방력을 키우면 북한은 힘의 균형을 잃고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있다. 무력으로 남한을 적화통일 한다는 꿈을 깨트려야 한다. 동맹국인 미국이 고공방위미사일(THAAD)과 전술핵무기(Tactical Nuclear Weapons)를 배치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월등한 국방력만이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 하고, 또 사면초가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물론 국방비 부담이 클 것이나 비참한 전쟁을 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면 감당해야 할 투자이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방위력확보전략(Mini-max Strategy)이 최적의 전략이라고 본다.
셋째, 소규모의 경제적 협력이 성공하면 신뢰를 갖게 된다. 신뢰가 쌓이면 더 큰 북한경제개발 프로젝트에 협조 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 시장경제체제를 실험하고 있으며 나진, 선봉과 같은 특별경제개발 구역을 설치하여 외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외국 자본가들은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을 주시하며 북한의 신뢰성을 평가할 것이다. 경제적인 협력으로 북한 경제가 안정되면 북한체제도 안정될 것이고 남북관계도 개선될 것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평화적인 남북통일도 가능해지고, 쌍방의 거대한 국방예산이 북한경제 개발비로 전환 할 수 있게 되면, 이것이야 말로 통일대박 이다.
결론적으로, 무력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통일대박을 이루려면 먼저 강력한 방위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경제적인 협력과 문화교류를 통하여 형성된 신뢰를 토대로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면서 통일대박을 구상해야 된다. 이러한 유화와 강경정책이 병행될 때 북한의 행동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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