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로 받는 보수를 임금(賃金, wage)이라고 한다. 사업주나 노동자, 종교인 비종교인을 물론하고 임금에 대하여 관심이 없을 수 없다. 요즘 미국은 물론 고국에서도 임금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고국은 최저임금 시급(時給)이 5,580원으로 확정되었고, 오바마 대통령도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언급하였고, 중국의 주석이나 천주교 교종(敎宗)도 노동자의 임금이나 보수(報酬)의 불균형을 언급했다.
사회적 담론이나 토론 주제로 임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좋기는 한데, 주로 최저임금(最低賃金, the minimum wage)에 대한 이야기여서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그것도 최저임금 인상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진행 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자리에서 경제에 대하여 문외한(門外漢)인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경제적 타당성을 논의 하거나 혹은 무조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종교인으로서 단지 최저임금의 개념에 대한 사회 경제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올해 한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5,580원이다. 쉽게 말해 한 시간 열심히 노동을 해도 밥 한 끼 사 먹기 어려운 금액이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보면 월 약 117만원을 받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노동자가 이 보수를 받는다면, 그는 당연히 꿈 많은 청춘 시절부터 지식 충전, 친구들이나 이성과의 교제, 여가활동이나 문화활동 등 기본적인 인간관계 유지마저 어려워 이른바 3포나 5포 세대의 삶을 살 것이다.
꿈을 안고 사회에 진출한 그 순간부터 삶의 고단함과 무력감을 느낄 것이며, 이는 젊은이들이 결혼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게 하고, 설혹 결혼은 하였을지라도 출산율을 떨어뜨려, 결국 길게 보면 우리 사회에 미래의 노동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 날 것이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의회 연설에서 의원들에게 “풀타임으로 일하고 일 년에 (최저임금에 따라) 1만5,000달러보다 적게 받으면서 가족을 보살필 수 있다면, 어디 가서 그렇게 한 번 해보라”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미국이나 고국에서 최저임금만으로는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존’은 가능할 지 모르지만,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며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 아직도 많은 기업이나 경제학자들이나 정부가 최저임금 체계를 고집하고 있는 지 답답하다. 최저임금 제도는 1894년에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었으며, 미국에는 1938년에 도입되었다. 그 당시에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존과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참신하고 따뜻하며 인간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최저임금 개념이 나온 지 100년이 지났다.
기업 환경이 변했고, 사업주의 사회적 책임성이나 노동자의 사회적 역할이 변해도 엄청 변했다. 더 이상 이윤과 성장만이 기업의 목적이 아니듯, 사회적 생존만이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가 아니다. 이제는 임금의 개념도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존’(生存) 유지가 아니라, 적어도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生活)의 영위로 바뀌어야 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일보다, 최저임금의 개념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하는 삶의 질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앞으로 사회는 대안적 체제가 나오기 전까지 무한경쟁의 신자본주의 추세가 지속될 것이며, 기업은 더욱 구조조정이나 노동유연화 등을 통하여 이윤 창출을 위해 내달릴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비정규직이나 알바 등 불안정한 노동에 노출될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사회는 노동으로 유지된다. 에덴동산에서도 아담의 노동이 있었듯이, 노동은 신성한 것으로 인간의 본질적 활동이며, 자아실현의 과정이다. 노동이 기업의 이윤 추구나 기업 성장의 도구적 요소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성실하게 노동하는 사람은 최소한의 ‘생존’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기본적인 삶을 누리며 ‘생활’ 할 수 있어야 한다.
100년도 더 지나서 이제는 소임을 다한 최저임금제 대신에, 앞으로 100년간 사업주와 노동자가 자본과 노동을 고리로 함께 행복한 ‘생활’을 살아갈 수 있는 ‘새롭고 따뜻한 임금체계’를 위한 활발한 담론 형성과 사회적 합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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