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주 과학의 발전으로 우주의 아름다운 모습이나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밝혀 줄만한 놀라운 발견들이 자주 보도 된다. 지난 해 11월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의 우주탐사로봇 필레(Philae)가 일명 오리혜성에 착륙하는 인류의 쾌거를 이루었는가 하면,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으리라 추측되는 슈퍼지구(Super Earth)의 발견 소식 등이 그렇다.
또 지난 해 천주교의 프란치스코 교종(敎宗)은 진화와 우주대폭발이론(Big Bang Theory)은 기독교의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을 하여 주목을 받았다. 아직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창조론을 지지하고, 빅뱅이론이나 우주의 진화에 대하여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구나이를 6000년으로 보는 창조과학회의 비과학적 입장이 그렇다.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대립되는 주장인가? 진화론으로 우주를 이해하면 기독교의 하느님을 부정하는 불경(不敬)을 범하는 것인가? 광대무변하고 동시에 극미(極微)하며, 또한 지극히 복잡하며 장구한 우주를 이해하는데 창조론과 진화론을 함께 사용 할 수는 없는가? 우주 이해에 종교와 이성(理性) 곧 과학은 서로 대화 할 수 없을까?
창조론 유형 가운데는 지적설계론(Intelligence Design Theory)도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기독교의 창조론일 것이다. 태초에 하느님(하나님)이 7일 만에 우주를 창조하고, 각종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을 창조하였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창조론은 무(無)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이며, 이미 완결된 결정론적이며 정적(靜的)인 우주다. 인간은 창조의 중심으로 피조 되었고,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며 천동설(天動說)로 이해되었다.
우주는 진화 과정 없이 곧바로 현재의 동식물과 인간을 단 번에 창조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7세기 이후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지동설(地動說)을 극심한 혼란과 진통 속에 받아들였으며, 우주 빅뱅이론 등을 통하여 단번에 완결된 창조가 아니라 ‘계속된 창조’에 대한 신학적 설명을 요청 받게 되었다.
창조론과 달리 우주를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빅뱅이론이 있다. 이는 우주가 어느 시점에서 대폭발하고 아주 짧은 시간에 급팽창(inflation) 함으로 지금의 우주가 형성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는 상대성이론이나 에너지보전법칙 양자역학 수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천문학 등등 과학의 모든 법칙 등을 통하여 두루 설명될 수 있는 이론이다.
우주는 정적이지 않고 동적(動的)이며, 창조가 단번에 완결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무수한 생멸(生滅)의 반복을 보여주는 하늘의 별들처럼 창조의 과정이 지속되는 곧 우주 팽창과 진화의 과정 중에 있다고 한다.
생명은 우주의 진화 과정 어느 단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며, 넓고 넓은 우주 어딘가에 다른 외계 생명체의 존재가 있을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점은 우주에 대한 이런 두 가지 견해를 지닌 사람들이 서로 백안시하고,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주 이해에 있어 종교와 과학이, 혹은 창조론과 진화론이 대립을 넘어 대화가 요청 된다. 천주교는 우주 안에 있는 하느님의 내적 법칙이 곧 진화라고 이해하며 과학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학적 우주 이해는 빅뱅 이후의 세계에 대하여 상당한 발전과 진보를 이루었다. 창조론자는 이러한 우주론에서 우주 이해의 방식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주 탄생 곧 빅뱅 이전의 세계에 대하여 과학은 ‘우연성’ 이외에는 설명 할 길이 없다. 그러므로 우주 진화론자는 빅뱅과 진화 역시 하느님의 창조에 기인함을 고백하는 창조론에서 우주 존재의 의미를 배워야 할 것이다.
우주의 속성 가운데 하나인 빛이 파동과 입자의 두 측면으로 설명 되듯이, 우주 이해 역시 창조론과 진화론의 두 입장의 대화를 통하여 더욱 이해의 지평이 확장 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지식이나 경험은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으며, 턱없이 미미하다. 우주의 존재와 우주의 배후는 신비이다. 그러므로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종교와 과학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우주의 법칙과 빅뱅 이전 곧 우주 창조 이전의 근원(God, Reality)을 묻고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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