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떤 잡지 기사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워싱턴DC의 로펌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한국계 변호사가 쓴 글인데 이 로펌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 약 6개월 정도 집에서 있으면서 어린 딸을 돌보았다고 했다. 6개월이 대단한 기간인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글은 우리에게 여러 긍정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그 글을 부분적이나마 소개한다. 전문은 아래의 링크로 들어 가면 볼 수 있다. http://www.theatlantic.com/features/archive/2015/01/what-ruth-bader-ginsburg-taught-me-about-being-a-stay-at-home-dad/384289/
하버드대 법대 출신인 이 변호사는 법대 졸업 후 연방대법원에서 재판연구원(law clerk)으로 1년간 일했다. 연방대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는 것은 법대 졸업생들에게는 최고의 영예이다. 그래서 미국 내 법대 학생들 중 최고로 우수하다고 여겨지는 학생들이나 엿보는 자리다. 예일대 법대학장을 지냈고 법무성 인권담당 차관보와 국무성 법률고문을 역임했던 고홍주씨가 그 자리 출신이다. 한인계 젊은이가 그런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치하할 일이다.
그의 딸이 태어났을 때 부인은 의대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인은 딸을 낳은 후 거의 1년간 휴학을 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했다. 그것이 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딸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엄마 자신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부인은 엄마됨을 귀하게 여겼고 가능한 최대한으로 엄마됨을 경험하기를 원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재판연구원직을 마치고 변호사로서 새 일을 시작하기전 그런 경험을 아빠로서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커가는 딸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가졌던 가장 큰 두려움은 몇 십년이 지난 후 뒤돌아 볼 때 자신이 일을 우선시 함으로 잘못된 선택들을 하고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흔히 남자들은 육아에 대해 크게 만족스러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쉬운데 그것은 잘못된 가정이라고 했다. 남자에게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경험에 중추적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적어도 자신에게는 확실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통계자료도 제시되었다. 2013년 10월에 발표된 퓨리서치 연구에 의하면 남자들 가운데 60%가 애들을 돌보는 시간이 의미가 크다고 했다고 한다. 반면, 직장 일에 대해 같은 평가를 내린 비율은 33%에 불과하다고 했다. 즉, 아빠들에게도 애들을 돌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춘기때부터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 울어 본 적이 딱 두번 밖에 없는 것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냉정하지 않다고 했다. 부인이 의대에 복학한 후 자신이 아침에 딸을 데이케어에 데려다 주어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데이케어에 내려 놓을 때마다 안 떨어지려고 매달리는 딸을 뒤로 하며 창피하고 미안해 자주 울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딸을 집에서 키우면서 기뻐서 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이 대견하고, 사랑스럽고 감사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바로 우리 옆집에 살았던 부부가 생각났다. 둘 다 변호사였는데 부인이 두 아들을 돌 보느라 변호사 생활을 중단하고 집에서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인 대신 남편이 집에 남아 있는게 눈에 띄였다. 궁금해서 남편에게 물어 보니 서로 임무 교대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자기가 3년 정도 집에서 애들과 가사를 돌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다.
또한 얼마 전 집안을 정리하다 읽어 본 큰 애의 6학년 때 일기장 내용 하나가 생각났다. 내가 1999년 11월 교육위원 재선에 실패한 후 카운티 기획위원으로 임명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큰 애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 아빠는 더 이상 교육위원이 아니다. 그래서 이제 아빠와 좀 더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겠다 싶었는데 이제 뭐 부동산 개발을 다루는 위원회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애들의 어린시절로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다. 그 시절 바쁘다는 이유로 좀 더 같이 있어 주지 못했던 것이 몹시 미안하고 아픔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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