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메릴랜드 엘리컷시티에 있는 한 시니어콘도에 살고 있다. 콘도 사무실은 독립기념일, 현충일 등 국경일 때마다 모든 집 현관 앞 잔디에 휴대용 성조기를 꽂아 논다. 바로 옆집에는 엔지니어로 은퇴한 백인 K씨 부부가 살고 있다. K씨는 대부분의 콘도 주민들처럼 이때마다 현관 국기꽂이에 성조기를 게양한다. 한번은 K씨에게 따로 성조기를 게양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현관 성조기는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애국심의 표현입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왜냐하면 내가 미국시민권을 받으면서 미국에 대해 애국심을 표하겠다는 선서를 했기 때문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여러 감명 깊은 장면 가운데 하나는 싸움하던 주인공 부부가 태극기 하양식에 싸움을 멈추고 경의를 표하는 장면이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남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더라”고 한 청와대 회의에서 언급했다는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그 때 한국 사람들의 열정적인 애국심의 표현이 왜 지금은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지만 아마 민주화의 물결에 오염됐거나 아니면 잘못된 교육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한국정부는 모든 공공 및 민간 건물의 국기 게양대 설치를 의무화 했던 국기게양법을 1999년 5월 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한 적이 있다. 물론 이 법이 사라졌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의 국기에 대한 애국심이 줄어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에는 한국에 있었던 그런 국기게양법이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비교적 미국 사람들이 국기에 대해 한국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의를 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인종과 민족의 ‘멜팅팟’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 동네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 국기게양대에는 사시사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성조기가 게양되어 있다. 대부분의 미국 교회 강대상에는 성조기가 게양되어있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 고위직들이 성조기 뱃지를 달고 있다. 연방정부청사 정문 앞에 세워진 국기게양대에는 성조기가 늘 휘날리고 있다.
내가 지난 11년간 한국 대학 강단에 머물면서 많은 젊은 사람들이 태극기에 대한 경의 표시가 경솔함을 볼 때 마음이 아팠다. 더구나 한국의 정당 중에 하나인 통합진보당은 국민의례에서 태극기에 대한 경례순서와 애국가 제창을 빼놓았다니 너무 어이가 없다. 국기는 국가의 상징이다. 그리고 성조기와 태극기에는 선조들의 애국정신이 묻혀있는 상징이다. 때문에 국기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의무일 뿐 아니라 특권이기도 하다. 나라가 없다면 어떻게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일제 36년간 뼈저리게 느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한 신문은 얼마전 ‘태극기 게양법으로 강제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으로 올렸다. 행정자치부가 태극기의 게양율을 높이기 위해 3·1절 국기게양을 법제화 시킨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국기게양운동을 확대하기 위해 방송, 공공 및 민간기업, 각급학교, 사회단체들을 동원하여 펼쳐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이 기사는 덧붙였다. 그리고 민간 건물과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별도로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도록 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정부가 국기게양을 법제화시킨다는 아이디어에는 어쩐지 머리가 꺄우뚱해진다. 국기게양은 법 이전에 국민 각자가 자발적으로 해야 되는 국민의 의무요 특권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법보다는 교육이 뒷받침해야 된다고 본다. 국토가 남북으로 분할돼있고 친북적인 진보사상이 만연되어있는 현 학국사회 실정으로 봐서는 초등학교서부터 헌법에 기초한 분명한 국가관을 심어주어야 한다. 지금은 전교조 교사들에 의한 오도된 국가관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방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이 법안의 발상이 박대통령의 ‘국제시장 언급’과 맞물려 있다면 더욱 순조롭지 못하다. 미국의 성조기 문화는 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 국민정서가 이 문화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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