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크고 작은 차별이 없을 수 없다. 어쩌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것을 인정하고 산다면 마음에 상처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도가 지나쳐 인내의 한계를 넘어갈 때는 어찌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요즘 한국 사회에는 세계의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갑과 을이라는 새로운 관계의 언어가 유행하고 있다. 갑이라는 것은 을보다는 높은 지위나 특권을 누리는 위치를 말한다. 을은 그 반대이다. 만일 갑이 을에 대해서 타당하지 않는 요구를 할 때 그것을 “갑질”을 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언제나 갑이 될 수 없고, 언제나 을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때 갑과 을이라는 구조는 없어지고 “나”와 “너”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땅콩이 맛있는 간식일 수 있다. 아니 배고픈 아이에게는 둘 도 없는 횡재이다. 어린 시절 백령도에 살 때 미국 트럭이 지나갈 때면 동네 형들이 그 트럭을 좇아가서 껌과 과자와 삶은 달걀, 그리고 어떤 날에는 피자(그때에는 그것이 피자인 줄 몰랐는데 지금 미국에 와서 보니 빨간 색 소스가 발려진 빵이 바로 피자였다는 것을 알았다)를 얻어내는 횡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한국도 잘 살아서 초콜릿이니, 빵이니, 과자니 하는 시절은 다 지나갔다. ‘맛있는 건 빠나나’라고 했던 동요가 이제는 맛있는 건 햄버거, 피자, 스테이크라고 할 정도가 되었다.
비행기를 타보면 여승무원들이 건네주는 하트모양의 프리첼 과자와 봉지에 든 땅콩을 주면 체면불구하고 받곤 한다. 아니 안 주는 것보다 나은 것이 아닌가? 그래서 별로 먹고 싶지 않은 데도 받고 싶어서 손을 내밀게 된다.
그런데 그냥 일반 땅콩도 아닌 아주 고급의 좋은 마카다미아 땅콩을 받고서도 “땅콩은 봉지를 까서 접시에 내놓아야지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하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니 참 수준 높은 사람인 아닌가? 그 마카다미아 땅콩은 봉지에 들은 것을 바로 먹어야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기에 그렇게 준다고 한다. 그런데도 접시에 담아서 주지 않는다고 사무장을 불러 호통을 치고 폭언과 폭행을 하며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국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은 결코 아니라고 기대해 본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른다. 그 어느 누구도 사랑받지 않을 사람이 없으며, 또한 사람을 줄 수 없을 만큼 아무 것도 없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이 세상에 귀하고 천하고, 높고 낮은 그런 구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귀하면 다른 사람도 귀한 법이다. 내가 위험할 때는 다른 사람이 도와주고, 다른 사람이 어려우면 내가 도와주면 된다. 작은 것이라도 귀하게 여길 때 거기서 사람냄새가 나고, 향기가 나게 된다.
성경에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들에게 말씀을 가르치셨다. 그런데 때가 이미 저녁때가 되어서 그들은 배가 고파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그 많은 사람들 무려 5천명 이상의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 때 한 제자가 어린 아이의 손에 들려 있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님에게 가지고 왔다. 예수님은 유대인의 왕으로 오셨다. 이게 무슨 결례인가? 왕 앞에 그런 보잘 것 없는 상을 차릴 수 없는 것이었다. 설령 그것을 가지고 온 숨은 뜻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은 그 적은 보리떡을 외면하지 않았다. 성경은 말씀한다. “예수께서 떡을 가져 축사하신 후에 앉아 있는 자들에게 나눠 주시고, 물고기도 그렇게 그들의 원대로 주시니라.”(요한복음 6:11) 예수님은 떡을 가지셨다. 초라하고 별 귀하지 않는 개떡 같은 떡을 찰떡처럼 여기셔서 기도하셨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을 먹이셨다. 먹이고 또한 12광주리에 남게 하셨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겸손과 온유와 사랑을 가지신 구세주인 것이다.
사람의 됨됨이는 많을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작고, 가난하고, 나약하고, 실패하고, 어려울 때 정상적인 눈과 귀와 마음을 바로 갖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이다.
인생은 잠깐이다. 해는 동쪽에서 떴다가 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산이 아무리 높아도 하늘아래 뫼인 것이다. 작은 땅콩을 작다 말하지 않고, 적은 보리떡을 천하다 말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갑과 을의 구조가 아닌 나와 너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인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