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아이가 치과를 가게 되었다. 몇 년 전 놀다가 이를 다친 적이 있는데 결국 그 일 때문에 잇몸에 염증이 생겨버렸다. 이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앞니 네 개를 한꺼번에 빼야한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아이는 금새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다. 그런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충치치료를 위해 내가 드나들던 치과의 소독약 냄새와, 치료 받기를 무서워하는 나를 보고 “하나도 안 무서워. 조금만 참으면 돼. 금방 끝날거야”라고 말하던 치과 의사선생님의 크고 동그랗던 두 눈이 떠오른다.
무서움, 슬픔, 두려움, 사랑스러움, 고마움, 기쁨, 우울, 불행감, 짜증, 시기심, 좌절감, 화, 쓸쓸함, 거부감, 증오, 유대감, 황홀감, 반가움, 기대감, 실망, 불편함.. 우리에게 있는 수많은 감정과 나는 얼마나 친한가?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나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감정에 반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나는 자녀의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는 부모인가?
존 가트맨 박사는 자녀의 감정에 반응하는 부모의 유형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축소전환형 부모이다. 충치치료를 앞두고 무서워하는 나에게 무섭지 않다고 말씀하시던 그 의사선생님은 아마도 이 유형에 속한 분이었을 것이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빨리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고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부모라면 이 유형에 속한다. 아이의 감정을 별 것 아니라는 듯 축소해버리고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이 중요한 부모들이다. 축소전환형 부모는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한다. 행복, 즐거움 등의 감정은 좋은 것, 화, 우울 등의 감정은 나쁜 것으로 여기고 부정적 감정은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아이가 부정적 감정을 보일 때 어떻게든 빨리 그 감정을 없애주려고 애쓴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데 서툴게 된다.
두 번째는 억압형 부모이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감정보다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가 울면 왜 우는지 감정을 읽어주기보다 “너 계속 울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라고 협박한다.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단호하게 감정을 잘라낸다. 이런 경우 아이는 자아존중감이 낮고 감정조절 능력이 낮아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방임형 부모이다. 방임형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다 허용한다. 감정을 표현하면 다 해결된다고 믿고 행동의 한계를 제시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친구와 싸우다가 친구의 얼굴을 때리고 들어온 아이에게 방임형 부모는 “네가 화가 많이 났구나. 화나면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라고 말한다. 자기감정대로 어떤 행동을 하든 괜찮다고 허용해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며 관계를 맺는 것에 미숙함을 보인다.
마지막은 감청코치형 부모이다. 이들은 감정을 좋고 나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훈계나 비판 없이 아이의 감정을 존중한다. 아이의 감정을 다 받아주되 남에게 해로운 행동, 자신에게 해로운 행동은 해서는 안 된다고 행동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둔다. 치료를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엄마도 어릴 때 치과 가는게 싫고 무서웠어”라고 공감해주고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물어보면서 아이의 의견을 묻거나 제안을 하면서 대안을 찾아본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고, 부모와 신뢰감과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높아지게 된다.
존 가트맨 박사에 의하면 감정코칭을 하고 못하고를 결정하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닌 감정코칭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는 약 40퍼센트만 감정코칭을 해도 효과는 충분하므로 항상 아이의 감정을 코치해야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워싱턴가정상담소에서는 4월 7일부터 매주 화요일 감정코칭 세미나를 실시할 계획이다. 아이의 감정을 40퍼센트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노력하려는 부모,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의 손을 놓지 않으려는 부모님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세미나 참여와 계속되는 노력을 통해 훌륭한 감정코치형 부모로 성장하고, 아이 역시 건강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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